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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취소 그 후…'시장과 소통 부족'이 원인 꼽혀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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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방송 MTN 권순우 기자]
[앵커멘트]
앵커> 순환출자와 일감몰아주기 해소 등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추진했던 지배구조 개편이 취소됐습니다. 외국계 자문사들이 잇따라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캐스팅보트가 될 국민연금도 선뜻 찬성 의사를 표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주총에서 무산이 되는 것보다 먼저 안건을 취소한 겁니다. 권순우 기자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 취소, 그 뒷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취소한 이유가 뭔가요?


[기사내용]
기자>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는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취소했습니다.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면 재검토 하기로 한 겁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며 "어떤 구조 개편 방안도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업 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보완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취소된 것은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먼저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단기 투자 수익을 원하는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이후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 기업지배구조원도 잇따라 반대의사를 표시했습니다. 한국 기관투자자인 트러스톤, 키움자산운용은 찬성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국민연금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로 넘겼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주주총회에서 부결이 되는 것보다 투자자들의 의견을 선반영해 안건을 철회하는 것을 택한 겁니다.

앵커> 시장이 현대차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단 지배주고 개편안에 가장 부정적인 주체는 현대모비스 주주입니다. 불만은 층위별로 3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1단계는 현대모비스의 국내 부문을 넘기는 것 자체가 싫은 겁니다. 현대모비스의 수익에서 국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나 됩니다. 해외부문, 핵심부품 부문은 성장하는 사업부문이고 국내 모듈, A/S부문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는 사업입니다. 안정적인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부문을 넘기면 현대모비스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1단계의 이유입니다.

2단계는 인수 주체가 글로비스라는 점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은 정몽구, 정의선 등 총수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팔아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정의선 부회장 등은 글로비스 주식을 30% 가까이 가지고 있습니다. 팔아야 하는 글로비스의 주가를 올리고, 주식을 사야 하는 현대모비스 주가는 떨어 뜨리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겁니다.

3단계는 분할, 합병비율입니다. 안팔았으면 하는 사업부문을, 의도가 불순해 보이는 글로비스에 팔면서, 심지어 싸게 팔았다는 겁니다. 이것인 전문적인 분야인데,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몇가지만 지적하자면 분할 부문의 가치를 할인하는 가중평균 자본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 베타를 너무 높게 잡아 수익 가치를 저평가 됐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앵커> 반대하는 주장만 들어보면 총수 일가에 유리한 지배구조 개편안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현대차가 주주들이 반발할 만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든 이유는 뭔가요?

기자> 기술적인 부분은 판단의 영역이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다릅니다. 반대 의사를 표시한 기업지배구조원 역시 분할 합병 비율은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분할, 합병 비율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자동차그룹을 이끌어가는 청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완성차에서 자율주행, 친환경, 커넥티드 등 각종 전장 부품들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재 전장 분야 4~5개 기업을 대상으로 전략적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 기대하던 지주회사가 아니라 지배회사 구조를 선택한 이유도 그렇습니다.

지주사가 되면 대규모 투자를 할 때 지분율 규제 등 각종 규제 대상이 됩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가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하려면 지주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것은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비전이 주주들을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장기적인 비전이 눈 앞에 이익을 압도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은 이대로 무산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 겁니까?

기자>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보완 후 새로운 개편안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엘리엇이 주장하듯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은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입니다.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합병 비율 조정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합병 비율 자체를 조정하는 방법도 있고, 분할 부문을 상장 시켜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하고 이후 합병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 시너지와 그룹 비전 등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가 해소되는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큰 틀에서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이해 관계자인 정부를 설득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로 한정해 소극적으로 소통한 측면이 있습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규제 리스크 완화에 초점을 두면서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며 “중장기 사업적 시너지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완성차도 같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화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현대차그룹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주가도 영향을 많이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떨까요?

기자>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더 설득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만큼 향후 지배구조 개편안을 만들 때 지금보다 좀 더 유리한 구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현대모비스 주식을 많이 들고 있는 기아차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같은 흐름은 현대모비스뿐 아니라 현대차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4월 개선된 실적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과 실적 개선이 이뤄지면 오랫동안 눌려 있던 현대차그룹 주식도 움직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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