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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 디에스케이 어쩌다..."자회사 잘못 바로잡겠다"

이대호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대호 기자] 건실한 강소기업으로 주목 받던 디에스케이가 자회사 이슈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외부 투자로 시작한 바이오사업 부문에서 일부 예전 경영인에 의해 회계 문제가 불거진 것. 디에스케이는 본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던 와중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현 경영진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투명하게 해결해 상장폐지를 면하겠다는 각오다.

디에스케이 경영진은 지난 6일 한국거래소에 상장폐지 관련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향후 재감사 절차를 개시해 의견거절 사유를 치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감사인이 문제 삼았던 재무제표 항목과 관련된 공정성을 제고하고, 감사 증거를 충분히 보강하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그동안 자회사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던 이유와 개선 방안 등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 외부투자로 시작한 바이오사업이 발목

앞서 디에스케이는 지난달 28일 외부감사인에게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자회사 프로톡스와 손자회사 메디카코리아에서 내부회계관리 제도상 문제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디에스케이 종속회사 외부감사인은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 회계관리 전반을 문제 삼았다. 특히 "경영자가 서명한 재무제표와 경영자 확인서 등 감사 실시에 필요한 주요자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종속기업을 통한 자금대여, 법인인감 사용 및 자금집행 등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프로톡스는 지난 2016년 7월 디에스케이가 외부 투자를 받아 총 250억원(52.61%)에 인수한 법인(현 60.59%)이다. 보툴리눔 독소(보톡스) '프로톡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후 프로톡스는 그해 8월 메디카코리아(51.11%)를 380억원에 인수했다. 바이오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연구개발과 생산 능력을 갖춘 제약사를 인수한 것이다.

이같은 바이오사업은 외부투자 유치로 시작됐다. 디에스케이 창업주 김태구 대표가 신사업을 검토하던 중 외부에서 보톡스 사업 투자제안이 들어왔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으로 당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던 박광철 씨가 사업을 제안했다. 그가 직접 외부 투자금도 유치해왔다. 이때 디에스케이 최대주주가 프로톡스1호조합으로 변경됐다.

이후 박광철 씨는 본인이 '회장' 직함을 달고 디에스케이 각자대표를 맡아 바이오사업 부문을 이끌기 시작했다. 같은 시기 정찬희 씨는 프로톡스1호조합의 대표조합원으로서 조합을 대리해 등기이사로 참여했다.

◆ 불투명한 자회사 경영에 법적분쟁..."간신히 바로잡았는데..."

김태구 대표와 박광철 씨는 지난해 심한 분쟁을 겪었다. 감사의견 거절로 이어진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5월 김 대표는 종속회사에서 일어나는 여러 불법적인 행위를 알게 됐다. 자금을 무단으로 대여해가는 등 각종 불법적인 회계처리가 포착됐다. 김 대표는 즉시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박 씨와 정 씨를 고소했다. 이후 양측은 명예훼손, 무고, 사문서 위조 등 고소고발을 이어갔다. 그러는 사이 프로톡스1호조합은 조합원 사이 갈등이 생기며 와해됐다.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 불투명 경영은 조합의 와해와 맥을 같이 했다.

지난해 10월, 시너지파트너스가 새로운 투자자로 참여하며 양측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시너지파트너스(시너지바이오조합)는 그해 12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김 대표와 공동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같은 시기 정찬희 씨는 디에스케이 사내이사를 사임했고 프로톡스, 메디카코리아에서도 완전 사임했다.

김 대표와 박 씨는 회사를 신속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서로에게 걸었던 소송들을 모두 취하했다. 다만, 박 씨와 정 씨의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는 형사사건으로 남아 현재 서울남부지검에서 계속 조사 중이다.

박광철 씨는 종속회사 회계 문제 등 일련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디에스케이, 프로톡스, 메디카코리아 등에서 모두 사임했다. 다만 본인은 '도의적 책임'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본업은 최고 실적인데...

디에스케이 본업인 디스플레이 장비 및 정밀 시스템 제조 부문은 창업 이래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디에스케이 개별기준 매출은 9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영업이익은 121억원으로 70% 급증했다.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용 본딩시스템과 인라인시스템, 리니어시스템, 최첨단 모바일 관련 장비 등이 고속 성장했다. 임대해 사용 중인 동탄 산업단지 내 제3공장의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일감이 들어오고 있다. 때문에 올해 2월 본사가 있는 안산 테콤단지에 토지 약 4,000제곱미터(1,214평), 건평 약 4,120제곱미터(1,248평) 규모의 공장 매입을 계약하기도 했다. 나아가 레이저시스템과 디스플레이 패널 검사용 재료 등 신기술을 꾸준히 개발하며 탄탄한 성장을 뒷받침 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건의 특허를 추가 등록했다.

디에스케이는 24년 동안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면서 지속 성장해왔다. 작년말 현재 총자본 1,036억원, 총부채 754억원으로 재무상황도 건실하다. 비정규직 없이 전원 정규직 130명이 강소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 배당금 1주당 25원을 결의하기도 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 외형도 커졌다. 자회사들을 반영한 연결기준 매출은 1,470억원, 영업이익은 106억원으로 각각 147%, 78% 급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9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자회사·손자회사의 영업권, 전용실시권, 파생상품평가 손상차손 인식 등이 컸기 때문이다. 현금을 수반하지 않는 평가손실이긴 하지만 바이오부문 종속회사 영향이 뼈아팠다.

◆ 경영진 교체...정상화 총력

디에스케이는 재감사를 받고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은 한국거래소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아니다. 형식적 요건에 의한 상폐 사유다. 즉, 회계법인에게 재감사를 받고 감사의견을 얻어내는 것이 필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재감사를 통해 감사의견을 받아오면 상장폐지 결정을 유보하고 개선기간을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에스케이는 경영진 교체를 통해 전면적인 쇄신에 나섰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바이오부문 신임 대표이사에 김종원 대표를 선임했다. 시너지파트너스 측이 세운 인물로 프로톡스와 메디카코리아의 투명 경영을 위해 긴급 투입됐다. 사외이사에는 LG전자·LG디스플레이 출신 최희관 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본업인 디스플레이용 제조장비 분야에서 LG 출신인 최 이사가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카코리아는 지난 1월, 프로톡스는 지난 2월 새로운 대표이사를 각각 신규 선임했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이 이들의 최우선 과제다. 과거 일부 경영진의 일탈로 인한 문제일 뿐 회사의 지속가능성과 투명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음을 회계법인과 한국거래소 등에 소명하고 있다. 또한 신규 경영진은 각종 확약서를 제공해 외부감사인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김태구 디에스케이 대표이사는 "지난 1995년 창업 때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어 회사를 키워왔다"며, "소중한 수백명의 임직원과 협력업체 임직원들, 또한 약 7,000여명의 주주님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총 동원해서 최선을 다해 더욱 더 투명하게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순간, 소수에 의한 잘못이 있었지만 이번 일을 전회위복의 계기로 삼아 회사를 정상화시켜 기업 본연의 목적인 고용창출, 납세, 사회기여 등에 많은 힘을 기울이겠다"며, "건실한 기업이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지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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