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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금고지기 입찰에 분기 순이익 '베팅'…은행 기관영업 '사활' 이유는?

조정현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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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조정현 기자]

[앵커멘트]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경제금융부 조정현 기자입니다.

오늘은 기관영업 문제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은행들의 업무 분야 중에 기관영업이란 카테고리가 있는데요, 간단히 말하면 정부 부처나 지자체, 기관 같은 공공성 있는 단체의 이른바 '금고지기'를 맡는 겁니다.

요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서 은행 간 경쟁도 치열하고, 정부는 대출을 옥죄려고 하고, 이런 상황에서 수만명에서 수십만 명, 금액으로는 수십, 수백조원에 육박하기도 하는 기관영업은 은행들 입장에서는 놓치기 어려운 사업입니다.

올해도 서울시를 비롯해서 굵직한 기관영업 입찰이 진행됐거나 앞으로 예정돼 있는데요. 은행권 움직임도 그만큼 분주합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면 잡음도 나오기 마련이겠죠.

은행들의 기관영업 경쟁, 어떤 국면인지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 금고지기, 이 말이면 은행 기관영업이 어떤 건지 대략 이해는 갑니다. 일단 규모가 워낙 크니까 기본적인 매력은 보장되는 시장이겠어요?

기자) 지난해 10월이죠.

국민연금이 10년 만에 주거래은행을 신한은행에서 우리은행으로 교체했는데요.

국민연금 자산, 그러니까 기금 적립금이 600조원를 훌쩍 넘깁니다.

2020년에는 800조원대 중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요.

자산 규모도 엄청나고 규모 상으로 세계 3대 연기금의 관리를 맡는다는 무형의 가치도 있습니다.

올해 기관영업 최대어로 꼽혔던 게 서울시인데요.

서울시 금고 규모도 34조원에 달합니다.


앵커) 워낙 규모가 크니까 은행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기관영업 쟁탈전이 상당하겠어요?

기자) 지난해, 올해에 이어 경쟁이 치열한데요.

먼저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지난해 하반기에 가져갔고요.

전북 군산 금고도 기존의 전북은행을 제쳤습니다.

하나은행이 혼자 맡았던 교육개발원 주거래은행 지위도 나눠 가지는 등 연전연승했었는데,

반대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사업권에선 신한, 우리, 하나은행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가장 큰 사업이었던 국민연금 주거래은행 자리는 10년간 수성했던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에 자리를 내 줬고요.

이런 경쟁이 올해 서울시까지 이어졌습니다.

올해 입찰 예정인 지자체와 기관의 금고, 주거래은행 사업권이 거의 서른 곳에 가까운데요.

금액으로는 70조원에 이른다고 하니까 올해도 경쟁은 상당할 것 같습니다.


앵커) 서울시금고 하면, 얼마 전 뉴스 시간에서도 전해 드렸던 건이죠? 100년 만에 금고지기가 바뀌었다고 했던.

기자) 서울시금고 규모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큽니다.

우리은행이 104년째 서울시금고를 독차지 해왔는데요.

이번에 바뀐 겁니다.

새 금고지기가 된 신한은행과 기존 우리은행 외에도 국민, 하나, 농협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했었죠.

평가 항목을 보면 크게 5가지인데요.

재무 안정성, 서울시에 적용해주는 대출금리…. 뭐 이런 내용들인데 사실 은행들 간에 좀 차이가 날 부분은 관리 능력, 특히 지역사회 기여 이 2가지 항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 기여라면, 돈을 좀 내라, 즉 출연금 등을 포함한 건데요.

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은 3,050억원의 출연금을 써 내서 다른 은행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서울시금고의 대부분, 90%를 차지하는 1금고 입찰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희비가 단 1점차로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앵커) 고객들 돈을 십시일반 받아서, 예대마진으로 주로 먹고 사는 은행 입장에서 3,000억원이면 상당한 투자인데요?

