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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현대차 미래가 걸린 '지배구조 개편' …단기 vs 장기 투자자 표대결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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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리드멘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 합병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헤지펀드 엘리엇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이후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외국인 지분이 48%에 달하는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현 정부의 재벌 개혁 방침과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등 다양한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주가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원하는 투자자도 있고,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한 발전을 원하는 투자자도 있다보니 오는 29일 주총은 치열한 표대결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왜, 어떻게 지배구조를 개편하려고 하는지,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들은 어떤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ISS, 글래스루이스 등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그들은 왜 반대 의견을 냈나요?

-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습니다.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현대모비스는 국내 모듈, A/S사업을 글로비스로 넘기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입니다.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하는 이유는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 불리한 구조라는 이유입니다.

ISS 의견서를 보면

1) 분할 합병의 시너지가 분명하지 않다
2) 순환출자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3) 현대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하다

등을 반대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외국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합니다. 수용하지 않으려면 수용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내부 절차를 갖고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영향력이 강합니다.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총수일가와 계열사가 30.2%, 외국인이 47.7%, 국민연금이 9.8%, 국내 기관투자자 및 개인이 12%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분할 합병은 2/3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안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최대주주 지분율 30%에 나머지 30% 이상을 더 확보해야 합니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긴 하지만 외국인이라고 하나의 주체는 아닙니다. 외국인 주주들은 정보가 부족한 만큼 현대차그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주주들을 만나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조목 조목 반박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두가지 목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순환출자 해소 등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입니다. 두 번째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섭니다.

우선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요구입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4대 그룹 간담회는 두차례 가지면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등을 자발적으로 해소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지배구조가 불법은 아니지만 좀 더 투명한 지배구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에 대한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통과 될지는 불확실하지만 그에 준해 지배구조 구조를 개편하라는 것이 정부의 요구였습니다. 시장에서는 다른 그룹사들이 하듯 지주사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을 했지만 현대차는 지배회사 구조로 변경을 했습니다. 지주사 전환에 베팅했던 주주들은 반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3. 지배회사 전환과 지주사 전환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지주사 전환을 하게 되면 분할되는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주주들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지주사 전환을 할 때 가장 득을 보는 주체는 최대주주입니다. 지주 전환을 하게 되면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최대주주는 지주 주식을 갖길 원하고, 실적을 원하는 다른 주주들은 사업회사 주식을 갖길 원합니다.

최대주주는 추가적인 자금 부담 없이 지주사 주식을 대량을 보유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올해까지는 지주 전환을 하게 되면 세금 이연 혜택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 기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 더해 이른바 ‘자사주 마법’을 부리게 되면 지배력이 더 강화가 됩니다. 현대모비스도 200만주 이상 자사주가 있기 때문에 총수 일가의 지배력은 확연히 높아집니다.



이 방식은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썼던 방식입니다. 한국타이어, 하림, 현대중공업 등 지주 전환을 했던 대부분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지만 자금 부담 없이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됐습니다.

최근까지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역시 대주주가 자금 투입 없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합병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가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극대화되는 방식을 선택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4. 지배회사 전환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요?
- 일단 지주사 전환을 통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극대화할 경우 정부와 국민 정서가 납득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국민적 비난을 피하기 위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지주 전환이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M&A를 진행하려고 할 때 지주사 체제에 있으면 모비스와 현대차가 공동으로 투자를 하기가 힘듭니다. 또 현대차가 단독 투자를 하더라도 지주사 여건에 맞춰 손자 회사의 지분율을 맞춰야 하는 등 걸리는게 많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이 되면서 ICT, 바이오 기업들과의 합종연횡이 상시적으로 이뤄집니다. 지주사로 전환을 하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자동차 금융사를 운영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할부금융회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동차는 고가의 상품이기 때문에 금융을 통해 고객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주사로 전환을 하게 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캐피탈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한 시세 차익을 원하기 때문에 지배회사를 선택한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던 현대차 그룹 계열사 주가가 하락한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주주들뿐 아니라 사회적 이해관계자 또 장기적인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주주를 만족 시키면서 추진할 수는 없습니다.

5. ISS의 지적 중에는 분할 합병의 시너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현대모비스의 알짜 사업부인 국내 모듈, A/S사업부를 떼어 낸 것에 대한 불만이 팽배합니다.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글로비스에 몰아주기를 했다는 지적인데요. 이 지적은 일리가 있지 않습니까?

