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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일감몰아주기 전방위 압박…실속은 사모펀드가?

권순우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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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법이 정한 기준 이상으로 압박 강도를 높이자 아예 의혹이 있는 회사를 매각하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을 사들이는 주체가 주로 사모펀드들인데 문제는 일감까지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 손쉽게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권순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특정 업종 회사 지분을 매각하라고 언급했다가 주가가 폭락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공정위는 어떤 압박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공정위는 올해 5월 1일 기준으로 공시대상 2083개 회사에 대한 공시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공시를 제대로 했는지 보겠다는 건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을 솎아내 직권조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주년 간담회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볼 항목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지목한 이후라, 공시 실태 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더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습니다.

점검 대상은 법적으로 일감몰아주기 감시 대상인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203개뿐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 기업 219개도 대상입니다. 규제 대상이 지분 30%라면 이를 살짝 회피해 29%로 낮췄다든지 하는 기업을 규제 사각지대 기업으로 지목한 겁니다.

이밖에도 비영리법인과 거래한 회사가 있는데, 이는 재단법인과의 거래를 의미합니다. 총수 일가가 그룹 자금으로 공익재단을 만들고 여기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부당한 거래를 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섭니다.

금호그룹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의 일감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나 죽호재단의 자회사에 주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GS그룹의 경우 남촌재단이라는 공익재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속적으로 GS건설 주식을 남촌재단에 증여했고 지분율이 20%대로 낮아졌습니다. GS건설은 GS그룹 계열사들과 내부 거래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분율이 30%가 안되기 때문에 사익편취 규제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이밖에도 상표권, 컨설팅 등의 명목으로 기업의 이익을 편취할 수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지주회사, 상표권 거래 등을 5대 집중 점검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공정위는 1건당 거래 규모가 1 억원이 넘는 거래의 세부 사항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공식적인 기준은 50%억원 이상인데 공시를 피하기 위해 49억원, 1억원으로 쪼개서 거래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임원의 변동처럼 공시 빈도가 높은 거래는 3~5년 주기로 보기로 했습니다. 공시 점검의 목적이 일감몰아주기임을 분명히 한 겁니다. 혐의가 포착되면 직권 조사에 나설 방침입니다. 공시 점검이라기 보다 사전 조사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도입이 된지 꽤 됐는데, 공정위가 이렇게까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이유가 뭔가요? 아직도 심각한가요?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총수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라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IT, 물류, 부동산관리, 광고등의 업종을 찍어 지분 매각을 압박하자 관련 회사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건 악재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김상조 / 공정거래위원장 : 직계 위주의 대주주 일가에서는 주력 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해주시고 나머지는 가능한한 빨리 매각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대주주 일가들이 비주력, 비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의 조사, 제재 대상이 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전산, 광고, 물류, 부동산관리 등의 업종을 지목했고 그러다보니 삼성그룹의 전산을 담당하는 삼성SDS, 현대차그룹의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 등의 주가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주주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김상조 위원장을 해임시켜달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김 위원장은 ‘비상장사’를 지목한 것이라며 수습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일감 몰아주기가 여전히 그렇게 만연한가요? 김 위원장이 왜 그렇게까지 거세게 몰아붙이는 거지요?

기자> 법적인 의미에서 일감몰아주기는 상당히 많이 개선이 됐습니다. 공정거래법이 정의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기업이, 전체 매출 중 내부거래 비중이 12% 이상인 경우입니다.

이런 기업을 사익편취 규제대상기업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으로 정해지더라도 거래가 불공정하게 된 경우에만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이 되면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은 해소를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건데요.

예를 들면 지분의 30% 이상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라고 하니 현대글로비스의 정의선 회장 등의 지분이 29.9%로 낮추는 것 같은 사례들이 나타난 겁니다.

또 GS그룹의 경우는 전산회사인 GS ITM 여전히 내부 거래 비중이 70%가 넘습니다. 자신들의 정당한 가격에 거래를 하고 있으니 조사를 받아도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일감몰아주기라는 것의 객관적인 용어는 ‘계열사간 거래’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LED를 삼성전자가 쓰고 현대모비스가 만든 부품을 현대차가 쓰는 것도 계열사 간 거래입니다. 모든 계열사간 거래를 못하게 할 수도 없고 그런 규제를 해서도 안됩니다.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거래는 총수 일가가 자기 주머니를 채울 목적으로 일감을 모두 가져가는 행위입니다.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문제와, 중소 기업들도 할 수 있는 청소, 경비 업무 등을 총수 일가가 다 하기 때문에 경제력 집중도 나타나게 됩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규제 이상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압박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

[김상조 / 공정거래위원장 :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 아니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거래 생태계를 파괴하는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합니다.]

법적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기준에서는 벗어났다고 하더라도 경제력 집중 개선이 미흡하다보니 김 위원장이 역점적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앵커> 법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개선은 이뤄졌지만 개선 효과는 미약하다는 말이 좀 헷갈리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기자> 기업들은 법적인 의미에서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했지만 그 일감이 중소기업에게 간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한화그룹은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전담하는 한화S&C의 일감몰아주기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가지고 있는 회사인데, 계열사 전산업무를 독점하다보니 일감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한화그룹은 한화S&C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을 갖지 않도록 했고요. 지분 매각, 합병 등을 통해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을 현저히 낮추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 한화그룹의 전산 일감을 독점해 김승연 회장의 아들들이 주머니를 채우는 일은 개선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화그룹의 전산 일감을 중소기업들에게 나눠준 것은 아닙니다.