기자) 신한은행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1조 7,000억원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분기 순이익의 4분의 3에 육박하는 출연금입니다.

두번째로 많이 써낸 국민은행이 2,500억원, 기존 사업자인 우리은행이 1,000억원을 써냈습니다.

앞으로 관련 전산과 인력 등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안하면 4,000억원 이상의 투자입니다.


앵커) 이렇게 되면 흔히 나오는 얘기, 출혈경쟁이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어요?

기자) 얼마나 과감한 투자인지 보죠.

앞서 2013년 서울시금고 입찰에서 우리은행이 써냈던 출연금이 1,400억원입니다.

사업자가 한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출연금이 2배 이상 뛴 거죠.

전체 투자로 따지면 연간 순이익의 4분의 1에 육박합니다.

신한은행의 통큰 투자에 놀란 다른 경쟁 은행들 사이에서 이거 '제살 깎아먹기' 수준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 전체적으로는 기관영업 관련 출연금이 얼마나 될까, 조사해본 적이 있는데요.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계산을 해보니,

작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5개 은행들이 지자체 금고 출연금으로 낸 돈이 1조원에 달했습니다.

10년간 1조원이면 일견, 큰 돈인가? 할 수도 있겠지만, 사업권이 4~5년동안 지속되니까 회수로 따지면 상당히 큰 금액이죠.

특히 올해는 서울시에만 3,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이 들어갔고 입찰이 몰려 있으니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앵커) 고객 돈으로 사업을 하는 은행들이 이렇게 한 부문에 집중 투자하면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겠어요?

기자) 출연금 외에도 해당 기관에 대한 이자 혜택이 상당합니다.

앞서 국민은행이 지난해에 신한은행을 밀어내고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가져왔다고 했잖아요?

대출 최저금리가 연 1.9%밖에 안됩니다.

지난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기관영업 제공 금리와 일반 금리의 평균 금리 차를 비교해 본 자료가 있는데요 3%포인트나 차이가 벌어진 상태고요.

지금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으니 이 격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겠죠.


앵커) 일반 고객들에겐 덜 주고 기관에는 퍼주고, 이런 목소리도 나올 수 있겠는데요?

기자) 은행들은 은행 수익을 기관영업쪽으로 전가해 일반 고객들이 피해 보는 일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관영업 사업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계 사업을 통해서 부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서울시금고를 오래 맡았던 우리은행 사례를 보면,

서울시 공무원에 산하기관 임직원 거래가 주가 되겠죠.

여기에 서울시금고라는 타이틀을 무기로 우리은행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개 자치구의 금고를 독식했습니다.

서울시와 산하 기관, 여기에 자치구까지 이들 기관들이 하는 정책금융 사업이 상당하잖아요?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 개발사업에 따른 이사비용 지원, 주택사업 금융지원, 서민 복지카드 사업 등등,

물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다양한 모델로 수익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서울시금고로서 하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으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서울시향 음악회, 우리은행장기 아마 야구대회, 이런 것들이 있었는데 여기서 브랜드 가치도 제고할 수 있고요.

이런 상당한 유무형의 실익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른 공공기관 사업권을 따내면 임직원에 대한 각종 대출에다, 또 해당 기관과 협력 관계에 있는 기업들을 고객으로 신규 편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은행 관계자 말입니다.

[김형권 / 신한은행 기관고객부 과장 : 큰 기관을 유치를 하게 되면 그 기관에 연계된 산하기관을 유치하는 데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임직원 거래도 많이 활성화를 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도금고 처럼 지자체를 섭외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지역에 연계된 사업을 같이 수행함으로서 브랜드 가치를 더 제고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앵커) 기관영업이 일종의 B2B의 영역이긴 하지만 고객 돈으로 영위하는 은행의 사업, 또 최근 경쟁이 아주 치열한 영역이다 보니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70조원이라고 했죠? 올해도 시장 규모가 상당한데, 어떻게 전개될 지, 소식 계속 전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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