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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헌 "넥슨 대표 통보받은 밤부터 두려움 밀려와"

서정근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서정근 기자]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대학 재학 중 '바람의 나라'에 푹 빠져 살았던 '넥슨 키드'다. 2003년 평사원으로 입사한지 16년만에 넥슨코리아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이정헌 대표는 25일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미디어 토크 현장'에서 "당시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해 넥슨 게임을 처음 접하고 느꼈던 센세이션은 애플 아이폰을 처음 접했을 때 보다 훨씬 큰 임팩트가 있었다"며 "이 회사에 무조건 입사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그 무렵"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대표가 넥슨코리아 대표로 내정됐음을 알게 된 것은 사업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12월 초.

"딱 10초는 너무 좋았습니다. 드디어 사장이 됐으니까요. 부모님 생각도 났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날 밤부터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지금 잘 나가는 게임 매출이 내 임기 중 고꾸라지면 어쩌지. 내 임기 중 회사 망하면 어쩌지... 별 생각이 다들었습니다."

박지원 당시 대표의 언질을 받고 난 후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독대가 이뤄졌다. 입사 후 15년만에야 오너와 처음으로 독대한 것이다.


"처음 뵈니 떨렸습니다. 대표 되면 뭐하고 싶냐고 질문을 받았고 장황하게 포부를 나열했는데...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가 가진 내공의 깊이와 생각의 폭을 담아 포장하는) 옷들이 벗겨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회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두고 '열변'을 토해는데, 김정주 창업자는 "회사가 변하려면 매출이 1/10, 1/100로 줄어야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매출 2조원이 넘는 회사가 이를 지키고 성장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관성'이 있고, 그 관성을 버리면서 변화를 도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압박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시작하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임기 내에 맘대로 할 수 있는 재량을 부여한다는 의미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와 함께 이날 현장을 찾은 정상원 넥슨 개발 총괄 부사장은 "김정주 창업자가 전문경영인에게 일을 맡기는 것은 자기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그 생각을 마음대로 펼쳐 성공할 수 있는 기반과 재량권을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원 부사장은 "잘되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체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넥슨 대표를 맡다 김정주 창업자와의 견해 차이로 회사를 떠났다, 다시 콜업을 받고 2012년에 복귀했다.

이 대표 스스로 "박 전 대표님과는 그간 밟아온 테크트리가 다르다"고 말할 만큼 이 대표와 박 전대표는 결이 다른 캐릭터라는 평을 얻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사업 현안을 판단할 때 '사람'을 배제하고 판단하는 '냉철함'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이 대표는 인화에 보다 강점이 있는 캐릭터다. 게임 라이브 서비스가 주 전장이었던 이 대표의 지난 업무 자체의 특성에서 기인한 점도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이 대표를 낙점한 배경으로 "라이브 서비스 경험이 풍부하고, 전체 넥슨코리아 임직원 중 가장 많은 신망을 얻는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본인 스스로 어떤 점에서 가장 강점이 있는지 말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얼굴이 상기된 채 "저를 믿어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계신 게 장점인 것 같다"며 "10년 넘게 라이브 서비스하면서 같은 목표로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과 같이 있을 수 있었던게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또 "임기 동안 역량이 검증된 많은 분들과 함께 잘 의논해 갈 것"이라며 "독단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욕망이 솟아올라도 잘 참고 제어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넥슨에 개발직군으로 입사했던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사업으로 전향하긴 했지만 개발자 DNA가 흐른다. 이 대표 본인도 취임 후 가장 신경 쓰는 영역으로 '신규 개발'을 첫 손에 꼽았다.

취임 직후 개발 스튜디오를 7개로 재편하고 각 스튜디오장들의 재량권을 강화했는데, 이는 내재 개발역량 강화를 위한 첫 포석이었다.

박지원 전 대표 시절부터 개발을 총괄했던 정상원 부사장이 총괄역을 그대로 맡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개발 기조도 이어간다.

이 대표는 '듀랑고'의 성과 부진과 관련해 "기대보다 매출이 못 미친 것은 사실이나, 창의와 다양성을 우선시하는 기조는 변화 없을 것"이라며 "'듀랑고'가 실패했다고 해서 이같은 시도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사장도 "히트작이 많지 않다는 평가를 부정할 수 없고, 대형 프로젝트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쟁사들의 패턴을 따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잘 할수 있는 영역이 시장과 맞아떨어져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트렌드가 환경이라면,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고루고루 잘하는 내재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개별 스튜디오장들은 이전에 비해 보상과 책임이 동시에 강화되는데, 이 또한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정 부사장은 "각 스튜디오 장들의 권한이 대폭 확대되고, 나는 낮은 단계의 컨설팅과 조언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면서 "그런데 (권한을 충분히 부여받고 계획과 포부가 있는 스튜디오장들이) 말을 잘 들을진 모르겠다"고 답했다.

올해 넥슨이 낼 게임 성과와 관련해선 "해외 유력 매체들이 선정하는 '게임 오브 더 이어(Game of the year)' 수상까진 못해도 수상 후보작이 되는 게임은 배출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내 임기 중 매출이 어느 정도까지 오를지 확언하긴 어렵다"면서 "다만 많은 이들이 넥슨의 다오, 배찌 캐릭터에 열광했던 것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는 게임과 캐릭터를 임기 중 꼭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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