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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칼럼]준비 안된 현금부자 부영의 예견된 실패

이군호 부장

을지빌딩 전경

[머니투데이방송 MTN 이군호 부장] "예상됐던 실패다."

부영그룹이 지난해 매입했던 삼성화재 서울 을지로 사옥을 1년여만에 재매각한다는 소식을 접한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임원의 말이다.

서울 도심의 알짜 프라임급 오피스인 을지빌딩을 사놓고 1년만에 되팔다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동안 부영의 주력사업은 임대주택사업이었다. 재계순위 16위 대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이 임대주택사업이었고, 4380억원에 달하는 을지빌딩을 매입할 수 있는 자금(물론 대출이 포함돼있지만)도 임대주택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것이다.

부영이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은 임대주택사업의 특성 때문이다. 임대주택사업은 서민용 임대주택을 건설해 일정기간 임대한 뒤 분양전환하면서 주변시세로 분양하게 된다. 일정기간(5~10년)동안 부동산가치는 상승했을테니 임대주택을 건설할때 비용보다 분양가는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영이 손쉽게 임대주택 분양전환으로 돈을 벌었다고 하기는 좀 그렇다. 일정기간 임대주택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선투자하고 임대주택을 운영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부영이 가진 노하우는 바로 이런 리스크를 잘 관리한 것이다. 정부가 저리의 국민주택기금을 빌려주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비교적 쉬웠다는건 차치하고서 말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형임대주택, 뉴스테이가 등장하면서 임대주택사업 환경이 부영에게 우호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룹의 핵심 회사인 부영주택이 지난해 155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1년 이후 처음 적자를 낼 정도였다.

결국 부영은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현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한 끝에 부동산 개발·투자·운영으로 눈을 돌렸다.

2015년 10월부터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 경기도 안성 마에스트로CC 등을 매입했고, 2016년부터 삼성생명 본사 사옥과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 송도국제도시 포스코건설 사옥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그렇다면 을지빌딩 투자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임차기업 확보에 대한 노하우 부족을 꼽고 있다.

서울 오피스 투자시장에서 임차인 확보 여부는 매입을 결정할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오피스 투자시장에서 세일앤리스백(Sale & Lease Back, 매각 후 재임대)이 자리잡은 이유가 안정적으로 임차인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실제 3만㎡가 넘는 서울 프라임 오피스를 채우려면 10층 이상을 확보할 핵심 임차기업이 있어야 한다.

최근 코람코자산신탁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을지로4가 써밋타워의 경우 대우건설이 전체 건물의 60%를 쓰게 된다. 나머지 40%만 채우면 안정적으로 임대수익을 낼 수 있다.

세일앤리스백이 어려웠다면 임차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렌트프리(무상임대), 이사비 지원, 인테리어 무상 지원 등의 조건을 제시해야 사옥을 구하는 기업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도심권역 공실율이 10%대에 육박하는 상황이라면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보다 확실한 당근을 제시했어야 했다.

하지만 결국 부영은 을지빌딩에 입주할 기업을 확보하지 못했고 1년가까이를 공실 상태로 운영했다. 공실 장기화와 투자수익률 저하 등으로 예상만큼 수익이 나지 않자 재매각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 변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그에 걸맞게 준비를 해야한다.

부영은 주력사업을 부동산 개발·투자·운영으로 정했다. 목표가 생겼다면 착실하게 준비를 해야한다. 을지빌딩은 시행착오로 끝나야 한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군호 부장 (gun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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