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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탠디'발 갑질논란 일단락?…제화업계 '후폭풍'

안지혜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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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안지혜 기자]

[앵커멘트]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산업2부 안지혜 기자입니다.

오늘은 정장의 완성이라고 하는 구두, 특히 수제화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백화점에서 이런 구두 하나 사려면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이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죠. 그럼 이 구두를 만드는 분들은 한 켤레당 얼마를 받는지 여러분 아시나요?

국내 수제화 업계 1위인 탠디의 경우 6,500원에서 7,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경력 40여년의 '구두 장인'들이 받는 대가로 보기에는 결코 많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인데요.

탠디의 제화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불거진, 일명 '탠디 사태'가 제화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각 브랜드 본사들은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힘써오고 있다면서도, 업황이 계속 악화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양측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지, 이번 이슈가 어떻게 전개될지 지금부터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 안 기자, '탠디' 사태라고 하면 모르는 시청자 분들도 있으실 거 같은데요. 잠깐 짚어주시죠.

기자) 네, 탠디의 5개 하청업체 제화노동자들 100여명이 지난달 3일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가지 요구 조건이 있어서인데요.

하나는 지난 8년간 동결된 켤레당 6,500원~7,000원 수준의 공임비를 2,000원 인상해 달라. 또 하나는 지금과 같은 개인사업자 형태가 아니라 본사가 직접 고용을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8년 넘게 공임이 동결되면서 전문기술직인데도 불구하고 한 달에 3백만원을 벌려면 하루 15~16시간을 꼬박 일해야 됐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본사와 여러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결국 지난주 금요일(11일) 1,300원 인상하는 선에서 공임을 타결했습니다.

평균 연령대가 60대인 제화공들이 서울 봉천동 본사에 들어가 농성을 진행한지 꼬박 16일 만입니다.

물론 공임 인상 외에 직고용 부분은 아직 미해결인데요. 이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양측이 정기적으로 만나 조금 긴 호흡으로 풀어가기로 했습니다.


앵커2)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업계 전반으로 제화 노동자들의 공임 인상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고요.

기자) 한국 제화시장의 메카라고 하면 서울 성수동이죠. 미소페나 세라 같은 수제화 브랜드 본사도 여기 있는데요. 성수동 평균적인 수준에 비하면 탠디는 그나마 양반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켤레당 6,500원에도 못 미친다는 거죠.

때문에 성수동 제화노동자들 역시 10년 가까이 동결된 업계 전반의 공임을 높여달라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첫 결의대회가 탠디 노사가 합의한 당일(11일) 오후에 성수동에서 있었습니다.

영상 보시겠습니다.

[제화노동자 A : 중요한건 성수동이에요. 성수동이 바뀌지 않으면 봉천동(탠디) 바꿔논 것도 1~2년 지나면 도로아미타불 됩니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억누르고 참는 이유가 여기(성수동)로 나오면 여기가 더 나쁘거든요. 그러니까 참는 거에요.]

[제화노동자 B : (하루 종일)스무켤레 해봐야...금강은 6천원이고 미소페는 5천 얼마...근데 스무켤레 해봐야 12만원이잖아요.]

결의대회 다음날인 지난 12일에는 각 하청업체별 노동자 대표자를 뽑았고요. 오늘(18일) 오후 부터 본격적으로 모여 미소페 등 본사를 상대로한 공임 인상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제화업계의 가장 큰 이슈일것 같은데, 각 브랜드 본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이번에 주로 문제가 되는게 살롱화(싸롱화·구둣방 수제화), 달리 말하면 백화점에 들어가는 고급 수제화입니다.

국내 대표 살롱화 브랜드로는 탠디와 미소페, 소다, 세라 등이 꼽히는데요. 수제화인 만큼 대부분 맞춤 방식의 반응(스팟) 생산이다 보니 물량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성수기 땐 짧은 시간안에 많은 물량을 만들어야 하고요. 특히 여성화의 경우 디자인이 까다로워 손도 많이 가는 특징도 있습니다.

