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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가로채 외화벌이"…북한 해커의 삶은?

고장석 기자

북한에서 '정보 전사' 해커가 되는 일은 IT업계 최고의 성취로 꼽힌다. 해커라는 직업은 비밀 기관에 소속돼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이 핵, 생화학무기와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으로 불릴 정도로 중요시될 만큼 해커들은 상위 1%의 생활을 보장받는다.

◆北해커, 다양한 특권과 혜택 누리는 상위층

북한은 정부 주도로 해커 등 과학자들을 우대하고 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공학박사는 "해커가 되면 조선노동당에 입당할 수 있어 출셋길이 열린다"고 전했다. 조선노동당은 북한의 유일한 정당으로 당원 자격이 출세와 권력을 갖는 데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한다.

해커가 되면 북한 주민들이 생각지도 못하는 자유를 누린다. 중국이나 인도의 유명 대학으로 유학·출장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북한 내 다른 어떤 과학자들도 불가능한 인터넷을 해커들은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

경제적 혜택도 파격적이다. 해커들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을 해킹하는 데 성공하면 가로챈 금액 일부를 성과급처럼 지급받는다. 평양 여명거리 등에 있는 현대식 아파트를 배정받는것은 물론 출근할 때면 고급 리무진 버스가 태우러 오는 등 북한의 일반 주민들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다.

김 대표는 “해커의 가족들이 경범죄를 저질러도 눈감아 줄 정도로 해커의 위상이 높다”고 말했다.



◆해커가 되려면?…‘엘리트 출신’과 ‘군인 출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북한 주민이 해커가 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해커의 길을 걷는 ‘엘리트 코스’와 군대에서 선발되는 ‘군인 코스’다.

컴퓨터 영재로 선발되면 20대에 해커가 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북한 전역에서 컴퓨터 영재를 뽑아 평양의 ‘금성 1ㆍ2중학교 컴퓨터영재반’에 배치하고 있다. 영재반 졸업생들을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컴퓨터대학등에 입학해 특별 관리 대상이 된다. 이후 중국·인도 등에서 유학 생활을 거친 뒤 해킹 전문 부대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해킹 전문 부대의 지휘관으로는 군인 출신의 인재를 영입하는 경우가 많다. 군에서 복무하다가 IT전문 대학교에서 공부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군인 출신은 사상적으로 훈련을 받았고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고 평가받기 때문에 일반 해커가 아닌 팀장급으로 배치된다.

◆해킹 전문 부대, ‘과제중심’에서 ‘기능중심’으로



지난 2009년부터 북한의 해킹 부대는 전문성과 효율성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기능중심적'으로 변화했다.

현재 사이버 해킹을 총괄하는 '정찰총국 제3국 사이버 지도국' 아래로 크게 4개의 부대가 특화된 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남한의 군과 청와대 등 핵심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121부대',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 등 사이버 외화벌이를 전담하는 180부대, 외국의 최신 과학 기술과 특허를 수집하는 '91호실', 최신 사이버 공격 기술을 연구하는 110연구소 등이다. 부대 안에서도 해킹 대상 파악과 분석, 암호 해독, 코드 작성, 공격 실행조 등으로 해커들이 세분화 되어있다.

과거 북한의 해킹 부대는 ‘과제중심적’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개 해킹 부대가 있다고 하면 모든 부대가 같은 능력을 지녔고, 동시에 각기 다른 10개의 목표를 해결하는 병렬적인 구조였다.

◆가상화폐 거래소 공격하는 ‘180부대’

북한 해커들의 주 업무 중 하나는 해킹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어오는 것이다. 특히 180부대는 ‘불법 외화벌이’에 동원된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격해 비트코인 등을 빼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4개 업체에 10차례에 걸친 해킹 시도가 있었고 북한 해커의 소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해커들은 워너크라이 등 랜섬웨어 프로그램도 이용한다. 랜섬웨어는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인질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해킹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90%가 당의 운영비로 쓰인다. 나머지 10% 정도는 해킹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성과급으로 지급되기도 한다.

김흥광 대표는 "북한 해커들은 짧은 시간 안에 공격 방법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기법을 도입하는데 뛰어나다"며 "기술적으로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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