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불안한 국민연금 운용, 노후가 흔들린다]②600조 자부심 옛말...전문인력 부재 '한숨'

"운용에만 집중할 수 있게...독립성 강화해야"
이충우 기자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또다시 사회적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나이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금은 말라가지만 정부의 뚜렷한 대안은 찾아볼 수 없다.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기금운용 역시 올 들어 시장 수익률도 따라가지 못한채 고전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지만 운용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한 후 기관들과의 소통이 적어지고 전문인력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조직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6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지금 총체적 난국이다. 머니투데이방송(MTN)은 국민연금이 수백조에 달하는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갈되는 연기금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전문인력 부재에 한숨을 쉬고 있다.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 넘게 공석인데다, 운용력의 이탈 또한 심상치 않다. 금전적 보상 등 당근책을 꺼내들었지만 국민연금 운용 실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워낙 커 실행되기도 쉽지않다. 신규 인력 수급은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고민을 더하고 있다.


◇'채우면 나가고' 운용역 확충 비상=16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제2차 기금운용 전문가 공모에 203명이 지원했다. 채용계획 대비 지원자수를 뜻하는 지원율은 5.97 대1이다. 얼핏보면 적지 않은 인원이 지원한 것으로 보이지만 과거보단 인기가 시들하다.


실제 2017년 지원율은 9대 1이었고. 2016년엔 6대1, 2015년엔 9대1을 기록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서울 신사동에서 전북 전주로 이전한 2016년 다소 지원자수가 줄었지만 지난해 경쟁률을 감안하면 올해 눈에 띄게 지원자가 줄었다.


이마저도 지원자 중 허수가 존재한다. 올해 1차 기금운용 전문가 모집 당시 5.3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나 당초 목표했던 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38명이 지원했는데 절반정도인 20명만 채용한 것.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전주 이전 후에 지원율 하락을 보고 이정도면 되겠지해서 지원하는 인력도 적지 않았다"며 "대체투자라 치면, 과장ㆍ대리급으로 금융투자 경력은 전무하고 나이는 은퇴를 앞둔 부동산개발업자 등이 지원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인력을 채워도 나가는 인원이 상당한 점도 난제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퇴사자는 27명으로, 입사자수 26명을 뛰어넘었다. 올들어 6월까진 14명이 떠났다. 때문에 1차 기금운용 전문가 공모로 20명을 뽑았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지적이 나온다.


◇CIO도 1년 넘게 부재...운용력 사기 저하 '우려'=무엇보다 가장큰 문제는 기금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이 1년 넘도록 공석으로 남아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이 돌연 사퇴한뒤 후임자를 선임하지 못했다. 당시 강본부장은 임기를 7개월 앞둔 상황이었다. 올초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을 본격 추진했지만 한차례 무산됐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제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자리에 앉히기 위해서 코드인사를 강행하려 한다는 의혹 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둘러싼 잡음은 기금운용역의 사기저하로 이어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정권에서 삼성물산 합병 사태로 기금운용본부장이 구속되는 등 한차례 홍역을 치뤘음에도 이번 정권에서도 또다시 CIO 내정설이 불거진 것.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 노후자금을 운용한다는 자부심도 퇴색되고 있으며, 이는 운용역들의 이탈과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리더십 부재와 맞물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운용역 이탈을 막기 위해 금전적인 보상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최근 운용수익률은 1%대로 떨어진데다 기금고갈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 인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여론의 시선이 고울리 없기 때문이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금운용본부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차근히 단계를 밟아가야하는데 우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제도와 운용, 두 부문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란 설명이다.


조성일 중앙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금운용 독립성 보장을 위해 제도와 운용을 분리해야한다"며 "제도를 담당하는 복지부는 재정추계 설계에 맞춰 기금운용 수익률 목표치까지만 정해줘야 하고, 정부에서는 운용에 대해선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제도위원회와 운용위원회로 나누는 것도 방법으로, 제도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장관이 맡고, 운용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연금 본부장이나 외부 전문가가 맡는 식"이라며 "한국투자공사(KIC)의 경우 독립성 강화와 경영진 감시를 위해 외부 전문가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처럼 독립성 강화방안을 하나하나 시행해나가야한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충우 기자 (2think@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