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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삼성증권 공매도와 개미들의 트라우마

이대호 기자

지난 6일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이 회사 측 실수로 배당 받은 주식을 장내매도했을 당시 삼성증권 주가 차트(1분봉)와 '신뢰'를 강조하는 삼성증권 기업이미지(CI)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삼성증권의 '착오 배당'과 일부 직원들의 '허위 주식' 매도를 두고 '무차입 공매도' 논란이 뜨겁다. 직원들은 실존하지 않는 주식을 먼저 매도했고 회사가 사후에 주식을 빌려왔으니, 위법 행위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원인과 목적을 따져보면 위법으로 단정 짓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지난 6일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283만주에 배당금으로 주당 1,000원이 아닌 '1,000주'를 입고시켰다. 순간 우리사주는 28억 3,000만주가 됐다. 삼성증권 발행주식 총수(8,930만주)를 31배 뛰어넘은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위조증권을 발행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정식으로 추가주식이 발행된 것이 아니다.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 시스템상 허점이 복합된 결과다. 따라서 '위조증권 발행'이라기 보다 '허수 입력'이라는 표현이 사실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잘못 입력된 '실존하지 않는 주식'이 실제 매도로 이어졌고, 이것이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가 돼버렸다는 점이다.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직원들 계좌에 입력했고, ▲직원들은 실존하지 않는 주식을 대량 매도했고, ▲다시 회사는 이를 청산결제하기 위해 뒤늦게 주식을 빌려오거나 사들였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180조)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네이키드 숏셀링)' 즉,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를 치는 것은 불법이다. 우리나라는 주식을 먼저 확보한 뒤 공매도를 하는 '차입 공매도(커버드 숏셀링)'만 허용한다.

즉, '차입 후 공매도'는 가능해도 '공매도 후 차입'은 불법이라는 의미. 삼성증권의 케이스는 '결과적'으로 후자에 속한다.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지난 6일 아침 9시 35분~10시 5분 사이 501만 3,000주를 매도했다. 이후 삼성증권은 당일 오후 260만주를 장내매수했고, 241만주를 차입했다. 시간상 '공매도 후 차입', 즉 네이키드 숏셀링이다. 불법이란 얘기다.

그러나 그 원인과 목적을 감안하면 이를 불법적 공매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차입의 용도가 '결제이행' 즉, 사고 수습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원천적으로 사고는 발행했고, 그대로 두면 더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차거래로 정산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네이키드 숏셀링이 됐지만, 500만주를 (결제이행하지 않고)그냥 두었을 때 시장 충격이 훨씬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 입장에서 공매도 이슈를 의식해 500만주, 약 2,000억원 가까운 주식매매 체결 자체를 부정해버렸다면 파장이 더욱 심각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무차입 공매도를 지적하는 것은 시스템을 잘 모르고 음모론처럼 얘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삼성증권 공매도 수량은 58만 8,713주만 기록됐다. 아침에 매도된 500만주 가량은 실제 공매도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삼성증권 사태의 본질은 공매도가 아니라고 말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9일 삼성증권 착오배당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 수습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와 유사하게 처리됐지만, 이번 사고가 공매도 제도 문제점이라기 보다 더 심각한 시스템상 오류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공매도 폐지 이슈로 옮겨가는 것에 대해 '본질이 아니다'라며 의아해 한다. "개미들의 공매도 트라우마 때문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도 이번 사고를 공매도 제도와 연결짓는 것을 경계했다.

김 원장은 1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 삼성증권 사태를 공매도 문제로 연결하게 되면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못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문제 검토는 별도로 하더라도 이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돼 그것이 거래까지 된 것이고, 그렇다면 유령주식, 허위 유가증권이 발행된 것과 같은 문제기 때문에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논점을 짚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전 더민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도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증권에서 일어난 우리사주 배당착오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일반 대중이 이 사건의 의미를 과장하고 있다"며, "비록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긴 해도 증권거래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공매도 제도까지 들먹일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공은 청와대까지 넘겨졌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에는 나흘만에 20만명 넘는 국민들이 동의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직접 공매도 폐지 요구에 답해야 한다.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청원을 '공매도 폐지' 이슈로 연결하고자 리트윗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가 돼버린 삼성증권 착오배당 사태. 그러나 결제불이행이라는 시스템 부정을 방치할 수 없었던 증권사의 책무.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또 한번 불거진 공매도 트라우마.

2018년 4월 6일 금요일 아침 삼성증권 쇼크가 남긴 파장이 너무 크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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