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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복기해본 한국GM 사태…모든 것은 GM의 밑그림대로

권순우 기자



[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2017년 1월 메리바라 GM 회장은 도이치방크가 주최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컨퍼런스에서 자신들의 향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자율주행차, 신환경차 등 신기술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데는 20억 달러 이상 투자를 늘리고, 저수익시장, 쇠퇴하는 차종에 대해서는 20억 달러 이상 투자를 줄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수익 시장을 열거했는데 유럽, 러시아, 호주, 태국 등이었습니다. 그 시장은 GM이 철수한 시장이었습니다. 한국은 철수 대상 시장에는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차종 변경은 필요합니다. 바라 회장은 2016년까지 세단과 SUV의 비중이 62:38로 세단이 많았지만 2017년 이후에는 48:52로 SUV 판매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소형 세단 3인방으로 대표되는 한국GM은 소형 세단에 강점이 있는 기업입니다. 한국GM의 생산 차종을 세단에서 SUV로 바꾸는 것은 GM의 글로벌 전략입니다.

바라 회장이 밝힌 계획은 1년 후 베리앵글 GM 글로벌사업부문 사장이 구조조정 계획안이 되어 한국에 통지됐습니다.

올해 초 엥글 사장은 신규 선임 인사 명목으로 한국을 방문해 생산 차종 변경을 위해 3조원을 투자하겠다며 그중 5천억원을 산업은행이 낼 것을 제안했습니다.

상반기 내내 시끄러웠던 한국GM 사태의 시작입니다.

GM이 유럽, 러시아 등 저수익 시장에서 철수를 하다보니 한국GM은 수출처를 잃게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생산량 감축이 필요했습니다. GM은 군산 공장 폐쇄를 통해 연간 생산량을 96만대에서 50만대로 줄였고 연간 약 5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소형 세단 중심의 한국GM 생산 차종은 소형 SUV 트랙스와 4년 후 개발이 완료될 신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로 바뀌게 됩니다. 경쟁력이 떨어진 스파크, 크로즈, 아베오 등은 단계별로 단종이 될 예정입니다.

GM의 글로벌 사업구조 재편은 자동차 산업의 동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역시 올해부터 판매량 증대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소나타, 그랜저 중심의 세단 역시 코나, 싼타페 등 SUV로 주력 차종을 변경했습니다.

문제는 정부 지원입니다.

지난 2013년 생사의 기로에서 ‘리바이벌 플랜’을 수행하며 체질 개선을 했던 르노삼성, 지난해부터 SUV 중심,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 현대차그룹은 정부에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GM은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한국 정부에 약 5천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8천억원을 받게 됐습니다. 글로벌 GM은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둬 한국GM 임직원들은 수십억원의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받았는데 말입니다.

유독 GM만 자신들의 산업 구조 재편에 정부 지원금을 받은 겁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신중한 태도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지만 GM은 지원을 못 받을 때 못 받더라도 일단 요구하는 것이 뭐가 나쁜가 하는 실용적인 마인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구조조정 투자를 줄이기 위해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칼자루를 쥔,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정부와 산업은행은 GM보다 더 우왕좌왕했습니다.

처음 GM이 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때 정부와 산업은행은 고리대금, 업무개발비 과다청구, 이전가격 조작 등 ‘먹튀’ 논란을 부추기며 대응했습니다. 겉으로는 도덕적으로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그들이 떠나 1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철수에 대한 공포로 인해 결국 산업은행은 처음 GM이 제시했던 5천억원보다 3천억원 증액된 8천억원을 지원하게 됐습니다.

협상 결과물로 얻어냈다는 것도 초라합니다.

GM은 산업부와 MOU를 맺으며 10년간 한국에 남고,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도 한국에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동차 사이클 상 4년에 걸친 개발 끝에 신형 CUV가 출시되면 6년 정도 판매를 합니다. 수조원 투자를 결정한 GM은 이제 10년 안에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을 겁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역시 허울뿐이긴 마찬가집니다.

GM은 글로벌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태국, 호주 등에서 철수했고, 이들이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폐쇄했습니다. 지역 본부를 둘 정도로 사업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태지역의 판매 비중은 1.85%에 불과하며 이중 1.38%는 한국입니다. 한국이 시장의 전부인 지역본부가 수행할 기능은 제한적입니다.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았다면 GM은 정말 한국을 떠났을까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GM이 초기에는 거의 철수를 각오한 것 같았다”며 “후반 들어서부터는 10년 또는 그 이후도 있을 생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진지하게 임했고 그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15만 일자리를 걸고 정부가 위험한 도박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향후 비전을 설명하기 위한 기자간담회가 비정규직 노조의 시위로 무산이 되는 것을 보며 여전히 한국GM은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GM이 한국GM에 붙잡아 두기 위한 최고의 무기는 정부 지원금이 아닙니다. 좋은 신차를 개발하고 개발된 신차를 고품질로 원활하게 생산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협력업체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면 GM은 한국에서 떠나라고 해도 남을 겁니다.

GM이 한국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면서 사업 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덤으로 한국 정부의 지원까지 받았습니다. 힘들게 얻어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GM과 협력업체들이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GM 내에서 위상을 높일 때 GM은 영원히 한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남을 겁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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