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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폭염이 부른 전기료 논란 후폭풍…누진제 완화만으로는 안돼

박경민 기자



정부가 뒤늦게 내놓은 전기요금 인하 대책을 놓고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7월 폭염이 다 지나가고 나서야 내놓은 뒷북대책인데다, 요금 할인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누진제 완화로 1512만가구가 총 2761억원 규모의 요금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월 평균 전기요금 할인액은 1만원 수준이고, 아무리 전기를 많이 써도 할인액은 2만 7780원을 넘지 못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용 전기요금은 OECD 28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전기요금이 싼 나라는 캐나다 밖에 없다. 반면 1인당 가정용 전력사용량은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누진제 때문에 저렴한 전기요금에도 마음 놓고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고유가가 지속된데다 원전가동률이 50%대까지 떨어지면서 경영에 직격탄을 맞은 한전은 아직까지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일주일새 한전 시가총액은 2조원 가까이 증발했고, 8일 종가기준 한전 주식은 30,350원을 기록하며 4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은 내년 이후로 미뤄졌고, 누진제 완화 대책까지 나오면서 당장 3,000억원 가까운 돈이 투입돼야 한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으로선 엎친데 덮친 격이다.

누진제 완화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도 없다. 산업부는 일단 한전이 먼저 비용을 부담하고, 나중에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재난 예산을 활용해 한전에 일부를 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을 활용하면 누진제 완화는 큰 의미가 없다. 사실상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전기료를 할인해 주는 조삼모사식으로 국민 부담은 그대로다.

올해 여름을 어찌어찌 넘어간다고 해도, 폭염이나 지난 겨울 한파처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지금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땜질식 처방을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누진제 완화나 폐지만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있어 산업용, 일반용 전기와 비교해 형평성 논란이 있어왔다.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던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기업 투자 확대라는 가치에 밀려 내년 이후로 결정을 미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못 박은 것이 자승자박이 됐다고 지적한다.

가정용 누진제 문제 뿐만 아니라 산업용 전기요금, 에너지 세제 개편 등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전기요금 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전기요금을 묶어놓고 생각하자니 일이 꼬여만 간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누진제 완화로 찔끔 전기요금을 할인하는 조치가 나왔다. 정부는 '긴급대책'이라고 선을 긋지만 국민도, 한전도 누구하나 만족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앞으로 전기요금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 전반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이라는 대전제가 달라지지 않는 한 뾰족한 수는 없어보인다.

한전이 적자 누적으로 요금 인하폭을 감내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이같은 일의 반복은 자명하다. 요금을 올리자니 값싼 원전 대신 비싼 발전기를 돌려 요금이 올랐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고 환경과 안전을 중시하는 에너지전환.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지만 지금의 속도가 맞는지는 의문이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 올 여름 일회성으로 끝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만큼이나 기후변화 변수를 고려한 에너지정책도 중요하다.

에너지 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산업과 생활 전반에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리한 정책 속도전이 국민들에게 해만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경민 기자 (pk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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