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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의 게임세상] 한국 시장 물 흐리는 중국산 게임...불공정 무역 해소 '시급'

서정근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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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정보과학부 서정근 기자의 '게임세상’ 코너입니다. 최근 중국에서 우리 게임 시장에 유입된 SRPG장르 게임들이 논란을 사고 있습니다. 중세 왕정 시대에 하급관료로 입신한 주인공 캐릭터가 고위 관직에 올라 출세하고, 여러 처첩을 거느리며 호의호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도 즐길 수 있는 이용연령 등급을 받아 유통되고 있는데, 일부다처제와 성적인 모티브를 강조하고 있어 논란입니다. 국내 게임사들도 이에 편승해 유사한 게임을 양산합니다. 우리 게임들은 중국 정부 규제로 현지 진출이 봉쇄된 반면 중국산 B급, C급 게임들은 우리 시장에 쏟아져 들어와 물을 흐리는 양상입니다. 게임업체가 자신들의 게임의 이용연령 등급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율심의 제도가 타당한지, 정부 기관이 제대로 사후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둔 논란도 있습니다.

앵커> SRPG 장르가 어떠한 것을 의미하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 시뮬레이션(Simulation)과 롤플레잉을 결합한 장르를 말하는데요. 전통적인 롤플레잉 게임 요소에 전략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장르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앵커> 논란이 된 중국 게임들은 어떠한 게임들이고,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기자> 홍콩의 추앙쿨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왕이되는자’, 중국 37게임즈의‘'내가 왕이라면’, 홍콩 게임랜드의 ‘'왕도: 32인의 여인’등입니다.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흙수저 서민이 미관말직 하위공무원으로 출사해 입신 양명을 꾀한다는 스토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조강지처 정혼자 외에도 기녀 캐릭터 등을 만나고 다니며 인연을 쌓고 축첩하는 시나리오가 필수 요소입니다.

직접적인 성애 묘사는 없지만 동침하기를 선택하면 속옷만 입은 여성 실루엣이 등장하고 곧바로 출산으로 이어집니다.

처첩들과 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게임상의 재화를 선물로 주고 침소들기 횟수를 늘리게 되는데, 이를 위해 현금 과금을 유도하는 요소도 포함돼 있습니다. 갓 출산한 아이에겐 랜덤하게 기질이 부여되는데 '못난이', '바보' 기질을 타고 나기도 합니다.

앵커> 아까 이러한 게임을 초등학교 6학년도 즐길 수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가능한건가요.

기자> 우리 모바일게임 심의는 사업자가 이용 연령등급을 스스로 결정해 서비스하고, 유통되는 게임이 선정성이나 사행성, 폭력성 등으로 문제가 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후관리하는 구조입니다.

게임을 만든 게임사가 배급사에게 유통을 맡기고, 배급사가 판단해서 청소년이 이용하게 허용해선 안 될, 성인전용 게임이라고 판단될 때만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요청합니다.

게임사가 판단해서 전체이용가나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급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해당 등급을 부여하고 구글이나 애플에 이를 통보하고 게임을 출시하는 구조입니다.

앵커> 뭔가 바뀐게 아닌가요? 업체가 청소년 이용등급 받고 싶다고 하면 심의 기구가 "그래,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요소는 없는지 보자"라고 사전에 검사하고, 청소년 이용불가 성인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면 "그래 그냥 내보내도 좋아"라고 해야 이치에 맞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사업자들이 마음대로 등급 분류해서 부적절한 등급 판정이 나오면 누가 책임집니까.

기자> 제가 만든 제도는 아니니 저한테 너무 그러진 마시구요 (웃음).

일단 등급분류가 내려져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게임물관리위원회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저도 콘텐츠 분야를 오래 취재하면서 늘 해온 생각인데, 사전 검열은 최소화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만, 해야 한다면 앵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만든 게임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앞서 언급하신 중국산 게임들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기자> '왕이 되는자'라는 게임은 어린이가 즐기기엔 게임 내용도 민망했지만, 광고는 그야말로 가관이었습니다. 알몸이 된 여성을 피가 나도록 만드는 듯한 묘사, 여성 캐릭터가 자신이 입은 속옷 색을 맞춰보라고 하고 사실은 아무것도 안 입었다고 말하며 유혹하는 묘사가 나와 음란 광고라고 질타를 받았습니다.

