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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다국적사 갑질로 번진 의약품 특허권 문제…해결방안 없나?

박미라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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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산업2부 박미라 기자입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건 '리피오돌'이라는 간암 치료제입니다. 암 세포를 제거하는 주사제인 리피오돌은 국내 간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리피오돌을 공급하는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 코리아가 리피오돌 약값을 올려달라고 우리 정부에게 요구하는 과정에서 물량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게르베코리아는 "정부와 약값을 협상하는 기간에는 리피오돌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다시 밝히면서, 의약품 특허권(독점권)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갑질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의약품 특허권(독점권)을 내세워 약값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제약사들. 과연 게르베코리아 한 곳 뿐일까요? 지금부터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앞서 게르베 코리아의 리피오돌 사태 말씀해주셨습니다. 자세한 내용 다시 설명해주시죠.

기자> 게르베 코리아는 영상진단에 사용하는 조영제를 판매하는 프랑스에 본사를 둔 제약사 입니다.

현재 국내에 리피오돌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약가인데요.

지난 2012년에 회사는 리피오돌 약값을 일부 인상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지난 3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또 약값을 인상해달라며 약가조정 신청을 했습니다.

회사는 2015년 이후 수입 원가가 상승하면서, 손실이 계속 누적됐다면서, 이번에 다시 약값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문제는, 회사가 약값을 올려달라는 과정에서 치료제를 아예 공급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공급하겠다는 등 말을 번복해 공분을 샀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게르베 코리아가 심평원에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리피오돌 물량이 부족하다며 국내 공급을 끊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후 문제가 커지자 화면에 보시는 것처럼 회사는 공문을 통해 리피오돌 수입을 재개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에는 "정부와 약값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이라는 단서를 붙여 상술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앵커> 국내에서 책정된 리피오돌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현재 리피오돌 가격은 5만 2560원입니다.

게르베 코리아는 이 가격을 26만 2800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회사가 요구하는 약값은 기존 약값의 5배나 되는데요.

리피오돌은 의약품 특허권으로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리피오돌을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 마저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회사가 약값을 5배 가까이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회사 설명은 이렇습니다.

리피오돌의 주원료인 천연 양귀비 오일 특성 때문에, 생산이 한정적이고,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의 경우 지난 3년 사이 리피오돌 사용량이 20배 가까이 폭등해서, 물량 확보와 공급을 위한 국가 간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중국에서도 리피오돌 한 개의 가격을 약 30만 원으로 인상해 줬다는 겁니다.

게르베코리아 측에 자세한 설명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민감한 사항이라면서 인터뷰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대신 취재진에게 문서로 보내온 회사 측 입장은 이렇습니다.

[회사 관계자: 2년 전부터 정부에게 리피오돌 약가인상을 요구했었다. 몇 년간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의 생산과 공급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리피오돌) 공급이 부족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지금도 약값협상이 진행중인 가운데, 복지부와 원활한 협의를 거쳐 리피오돌 공급 안정화에 힘쓰겠다.]

현재 복지부와 회사는 가격협상을 진행 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약값 협상을 시작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타결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과거에도 의약품 특허권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의 물량 공급 중단 사태가 있었죠?

기자> 네, 로슈와 노바티스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약값에 동의할 수 없다며 로슈는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을, 노바티스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공급을 수년간 거부했습니다.

노바티스의 경우 글리벡 한알에 2만 5000원을 요구해, 환자들과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심장수술에 사용되는 인조혈관을 공급하던 미국 의료기기 업체 고어가, (인조혈관) 가격을 인상해 주지 않는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아예 나가겠다고 한겁니다.

하지만 이들 제약사 모두 의약품 등의 공급 중단 조치 이후 기존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습니다.


앵커> 의약품 특허권을 내세워 무리하게 약값을 올려달라고 하는 점도 문제이지만, 특허권으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기자> 대표적인 예가 바로 폐렴구균 백신입니다.

국내산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지고 있는 페렴구균백신 특허권이 이러한 신약 개발 진행을 여러모로 막고 있는 겁니다.

현재 폐렴구균 백신은 GSK와 화이자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이자의 경우 백신을 투약하는 양, 백신을 담는 용기까지 특허권을 낸 상태입니다.

현재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은 조성물특허가 오는 2026년 3월까지 유효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조성물 특허는 물질, 물품을 구성하는 원료나 성분에 부여되는 특허권을 말합니다.


앵커> 제품을 개발 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권 때문에 제품을 상용화 조차 못하고 있다는 거군요?

기자> 네, SK케미칼과 LG화학이 백신을 자체 개발 중에 있지만,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권 때문에 제품 상용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SK케미칼의 국산 최초의 폐렴구균백신 '스카이뉴모' 개발을 이미 마쳤지만,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SK케미칼은 화이자와 이 문제로 소송도 진행 중이지 않습니까?

기자> 네 SK케미칼은 화이자와 프리베나13의 조성물특허 무효화 소송을 약 6년째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SK케미칼이 모두 패소한 상태인데요, 현재 3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권 행사로 인해 현재까지 국내 폐렴구균백신 시장에 출시된 국산 제품은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 전체 페렴구균 백신 시장의 80% 이상을 프리베나13가 장악하고 있고, 나머지는 GSK 제품인 신플로릭스가 치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처럼 신약개발을 저해하고, 무리한 약가인상을 요구하는 등의 의약품 특허권 남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요?

기자> 우선 글로벌제약사와의 약가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협상력을 더 강력하게 키우는 것이 일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 입니다.

전문가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강아라 정책국장 / 건강한 사회를 위한 약사회 : (제약사) 가지고 있는 다른 약제에 대해, 그런 약제들은 독점권(특허권)이 있거나,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가는 건 아니므로, 그런 약제에 다해 향후 협상에서 패널티를 줄 수 있다는 식의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가 협상력을 강력하게 쥐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제약사와 동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합니다.]


앵커> 앞서 소개해드린 게르비코리아의 리피오돌 사태들 처럼 의약품 특허권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거 같습니다. 관련 내용 계속 취재 해주시죠.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미라 기자 (mrpar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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