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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배틀그라운드 vs 포트나이트 법정분쟁 '막전막후'②

배틀로얄 류 슈팅게임의 '문법', 배타적 권리로 인정받을까
서정근 기자

국내 게임사가 외국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국내 업계와 이용자 반응은 블루홀-펍지 진영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지난 4월 펍지가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넷이즈를 제소한 것이 알려졌을 때와는 다른 양상입니다.

한 개발자는 "넷이즈의 해적판은 '배틀그라운드' 대표 캐릭터의 헬멧, 와이셔츠, 넥타이 이미지 까지 그대로 따라하는 등 외관상 유사성이 현저한데 '포트나이트'는 적어도 겉보기에 유사성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넷이즈의 '나이프 아웃'. '배틀그라운드' 짝퉁 게임으로 지목돼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저작권 침해로 제소된 바 있다.

이 개발자는 "고립된 곳에서 불특정한 사람들이 모여 한 사람이 살아남을 때 까지 싸우는 '배틀로얄' 콘셉트는 일본 대중문화에서 비롯됐고 'ARMA2', 'ARMA3', 'H1G1' 등 동종 장르 선발 게임들에서 이미 구현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게임 모두 헬기나 공중버스를 타고 날다 낙하산에 의지해 지상에 착륙한 게이머들이 각개약진 하며 싸우는 방식인데, 게이머들이 이동할 수 있는 범위인 '자기장'이나 '원'이 시간이 갈수록 축소됩니다.

게임 캐릭터들이 발딛고 설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줄어들고, 최후까지 남는 이용자들은 근접거리에서 한 타 싸움으로 생과 사를 오고 갑니다.

게임 시작 부분, 캐릭터 간의 격돌을 재촉하는 시스템 설계,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에서 분명 유사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슈팅게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크게 다르기 쉽지 않고 '포트나이트'에 나름 차별성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벽, 지붕, 계단 등을 건설하며 저격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액션 빌딩(action building)' 시스템이 대표적입니다.

게임 창작성과 지재권에 대한 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해도 최소한 '면피'는 될 수준이고, 관대한 시선으로 보면 '창의적인 벤치마킹'이라는 쪽에 적지 않은 공감이 형성돼 있기도 합니다.

국내 개발자 군이 펍지의 소송에 냉소적인 이유는 넥슨의 '서든어택' 등 주요 총싸움 게임에 배틀로얄 류인 '생존 모드'가 대부분 추가돼 있기 때문입니다. 펍지의 논리가 인정되면 넷이즈나 에픽게임즈 뿐 아니라 자신들도 '표절꾼'이 되기 때문이지요.

'배틀그라운드'의 글로벌 판매고는 4000만장을 넘어섰습니다. 게임을 구매할 때 일시불로 돈을 내고 추가 과금이 없는 구매정액제 방식의 게임입니다. 3만2000원 한 번 내고 무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국내 업체가 구매정액제 방식으로 내놓은 게임 중 세계 무대에서 이같은 성과를 낸 사례가 없습니다. 2017년에 게임 올림픽이 열렸다면 '배틀그라운드'는 금메달 감입니다. '한국인이 만든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이지요.

그런데 수익성 측면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인기 만큼의 실속을 챙기진 못합니다. 한 번 구매하고 무한정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3'가 한국과 중국 게이머들에게 10여년 간 무한 사랑을 받았으나 블리자드가 이를 통해 큰 돈을 벌지 못한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런데 '포트나이트'와 '포트나이트 모바일'은 돈 내지 않고 기본 플레이를 무료로 즐기게 하고 아이템 구매 등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돈을 법니다. 초기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죠. 해외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포트나이트'의 4월 매출은 2억9600만 달러(3180억원)에 달합니다.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패권을 잡았고 평판 또한 좋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PC버전이나 콘솔 버전이 추가로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 역할을 합니다.

글로벌 대세게임이라는 상징성도 가져가버려, 이 게임이 장수하면 언젠가 출시될 '배틀그라운드2'나 신규 프랜차이즈의 글로벌 시장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상용 서비스 허가가 언제 날지 몰라, 펍지 입장에선 국내 시장은 사수해야 할 최후 보루입니다.

에픽게임즈 코리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천에 하나, 만에 하나' 국내서도 '포트나이트'가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물론 전편에서 언급한 펍지와 에픽 간의 갈등, 두 게임간의 경쟁에 따른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김창한 대표 등 펍지 개발자들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신념이 소송의 '순수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드'는 남한 인구 수에 육박하는 유료 구매자를 확보한 게임입니다. 한 때 법인의 안정적 운영도 장담키 어려웠던 한 게임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쏘아올린 기적같은 흥행작입니다. 자본과 인력이 넘쳐나는 주류 게임사들이 하지 않았던 독창적인 방식으로 도전했고, 또 하나의 표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습니다.

이 표준이 배타적인 권리로 인정돼 불가침의 영역으로 공인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마냥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그 결과는 펍지 vs 에픽 간의 항쟁 뿐 아니라 국제 게임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얻을 전망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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