물론 실제 게임 플레이에 이같은 장면이 등장하진 않아, 낚시성이라는 비판이 따랐습니다. 여성상품화 논란이 일어났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분류 직권 재조정으로 이 게임의 이용연령 등급을 12세 이용가에서 17세 이용가로 상향하고 논란이 된 광고는 더 이상 유통할 수 없도록 차단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그와 유사한 게임들은 모두 이용 연령등급이 17세 이용가로 일제히 조정이 됐습니까?

기자> '역천', '왕도: 32인의 여인', '남자가 왕이다' 등은 12세 이용가로 계속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선, 중세 시대에는 일부다처제가 보편적이었으니 이러한 게임 구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약 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가 있다면 "32명의 부인과 자식을 낳아 양육하고 시집 장가보내자”라고 카피를 내건 게임을 하게 내버려두고 싶지 않을거 같습니다.

앵커> 이런 게임들 중 실제로 흥행에 성공한 게임도 있습니까?

기자> '왕이되는자'는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위권내에 진입할 만큼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국산게임 중에서도 ‘'역천’처럼 ‘왕이되는자’와 유사한 게임들이 등장했습니다. '역천’의 경우 게임 캐릭터로 등장하는 여성들이 실제 유명 연예인들과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정부가 제대로 된 사후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한국 시장에서 게임 서비스해 돈을 벌어가는 구글, 애플의 책임도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기자: 한정된 인력으로 수만건의 게임물을 일일이 다 점검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 심의기관이 민간의 콘텐츠 제작에 사전검열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면 창작 활동이 위축되고, 심의 기관이 권력화되어 민간의 비즈니스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 입법과정에서 정부 기관의 콘텐츠 심의는 사전 심의가 아닌 사후 심의를 원칙으로 하고 심의기관의 인력과 예산도 점차 축소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뤄졌습니다.

물론 국내 앱마켓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구글, 애플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구글, 애플을 상대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앵커> 아까 우리 게임은 중국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떠한 상황인지요.

기자> 중국 정부는 현지 게임사가 1년에 외산게임을 수입해 서비스할 수 있는 쿼터를 2종으로 제한해 왔습니다. '미르의전설2', '뮤', '카트라이더' 등 한국게임이 중국 시장을 독식하자 자국 게임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장벽을 가동한 것이죠.

2016년 7월부턴 모바일게임도 PC 온라인게임처럼 서비스에 앞서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전환했습니다. 한국 업체는 현지 배급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고, 배급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획득해야 합니다.

허가제 전환 이후 국산 모바일게임 중 단 하나도 판호를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2017년 3분기부터 다른 나라는 판호를 받고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나 유독 한국 게임만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은 중국 버전을 다 만들어두고 1년이 넘도록 대기상태입니다.

앵커> ‘리니지2 레볼루션’외에도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있습니까.

기자>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가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적입니다.펍지가 텐센트와 제휴해 현지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판호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펍지와 제휴해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만들어 현지 서비스 중인데, 이 게임도 판호를 받지 못해 아이템 판매 등으로 수익을 챙기지 못합니다. 중국 게이머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공짜로 즐기는 거지요.

넷이즈가 배틀그라운드를 카피해서 만든 짝퉁 모바일게임 '나이프 아웃'은 중국과 일본에서 잘 나가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앵커> 기가 찬 현실이네요...이를 개선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기자> 미국과 중국-EU간의 무역 분쟁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는데요, 중국처럼 구글 검색과 유튜브, 네이버 라인 등 다른 나라의 인터넷 서비스를 정부가 아예 금지하고 특정 국가의 게임유입을 원천 봉쇄하는 불공정 무역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입니다.

'불공정'이라는 말로도 표현이 모자랍니다.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중국 눈치를 이전보다 더욱 봐야하는 상황에서, 이전에도 못 해낸 게임 보호무역 장벽 철폐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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