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특이한 기자들] 신약개발 르네상스…시장성은 과제

정희영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thumbnailstart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산업 2부 정희영 기자입니다. 요즈음 '신약개발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옵니다. 30번째 국산 신약이 탄생하는 등 최근 허가받는 신약 수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최근 5년 동안 10개의 신약이 나왔다고 합니다.

반면, 국산 신약의 시장성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내놨는데, 처방이 잘 되지 않고 심지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해 퇴출된 신약이 적지 않다는 건데요.

오늘 특이한 기자들에서는 국산 신약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신약 허가 현황은 물론 시장성 등 거론되는 문제점과 발전 방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앞서 30번째 신약이 나왔다고 언급하셨는데, 사실 30개 신약이 적은 건지, 많은 건지 모르겠어요.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짚어볼까요?

기자> 지난 6일 CJ헬스케어가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케이캡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30번째 신약이 탄생했는데요.

우리나라 제약산업 역사가 120년인데, 120년 동안 우리 제약사가 우리 기술로 만든 신약이 30개라고 하면 턱없이 적죠.

그런데 이렇게 보여지는 단순 숫자로 평가하기 보다는 제약산업의 역사를 한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눈을 돌린 건 1987년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된 시점부터입니다.

물질특허라는 것은 오리지널약의 물질 자체에 독점권을 주겠다는 건데요. 이전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조방법에 대한 특허만 피하면 복제약을 내놓을 수 있었어요. 근데 물질특허가 도입되면서 복제약 출시가 어려워진 겁니다.

이때부터 제약사들이 앞다퉈 연구소를 세우는 등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 신약개발의 역사는 30년 정도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앵커> 30년 정도라면, 1년에 신약 1개씩 나온 걸로 볼 수 있네요. 근데 특히 최근 국산 신약의 허가 소식을 자주 접하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신약개발에 대한 국내 제약사의 노력이 최근 잇따라 결실을 맺고 있는 걸로 볼 수 있습니다.

국산 신약 1호가 1999년 허가받은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입니다.

이후 5년 단위로 신약개발 수를 보면 최근 5년, 즉 2014년에서 2018년까지 허가받은 신약이 10개에 달합니다. 전체 허가된 국산 신약의 3분의 1이 최근 5년에 나온거죠.

특히 2015년 가장 많은 신약이 허가를 받았는데요. 총 동아에스티의 '슈가논정' 등 5개입니다.

점 더 살펴보면, 현재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는 20개사입니다.

가장 신약을 많이 허가받은 제약사는 어딜까요?

바로, 동아에스티입니다. 2005년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를 시작으로 총 4개의 신약을 허가받았습니다.

2개 이상의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도 8개사로 신약개발 기술력이 축적되면서 게속해서 신약 개발에 성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반면, '국산 신약은 이름값을 못한다', '상업성이 떨어진다' 이런 지적도 있더라고요. 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건가요?

기자> 그렇죠. 공들여 만들었는데 왜 안팔리냐는 거죠.

신약의 시장성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적다라는 지적인데요.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하면 연매출 100억 원이 넘는 신약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30개 국산 신약 가운데 블록버스터 신약은 5개 밖에 안됩니다. 원외처방액 기준입니다.

허가 받은 순서대로 말씀드리면, 대원제약의 골관절염치료제 '펠루비',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LG화학의 당뇨병치료제 '제미글로', 종근당의 당뇨병치료제 '듀비에'입니다.

표를 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가장 처방액이 높은 국산 신약은 보령제약의 '카나브'였는데요. 지난해 처방액이 380억 원이었습니다. 이후 제미글로, 놀텍, 듀비에, 펠루비 순이었습니다.

앵커> 국산 신약 중에 현재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약도 있나요?

기자> 네, 있습니다.

