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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정의선·정기선 전면에 나서는 대기업 3세들…달라진 지배구조

권순우 기자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이 살아온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사업 구조를 만들 당시에는 최적의 구조였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흘러 기업의 규모와 주력 산업이 달라지면 지배구조가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성장하면 옷을 바꾸듯 기업도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지배구조를 바꿔야 할 때가 있습니다.

최근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 개편이 한창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재벌 개혁 의지가 큰 이유겠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습니다.



취소가 되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 하나는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이 대부분 그룹들이 진행한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원활한 M&A’ 때문입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자체적인 역량 강화 외에도 대규모 M&A를 추진하고 글로벌 기술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M&A를 하려면 많은 투자 자금이 필요합니다. 현대모비스가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할 때 현대차, 기아차가 함께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공동으로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또 투자를 할 때 마다 자회사는 30%, 손자회사는 100%를 의무 보유하는 규정을 맞추기도 힘듭니다. 지주사는 계열사가 함께 참여할 정도의 대규모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현재 그룹의 중심인 현대차가 아니라 부품회사인 모비스를 지배회사로 꼽았습니다. 정의선 부회장은 “모비스를 단순한 부품 업체에서 독일의 보쉬에 도전할 만한 최첨단 기술 중심 회사로 변모 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센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전기차와 같은 자동차 기술의 선두 주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 산업의 주인공은 엔진 등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완성차였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친환경차의 시대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지면서 파워트레인보다는 레이더, 통신, 디스플레이 등 전장 부품이 혁신적인 자동차 시대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배터리팩, 수소 연료전지 스택이 파워 트레인 역할을 대신하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에 내연기관(엔진)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부품회사가 완성차 회사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첨단 기술을 선도하며 완성차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겁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무산이 되자 정의선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본인 명의로 발표문을 만들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생존과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개혁과 변화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주주 환원으로 선순환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직접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취소된 것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취소됐지만 큰 틀에서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려고만 한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자동차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번 발표안이 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올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 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조선)과 현대일렉트릭(전력), 현대건설기계(기계), 현대로보틱스로 분할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비중이 너무 커서 나머지 전기전자, 건설장비 등 비조선 사업부의 존재가 미미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업은 사이클 산업이기 때문에 호황기에는 엄청난 돈을 벌지만 불황기에는 극단적인 상황에 맞닥뜨려야 하는 산업입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 본업에 집중하고, 나머지 건설, 전기전자 계열사들은 각각 독립된 경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현대중공업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비조선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사업부를 독립시킨 것과 함께 신규 사업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표적인 신규 사업은 현대오일뱅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매출 4조 8천억원, 영업이익 3100억원을 올리며 조선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룹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2조 7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그룹 매출을 지금의 두배 수준인 70조원까지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언제까지 좋아질지 나빠질지 끝이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은 세계 1등 조선소이기 때문에 시황이 어떻게 되더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시황에 따라 급변하는 조선업의 변동성을 나머지 비조선 분야가 보완하는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승진 이후 처음으로 다음달 4일 열리는 세계 최대 선박 박람회 ‘포시도니아 바람회’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정기선 부사장은 수주 경쟁이 치열한 조선업의 영업 일선에서 뛰는 선박해양 영업부문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 부사장은 이번 박람회에서 전 세계 조선의 큰 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지분 5%를 확보해 3대주주로 올라서며 책임 경영을 강화했습니다.

또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이사이기도 합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이 인도된 이후 운항과 정비, 수리 등 애프터 마켓을 담당하는 회사입니다. 영업이 고객을 만드는 과정이라면 애프터마켓은 고객을 관리하는 사업입니다.

정 부사장은 자청해서 현대글로벌서비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는 “사실상 본인이 A/S사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서 만들었다”며 “본인이 책임지고 경영을 해서 입증을 하겠다는 생각이며 3년 만에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조선업에 있어 첨단 사업부 역할도 합니다.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이 되듯 조선업도 환경 규제에 따라 친환경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개조와 국제해사기구가 요구하는 환경 규제에 맞는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글로벌서비스는 미국 도리안 LPG가 운영중인 LPG선 10척의 메인 엔진을 이중연료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하면 흔히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세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이같은 인식은 산업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지연시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배구조 개편은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주력 산업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반이 되기도 합니다.

일감몰아주기, 순환출자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려지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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