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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삶 바꾸는 스마트폰…"게임 중독부터 핀테크까지"

고장석 기자

북한의 스마트폰 '평양 2418'

"요즘 북한은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있어요. 시장에서 야채 장사하는 할머니도 게임을 하느라 장사를 못 합니다."

북한에 지능형 손전화기,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도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에 중독된 주민은 물론 현금 대신 스마트폰으로 돈을 주고받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북한의 스마트폰 가격은 일반적으로 800달러, 우리 돈 90만원에 달한다. 강영실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과학기술 박사는 "최근 1년 사이 북한에서 온 100명을 만나 조사한 결과 시골이나 농촌에 있는 분들은 스마트폰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신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은 곳도 많다.

하지만 도심지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강 박사는 탈북 주민들은 도시에 사는 대부분의 북한 주민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 모두가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 마케팅기업 '위알소셜(We are social)'과 캐나다의 IT기업 '‘훗스위트(Hootsuite)'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37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북한의 인구 대비 약 15% 수준이다. 평양 지역에 국한할 경우 보급률은 70%대에 육박할 정도다.

이외에도 불법 반입된 중국 통신사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민도 적지 않아 이용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스마트폰 브랜드 3파전…아리랑·평양·진달래

북한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은 아리랑과 평양, 진달래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스마트폰 도입 초창기인 2014년에는 아리랑 시리즈가 고급 모델, 평양이 하위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금은 두 시리즈 모두 고급기종과 하위 기종을 갖췄다. 여기에 진달래가 경쟁에 끼어들어 3파전의 형국이다. 다만 진달래는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는 소문이 돌아 주민들의 외면을 받아 단종된 적도 있다.

지난 3월 공개된 북한의 스마트폰 ‘아리랑171’은 지금까지 나온 북한의 스마트폰 중 가장 고성능이다. 프로세서는 미디어텍의 데카(10)코어 MT6797을 탑재했다. 4GB 램에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7.1.1, 누가(Nougat) 버전을 사용한다. 아리랑 171외에 다른 기종들은 성능 측면에서 한국보다 2~3년 정도 뒤처진 수준이다.

◆북한의 앱 "게임, 교육, 체제선전이 주요 콘텐츠"

북한 주민들에게 스마트폰 게임은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기존에는 단순히 아이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노인들까지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3D 방탈출 게임인 ‘3차원 비밀문’, 유명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의 개조 버전인 ‘고무총쏘기’이외에도 ‘식물키우기’, ‘주패놀이’, ‘썰매타기’ 등 다양한 게임이 있다.

직접 ‘3차원 비밀문’을 켜자 뛰어난 3차원 그래픽이 눈에 띄었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임에도 부드럽게 화면이 돌아갔고, 게임의 내용도 무난해서 북한이 만들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교육을 위한 앱도 다양하다. 화장품 사용법을 알려주는 앱이나 시기별 농사일 노하우를 알려주는 앱도 있다. 이외에도 피아노 연습, 한방치료,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교육 콘텐츠가 있다. 특이한 점은 체제를 선전하는 전자책이 기본으로 탑재돼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총서’는 김일성 주석부터 3대에 걸친 기록이 담겨있다.

다만 북한의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다. 북한의 내부망인 ‘광명망’에만 접속 할 수 있고 그마저도 소식을 받아보는 정도만 가능하다. 앱도 직접 ‘봉사소’에 가서 구매한 뒤 기계로 스마트폰 메모리에 옮겨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돈도 보내고 환율도 확인

북한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환율을 확인한다. 북한은 물품을 거래할 때 달러나 위안화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율이 물가에 즉각 반영된다.

북한에서는 분기당 통화시간이 1인당 200분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타인 명의의 휴대폰을 여러 대 소지하는 경우도 있다. 피쳐폰의 경우에는 업무상 통화량이 많은 상인들은 대부분 4대에서 많게는 7대 이상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주민들끼리 돈을 보낼 수도 있다. 북한은 은행이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돈을 주고받을 때는 스마트폰이 개인 금융의 역할을 한다. ‘울림’이라는 카드를 사서 스마트폰 앱에 번호를 입력하면, 카드의 가격만큼 돈이 충전된다. 이를 다른 사람의 전화번호로 보내는 방식으로 송금이 이뤄진다. 앱으로 받은 돈은 봉사소에 가서 인출할 수 있다.

강영실 박사는 "스마트폰이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며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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