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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커넥티드 카 갈라파고스' 한국…구글이 촉매제 될까

고장석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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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정보과학부 고장석 기자입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음성인식으로 전화를 걸고, 팟캐스트를 듣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이렇게 자동차 운전 중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정보를 얻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부르는데요. 커넥티드 카의 핵심 기술입니다. 구글은 지난 12일 국내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오토’를 정식 출시했는데요. 구글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의미, 그리고 그동안 뒤처져있던 국내 커넥티드 카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고장석 기자, 자동차를 운전 중에도 여러 콘텐츠와 정보를 얻는 것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고 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내비게이션이나 라디오 듣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커넥티드 카’하고는 어떻게 연결되는 겁니까?

기자> 커넥티드 카는 인터넷과 모바일기기, 운전자가 연결된 자동차를 말합니다. 말씀하신 지도를 찾거나 음성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포함되는데요. 나아가서는 자동차의 상황을 점검해서 실시간으로 경고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를 알려주려면 스마트폰과 차량이 연결돼있어야 하는데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자동차 운전석 옆 화면, 헤드 유닛에 스마트폰의 화면을 띄우는 기술입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최초로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카플레이를 공개했습니다. 구글도 2015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커넥티드 카는 모든 게 연결된 자동차이고, 이 중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입니다.

앵커>구글이 이번에 안드로이드 오토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했는데요. 정확히 어떤 기술입니까

기자>지난 12일에 구글이 한국에도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가 지원되는데요. 음성 명령을 통해 운전 중에도 안전하게 전화를 걸 수 있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도착한 메시지를 음성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특이한 게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성능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데요. 차량에 특화돼 있다보니 화면에 정보를 보여주기보다는 음성으로 바꿔서 들려줍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서 ‘월드컵 축구경기 결과 보여줘’라고 말하면 표가 나오는데, 안드로이드 오토에서 같은 것을 물으면 말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 주는 식입니다.

앵커> 실제로 사용하면 어떨지 궁금한데요. 이걸 이용하려면 따로 기기를 사야 하는 겁니까?

기자>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차량이면 대부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냥 스마트폰을 연결한 다음 안드로이드 오토 앱을 실행하면 됩니다.

현대·기아차는 아반떼, 소나타, K5 등 시판 중인 전 차종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마이링크를 탑재한 한국지엠 자동차, 쌍용차 G4 렉스턴 등이 있습니다. 수입차 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최근 출시한 대부분 차량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합니다.

현대기아차는 안드로이드 오토의 파트너사인데요. 아무래도 2015년에 전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오토 지원 차량을 출시했던 만큼 국내 차량에도 미리 시스템을 갖춰 놓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그런데 2015년에 나온 기술이면 한국에는 왜 이제야 들어오게 된 겁니까?

기자> 사실 안드로이드 오토는 3년 전부터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서는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만 3년 늦은 이유는 바로 지도 문제 때문입니다.

해외에 서버를 가진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정부에 5,000대 1 정밀지도를 국외로 반출하겠다고 신청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2016년에 구글이 원하는 정밀한 지도에 국가 안보 중요 시설물들의 위치가 노출돼 있어 지도 반출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차량에서 가장 중요한 IT기반 서비스는 내비게이션인데요. 구글 측 관계자에 따르면 지도를 못 쓰다 보니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할 수 없었다는 겁니다.

구글은 대신 카카오와 손잡고 안드로이드 오토에 ‘카카오내비’를 탑재했습니다. 자동차 화면에 맞게 안드로이드 오토용으로 디자인도 일부 수정했습니다.

구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로렌스 김 / 안드로이드 오토 리드 매니저 : 카카오와 협력하게 된 계기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 중 하나고, 저도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앱입니다. 파트너로서 같이 열심히 자동차 화면에 맞게 최적화 했습니다.]

구글 지도를 포기하고 카카오내비를 택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글이 한국의 정밀지도를 아예 포기한 것 아닌가'하는 말도 나오지만, 구글 측은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고만 밝혔습니다.

앵커> 사실 지도 데이터라는 게 구글에게 엄청 중요하지 않습니까. 주행데이터도 수집하고 다른 서비스의 기반이 될 정도인데. 구글이 카카오내비를 넣으면서까지 안드로이드 오토를 출시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구글이 지도를 버리고 인공지능과 소비자 사용성을 택했다고 분석하는데요.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정구민 /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 구글 측면에서는 지도를 버리고 사용자의 사용성을 높인다는 명분을 가져갔고요. 동시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넣는 실리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인공지능 시장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의 상용화를 진행했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커넥티드 카 기술로 연결되는데요. 커넥티드 카의 궁극적인 모습은 바로 모든 상황을 자동차가 판단, 제어해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의 80%는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미리 차량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도록 선점해 놓는 것이 앞으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치열해지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엔진 경쟁에서 한발 앞서간다는 실리도 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어시스턴트를 스마트폰이나 스피커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확장하는 측면인데요.

길게 보면 인공지능 비서는 사물인터넷과도 연결되는데요. 곧 출시될 구글의 사물인터넷 서비스 '구글 홈'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하던 경험을 그대로 차량에서도,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마련하는 거죠.

지도를 포기하는 대신 앞으로 소비자들의 사용할 분야를 미리 넓혀두고 이후 다른 서비스 출시의 발판으로 삼는 게 더 이득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국내에서도 이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외국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까?

기자>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이 차량용 IT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카셰어링 기업 그린카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어웨이’를 적용했습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네이버에 로그인하면 스마트폰에서 이용하던 서비스를 차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자율주행 기술도 연구하고 있는데요. 네이버랩스는 국내 IT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에서 부여하는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커넥티드 카 기술을 연구하는 곳은 현대기아차입니다. 구글, 아마존, 카카오의 음성인식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요. 독자적인 운영체제나 내비게이션도 따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통신사로는 KT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가 드라이브'를 선보였고요. SKT는 T맵과 인공지능 비서‘'누구'를 결합해 차량 내 인공지능 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커넥티드카 기술과는 기술 표준 측면에서 격차가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미 차량에 긴급 호출용 네트워크 시스템 이콜(eCall)을 의무적으로 탑재하도록 표준화했습니다. 커넥티드 카 생태계 전반에 걸친 성장에 촉매 역할 하는 중입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이후 출시될 모든 차량에 커넥티드 카용 네트워크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적으로 표준화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이나 IT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에 비해서 차량IT 분야는 출발 자체가 늦은 상황인데요. 이번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의 상용화로 관련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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