현재 30개 국산 신약 중에 6개 제품은 생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1호 국산 신약인 SK케미칼의 항암제 '선플라주'도 2009년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선플라주 출시 이후 더 효능이 뛰어난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선플라주는 1세대 화학항암제거든요. 지금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어 3세대 면역항암제로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잖아요. 그러면서 선플라주의 처방이 줄어든 겁니다.

이 외에 밀리칸주와 슈도박신주, 올리타는 임상2상 후 조건부허가를 받아 제품이 출시됐는데, 이후 임상3상을 포기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항생제인 동아에스티의 시벡스트로는 조금 다른 경우인데요. 낮은 약가로 인해 국내 출시를 포기했습니다. 현재는 해외시장을 주력하고 있고 생산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이제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보죠. 국산 신약의 시장성이 낮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신약기술 발전 측면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처음에는 신약개발에 대한 기초 기술을 익히는 단계였고, 보유한 신약개발 기술을 현실화하는 수준이었죠. 그때는 이게 잘 팔릴 것인지 못 팔릴 것인지 시장성까진 고려할 수가 없었죠.

사실 초기 국산 신약들은 '시장성'보다는 신약기술 보유라는 '상징성'에 의미를 뒀다고 보면 됩니다.

최근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은 판매되고 있는 글로벌 제약기업의 신약과 효능이 비슷한 '미투 신약' 많았어요.

이제 신약기술력이 쌓이면서 '계열 내 최고 신약을 말하는 '개량신약(Best-in-class)',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열 최초의 신약인 '혁신신약(First-In-Class)'을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혁신신약' 신약들은 당연히 시장성이 보장됩니다.

30호 신약인 케이캡도 CJ헬스케어는 국내 1000억원, 글로벌 1조 이상의 잠재력을 보유한 신약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올 거잖아요. 국산 신약이 시장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신약개발을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라 신약의 차별성을 높이고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합니다.

적응증을 추가하거나 신약에 다른 성분을 추가해 기능을 향상시킨 '복합제'를 개발해 출시하는 겁니다.

일양약품의 놀텍은 지난 2009년 출시된 후 매출이 부진하다가 2012년부터 역류성식도염 적응증이 추가된 뒤 블록버스터로 크게 성장했거든요.

카나브도 고혈압 단일제인 카나브에 이어 카나브에 이뇨제를 합친 '카나브플러스' 등 3개의 복합제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앞서 카나브 처방액이 380억 원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카나브 복합제의 처방액을 합치면 542억원이 됩니다.

카나브뿐만 아니라 제미글로, 듀비에 등도 복합제가 추가로 나왔습니다.

두번째로 어떻게 잘 팔 것인지 마케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합니다.

약의 경우 의사들의 처방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임상시험을 통해서 약에 대한 신뢰를 높여줄 필요가 있고요. 공동 판매 협약 등의 방식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 외에 해외 수출 기회도 모색해야 합니다.

카나브의 경우 중남미, 브라질, 러시아, 동남아 등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어요.

카나브가 이런 수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보령제약이 카나브 출시 후에도 지속적으로 임상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학회 등을 통해 의료진과 공유하며 신뢰를 쌓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제 국내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목표로 개발할 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전문가 설명 먼저 들어보시죠.

[정윤택 /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 : 국내 시장을 상대로 하기 보다는 글로벌 시장, 그래서 미국과 유럽의 강도높은 임상에 대한 장벽을 뛰어넘어서 인지도를 높이고,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도 연계해서 마케팅 전략과 신약개발 전략을 같이 고민하면서 발전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표적인 예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약인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를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미국 임상3상에 돌입했거든요. 회사는 인보사가 골관절염의 근본적인 치료체로 허가를 받으면 미국에서만 55억달러(약 6조 원), 전 세계적으로 100억 달러(약 11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앵커> 신약 개발만 성공하면 끝인 줄 알았는데, 또 이 신약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우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네요. 국내 제약사들이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글로벌 시장에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앞으로 어떤 성과가 나올지 기대해봐야겠습니다. 정희영 기자 수고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정희영 기자 (hee082@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