-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분리해 지주사 전환을 하면 규모가 작은 지주사 지분만 확보를 하면 되기 때문에 대주주가 지배 지분을 확보하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회사를 분할하지 않으면 현대모비스 전체를 대주주가 지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지분을 대주주가 모두 확보하려면 6조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대모비스가 분할한 이유 중에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입니다. 17일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은 모비스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분할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임 사장은 “모듈 및 AS 부품 사업은 경비 절감 등 효율성 제고 전략이 핵심인데 핵심 부품 사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데 초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비용절감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부품 유통 사업과 공격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한 첨단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다보면 미래 성장에 집중할 수 없습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기존 사업과 미래 핵심 기술 사업을 분할 하는 것은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델파이, 오토리브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 회사들도 첨단 미래 사업군을 별도로 분할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모비스는 자체적 핵심기술 개발 역량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대규모 M&A,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수평적 협력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살 길은 ICT 회사 보다 더 ICT 회사답게 변화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에서 탈피해 첨단 기술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겁니다.

6. 실감이 잘 안나는데 정말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할까요?

분할의 취지와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다양한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서산주행시험장에서 자율주행차 엠빌리를 공개했습니다. 제가 직접 다녀왔는데요.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인 레이더를 2020년까지 모두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함께 보시지요.

<리포트>
자동차가 운전대 조작 없이 교차로에 진입합니다.

좌회전을 위해 차선을 이동하더니 신호등을 보고 멈춥니다.

신호가 바뀌면 알아서 다시 주행을 시작합니다.

앞차가 멈추면 차선을 바꿔 주행을 하고, 갑자기 끼어든 차도 알아서 피합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엠빌리입니다.

[스탠딩]권순우 기자
자율주행차에는 전면부와 측면에 총 25개의 센서가 들어갑니다.

센서가 상황을 인지하면 내부 제어기를 통해 스스로 판단해 조작을 합니다.

자율주행차에 있어 센서는 가장 중요함 부품중에 하나입니다.

레벨2 자율주행 시스템 시장은 2021년 37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인데, 그 중 센서는 2/3인 208억 달러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현대모비스는 차량 외부를 360도 전부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5개 등 모든 레이더를 2020년까지 개발해 양산할 계획입니다.

[인터뷰]그레고리 바라토프 현대모비스 자율주행 상무
독자적인 센서 개발을 2020년까지할 예정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2025년까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할것입니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핵심 사업중 하나인 국내 모듈, A/S 사업부를 분할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하청회사를 넘어 자동차 회사를 이끄는 첨단 기술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

7. 현대모비스라고 하면 현대차의 부품업체라는 인식이 강한데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을 하는 겁니다. 현대모비스는 2025년까지 44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현대차와 거래하는 모듈, A/S 부품 사업을 제외한 실적입니다.

이중에 11조원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카와 같은 미래차 부문에서 달성하고 6조원은 제동, 조향, 등 차세대 핵심 부품에서 달성하기로 했습니다.



또 현대차가 아닌 글로벌 완성차 대상 수주가 2015년 5억 달러에서 60억 달러로 2년만에 12배가 늘었고, 2022년에는 이를 더 키워 100억 달러를 돌파해 전체 매출의 40%를 현대차가 아닌 글로벌 수주로 달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들어 현대모비스는 중국 시장에서도 4억 2300만 달러를 수주했는데, 지난해 보다 150% 늘어난 수준이며 나머지 7개월 동안 수주를 더해 10억 달러, 1조원 넘게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첨단 부품을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현재 7% 수준인 연구개발비 투자는 10%까지 늘리고, 이중 절반은 자율주행 관련 ICT 분야에 집중됩니다.

자동차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그동안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완성차가 가장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머지 부품사들은 완성차에 종속된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친환경차 시대가 오면 파워트레인보다 전장 부품들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첨단 기술을 가진 부품회사가 완성차 회사를 리드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이같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비스가 첨단 부품회사로 변신해 자동차그룹을 끌고 가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8. 현대차의 구상도 결국 29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합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썩좋지 않은 것 같은데 성사가 될 수 있을까요?

- 단기 차익을 추구하고 현대차그룹이 아닌 현대모비스라는 단일 회사만 보는 외국계 헤지펀드 입장에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이 마음에 안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하는데 단기적인 차익을 원하는 주주만 바라보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대모비스에게만 유리한 개편이 현대차그룹 전체에는 불합리할 수 있습니다. 또 정부 등 사회적 이해 관계자들의 요구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환경에 대응하는 차원을 고려해 최적의 점을 찾기 위한 과정입니다. 누군가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찬성하는 장기 투자자도 있습니다.

현대차와 모비스는 이들을 위해 내년부터 각각 자사주 1조원, 6천억원을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장기투자자로는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있습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주가 오르면 팔고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단기 차익 생겼다고 국내 2위 그룹의 주식을 다 팔아 치울 수는 없습니다.

연기금은 수많은 기업에 투자를 했기 때문에 중장기 비전 국가 경제적 영향력을 보며 의결권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최근 삼성그룹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을 한 일 때문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에 많은 부담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를 그대로 유지하며 한국 사회에서 기업을 경영할 수 없다는 점, 부담 없이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지주사 전환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 투자자들처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마냥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수치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지배구조 개편의 취지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비전을 얼마나 주주들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주주총회 결과가 달려 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입니다.(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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