앞서 탠디가 소비자 불매운동이 일어 매출 감소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은 만큼 살롱화 업계는 긴장속에 이번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일부 브랜드는 선제적으로 제화노동자 임금인상을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고요. 실질적으로 매년 물가가 오르는 동안 공임비는 동결된 만큼 인상에 대한 공감대도 어느 정도 생기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미소페 같은 경우에는 아직 제화노동자들의 공임비 인상 요구가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그럼 살롱화가 아닌 제화 브랜드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업계에서는 금강제화나 형지에스콰이어 같은 브랜드는 살롱화, 그러니까 수제화와 구분해서 내셔널 브랜드(NB)라고 부릅니다.

이들 브랜드는 사전에 생산계획이 미리 잡히는 기획생산인데다, 동일한 디자인 하나로 300~1000족에 이르는 물량을 찍기 때문에 기계화가 많이 도입됐습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산공정이 단순하고 이번 논란에서는 조금 빗겨나 있는 편인데요.

하지만 이들도 작업의 일부, 혹은 일부 물량은 하청업체에 소속된 제화노동자를 통해 진행하다 보니 탠디 사태의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앵커) 사실 이번 이슈가 국내 제화업계 불황과도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요.

기자) 글로벌 시장 조사기업인 유모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총 신발 시장 규모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0% 가까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구두 시장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성 신발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 부터 10위까지 중에 금강제화의 리갈(5위)과 탠디(10위)를 빼면 대다수가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이마저도 시장점유율이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고요.

반면에 스포츠 브랜드는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죠. 여성 신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각 회사의 실적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금강부터 소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보다 감소했습니다.

제화업종의 특징중 하나가 도급제, 즉 '개수임금제'인데요. 만드는 신발 켤레수에 비례해 임금을 받는 겁니다.

켤레당 공임비는 매해 그대로인데, 전체 물량은 오히려 감소하니까 제화노동자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월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거죠.


앵커) 그럼 본사들이 공임를 인상할 수 있는 여력은 전혀 없는건가요?

기자) 사실 위에 언급된 제화브랜드 중에는 최근 몇년간 매출은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개선된 곳도 있습니다.

본사 측에서는 재고정리와 매장 구조조정을 통한 성과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이익이 꾸준히 나는 만큼 업황이 나빠서 제화노동자들과 과실을 나누기 어렵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다만 제화브랜드 대부분이 백화점 유통에 전적으로 기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높은 수수료 때문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살롱화는 통상 35%, 금강과 같은 내셔널 브랜드는 25% 수준의 판매수수료를 백화점에 지불합니다.

수수료를 조금만 줄일 수 있어도 공임 인상의 여지가 생기지만, 현실적으로 제조사가 유통사에 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앵커) 이번 이슈의 또다른 한 축이 '소사장제'인데요. 아까 탠디의 경우 미결로 끝났다고요?

기자) 네, 국내 수제화 업계 제화노동자들은 대부분 각각이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소사장'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사실상 본사 직원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4대 보험 등 혜택은 누릴 수 없는데요.

제화노동자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박완규 / 탠디 제화노동자 대표: 저희가 노동자지 왜 소사장입니까. 퇴직금을 받으려고 해도 법원에다 항소를 해야되고, 4대보험 근처에도 못가고. 휴가도 다 무급휴가거든요.]

제화 본사들은 경영효율과 경비절감을 위해 직고용 대신 하청업체를 통해 주문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제화기업들이 노무비용을 줄이기 위해 2000년대 이후 제화공을 개인사업자로 전환했기 때문인데요.

각 본사들을 취재해보면 당장 물리적으로 수백명의 제화노동자를 직접 콘트롤하기 어려운데다, 이들을 수용할 장소도 마땅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합의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노동자들한테는 생존 문제이긴한데,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해외로 공장이전을 고려할 수도 있겠어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주문생산이 골자인 살롱화 같은 경우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기는 합니다.

주문생산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국내 장인들의 손기술 역시 이들 나라보다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한 살롱화 업계 관계자는 "임금인상 압박과 매출부진이 계속될 경우 100%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일부는 해외 기획생산으로 돌리는 방안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금강제화나 형지에스콰이어 같은 내셔널 브랜드는 이미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로 소싱을 확대한 상황입니다.

사실 제가 이번에 취재를 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제화시장 자체가 축소되는게 이번 이슈의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국내 시장 규모는 한정된 만큼 성수동이 무대를 넓혀서 국내 브랜드 제품 뿐만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수주 역시 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앵커) 제화업계에 이번 파급은 앞으로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전개되는지 소식 계속 전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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