최신원 SKC회장(현 SK네트웍스 회장)은 SK텔레콤에 통신장비를 100% 납품하는 ANTS가 문제가 되자 친족 범위를 밖에 있는 사위에게 회사를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는 벗어났지만 SK텔레콤이 쓰는 통신장비는 여전히 중소기업들에게는 진입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또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 손경식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조이렌트카를 최근 매각했습니다. 조이렌트카는 CJ그룹 계열사 임원 차량을 공급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지적이 나오자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을 했습니다.

이 역시 CJ그룹 임원 자동차 대여 일감으로 손경식 회장이 돈을 벌게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른 중소 렌트카 업체가 CJ그룹 계열사 임원 차량 대여 일감을 얻게 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대기업집단들은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지분을 매각할 때 사모펀드로 매각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러면 계열사 일감으로 총수일가가 돈을 벌다가, 사모펀드가 돈을 버는 구조가 됐습니다. 어차피 일감은 그 안에서 돌기 때문에 중소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앵커> 총수 일가들은 지분을 왜 사모펀드에 매각을 하는 거지요?

기자>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기 때문입니다. 사모펀드는 회사를 지속적으로 지배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시점에 팔아 수익을 올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자기가 일방적으로 일감을 주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사모펀드가 일감몰아주기 회사를 사게 되면 사모펀드는 안정적인 일감을 통해 회사를 키워서 나중에 되팔 수 있고, 대기업은 일감회사에 다른 주인이 생기는 것보다는 높은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 사모펀드 CEO 중에는 금수저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상훈 모건스탠리PE 대표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장남이고, 구본웅 포메이션8파트너스 대표는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장손입니다.

블루런벤처스의 윤관 대표는 고 구본문 LG그룹 회장의 사위이고,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위입니다. 총리 아들, 국회의원 아들, 회장 아들 금수저들이 많은 곳이 사모펀드 시장입니다. 총수일가와 금수저들은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습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사모펀드 관계자 : 사모펀드 중에 높은 사람 자재분들도 많고 사는 쪽이 파는 쪽이나 믿을 만한 사람들끼리 하거든요. 난 저 사람이랑 어릴 때부터 알아 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앵커> 중소기업들에게 일감을 나눠 주라고 진행한 일감몰아주기 해소 정책이 사모펀드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하니 뭔가 개선이 필요한 듯 보이는데요. 또 다른 부작용은 없습니까?

기자> 사모펀드가 일감 회사를 사게 되면 구조의 불투명성은 더 높아집니다. 최악의 상황은 지분을 맡겨두는 ‘파킹’입니다. 사모펀드가 지분을 갖고 있긴 하지만 모기업에서 일감을 주지 않으면 일감 회사의 매출은 급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분은 없지만 사실상의 지배력은 여전히 총수일가에게 있다는 거지요.

지금은 정권의 압력 때문에 사모펀드에게 지분을 매각했지만 나중에 분위기가 바뀌면 다시 지분을 재매입할 수도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은 ‘비가역적’ 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퇴임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또 사모펀드 자금의 출처도 알 수가 없습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경영 일선에 있지만 자금은 LP, 유동성 공급자가 댑니다. 일감 회사를 인수한 자금이 총수일가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모기업 계열사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사모펀드와 총수일가 사이에 이면거래가 발생하면 조사를 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이면 거래에 대한 조사 의지는 없어 보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여부와 상관없이 총수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비상장계열사를 매각할 것을 촉구한 만큼 사모펀드 매각은 더 많아질 전망입니다.

앵커>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또다른 문제는 없나요?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초부터 4대그룹 등 초대기업집단을 타겟으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형식적이든 실질적이든 4대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작업을 상당히 진행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중견기업들은 여전히 일감몰아주기를 지속하고 있고 공정위의 관심 밖에 있습니다.

사조그룹은 지주사격인 사조시스템즈는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 업종인 부동산 임대, 용역경비, 전산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사조시스템 매출의 75%는 계열사 거래에서 나오고, 최대주주는 주진우 회장의 아들 주진홍씨입니다.

자동차 부품사인 성우하이텍의 경우 계열사인 아이존, 에이앤엠, 성우하이텍선장은 매출의 거의 전부가 내부거래입니다. 3개 기업 모두 이명근 성우하이텍 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계열사들은 주로 성우하이텍이 만든 부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을 하고 있습니다.

레미콘 건자재 사업을 하는 유진기업의 경우 유경선 회장과 아들 유석훈 상무 등 일가가 가지고 있는 물류회사 선진엔티에스, 부동산 임대회사 천안기업 등이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지목을 되고 있습니다.

앵커> 일감 몰아주기 이번에는 끝을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김상조 위원장은 최근 소망이 있다면 일감몰아주기가 아닌 일감 나눠주기가 정착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가 계열사간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예 사라질 수는 없습니다. 보안상의 이유로, 오랜 거래 관계를 이유로 계열사간 거래를 모두 끊을 수는 없습니다.

또 단기적인 정책 성과만 보게 되면 대기업 집단은 적당히 구조를 바꾸고, 자기가 먹던 일감을 사모펀드나 친인척에게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경제력이 집중되는 일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이전에 비해 총수 일가가 기업의 일감을 편취하는 일은 개선이 되고 있습니다.

아예 계열사간 거래가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 하겠지만 대기업들은 일감을 나누기 위해, 중소기업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부 역시 실질적으로 경제력 집중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감시를 지속하고 중소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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