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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국민연금 운용, 노후가 흔들린다]③연못 속 고래...해외자산 확대 '시급'

"국내 시장 영향력 과도...해외자산 투자 늘려야"
이충우 기자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또다시 사회적 공포감을 자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내는 돈은 늘리고 받는 나이는 늦춰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기금은 말라가지만 정부의 뚜렷한 대안은 찾아볼 수 없다. 버팀목이라 할 수 있는 기금운용 역시 올 들어 시장 수익률도 따라가지 못한채 고전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지만 운용본부가 지방으로 이전한 후 기관들과의 소통이 적어지고 전문인력들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조직적인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6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지금 총체적 난국이다. 머니투데이방송(MTN)은 국민연금이 수백조에 달하는 자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는지,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고갈되는 연기금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연못 속 고래.' 이 표현은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가 100여개에 달한다. 최근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주주권 강화에 나섰다. 자본시장 큰 손으로서 영향력은 상당한데 독립성 훼손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이런상황에서 운용 성과를 내는데 전념하기 힘든 분위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국내 주식은 전체 투자자산군 중 유일하게 벤치마크(코스피)를 하회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연못 속 고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자산 비중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ㆍ채권 비중 67%...과도한 영향력 우려=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전체자산규모는 634조원에 달한다. 이중 국내 주식이 130조원, 전체자산의 20.5%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 투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의 6.8%에 달할정도다. 한 금융정보업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106곳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9개, 21.84%가 늘어난 수치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데 따른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는 독립성 훼손 논란과도 맞물려있다. 지난 정권서 삼성물산 합병 사태로 당시 기금운용본부장(CIO)은 구속됐다. 후임 CIO는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스스로 사퇴했다. 이후 1년간 자리가 공석인데 지난달 청와대 개입논란만 불러일으킨채 CIO공모가 무산됐다.

일련의 사태로 운용역들 사기는 저하되고, 올들어 7월까지 16명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떠났다. 이런 상황에서 올들어 국내 주식은 전체자산군 중 나홀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나치게 안정성 위주로 운용된다는 논란을 불러온 채권 비중도 손봐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채권 비중은 46.5%에 달한다.

이에 국민연금 규모가 2041년 정점을 찍고 적립금이 소진되는 때를 대비해 주식 등 국내자산을 선제적 줄일 수 있도록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발표된 제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1년 1,778조원을 정점으로 이후 점차 줄어들어 2057년 고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고갈시기는 3년 앞당겨졌다. 너무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지말고 국내 자산 처분에 따른 시장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날 재정추계와 함께 발표된 기금운용발전 방안에는 해외채권 비중을 늘리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발표한 국내주식 비중 축소와 연계된 조치로 보인다. 지난 5월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 주식이 전체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0%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내년에는 18%로 비중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국내 자산 빈자리, 대체하기 쉽지 않아...개선책 시급=국내 주식과 채권 자산을 줄이고, 이 빈자리를 채울 대안으로 대체자산이 꼽힌다. 현재 대체자산 비중은 10.6%. 지난해까지 대체투자의 5년간 평균수익률은 8.8%로 전체자산군 중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해외 대체투자 자산의 경우 수익률 제고 효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분산효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해외대체투자에 있어 환헤지를 하지 않고 100% 환오픈을 한다. 국내 경제 상황을 반영해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국내 자산투자성과가 녹록치 않을 때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 안정적인 투자수익에 더해 포트포리오 분산효과도 있어 향후 확대할 필요가 있는 자산"이라고 설명이다.

다만, 대체투자 비중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실제 투자집행은 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올들어 대체투자 집행률은 5%에 불과했다. 1~6월까지 월간 자금운용계획상 투자금 합계는 2조 4,772억원인데 실제 집행된 금액은 1,251억원에 불과한 것. 이에 전략적 자산배분 계획에서 정한 허용투자범위 하단을 이탈하고 있고 있는 것으로 매번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되고 있다.

대체투자 집행부진 문제를 인력이탈에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력풀이 좁은 탓에 전문인력을 신규 충원하기도 만만치 않아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하고, 인력유출이 심화됐는데 특히 해외대체투자 인력이 많이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 체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해외사무소에서 현지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3대 연기금치고는 현재 해외사무소 인력이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투자 적극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국민연금 성과평가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운용역을 평가할 때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평가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대체투자 특성상 개별투자건 규모가 크다보니 투자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 이에 대체투자 특성에 맞는 평가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채권은 확실한 벤치마크 지수가 있지만 대체투자는 뚜렷하지 않고 만들어가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다보니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를 거뒀는지보다는 절대수익률로 평가받게 되는데 개별투자건마다 집요하게 감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별투자건이 아닌 운용역의 전체 투자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성과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충우 기자 (2think@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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