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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는 보험"에서 얻은 '인슈어테크'의 길

리치앤코 변화 이끄는 남상우 리치앤코 상무
이대호 기자

"귀찮다, 어렵다, 짜증난다"

충격적이고 난감한 답변이었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 일색이었다.

"그동안 보험은 '판매'였던 것이지 '서비스'가 아니었던 거죠"

남상우 리치앤코 상무가 내린 결론이다.

남 상무가 리치앤코에 합류해 가장 먼저 한 일이 고객패널들을 대상으로 보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일이다.

"보험이라는 것이 상품 판매에 목적이 있다보니 판매하고 나면 끝이었던 거죠. 사전, 사후 서비스도 없이..."

보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낮았다. 각 상품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인데, 보험의 경우 특정 보험사 선호도가 유독 약했다. 각 가정당 평균 '4개 보험사' 상품을 보유한 이유다.

여기에서 기회를 봤다. '통합 플랫폼, 통합 브랜드'로 보험을 묶어서 정말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통합 보험관리 플랫폼 '굿리치'다.

남상우 리치앤코 상무 / 사진=리치앤코


◆ 불만과 충격으로 탄생한 '굿리치'...효과↑

굿리치 앱은 대박을 쳤다.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지 145일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연내 200만 돌파가 목표다.

배우 하정우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도 한몫했다. "편히 드세요"라는 말이 결국 '식사가 아니라 보험'을 뜻하는 말이었다는 광고 내용이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다.

이용자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 구글플레이에서 평점 4.2점(5점 만점)으로 보험사 자체 앱(1~3점)보다 훨씬 높다.

"굿리치 앱을 통한 보험 계약률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남 상무는 귓띔했다.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률이 10% 정도면 해당 플랫폼(혹은 데이터베이스)을 계속 사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수준이고, 30% 정도면 대박인데, 굿리치는 그보다 더 높다는 것. 정확한 수치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지만 대박 이상의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 신뢰 잃어가는 보험판매사..."당장 실적만 보면 안돼"

보험 독립법인대리점(GA) 비전에 대한 고민도 컸다. 외형은 확대되고 있으나 그것이 과연 금융소비자 만족에 의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뒤따랐던 것.

전체 모집보험액 가운데 GA가 차지하는 비중이 53.2%(1분기 기준)에 이르렀다. GA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보험사들에게 받는 대우도 좋아졌다.

그러나 근본적인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보험사·판매사에게는 좋지만 소비자에게는 나쁜 보험'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었다.

불완전판매 비율을 보면 확연하다. 전체 GA 소속 보험설계사들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0.78%로, 보험사 전속설계사(0.35%)의 경우보다 두배 이상 높다.

한승표 리치앤코 대표이사가 몇해 전부터 해 온 고민이다. 한 대표는 "이미 보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FC들은 자주 이직하고, 올바른 보험에 대한 방향을 재설정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영입한 인물이 남 상무다.

◆ '올바른 이치' 도전은 계속

영업 중심이던 GA에서 새로운 도전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내외부 반발과 마주쳤다. 전통적 대면·전화영업을 벗어난 O2O(온라인-오프라인) 방식을 뿌리내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리치앤코 내 마케팅 및 IT개발자만 120명에 달한다. 영업인력이 거의 전부에 가까웠던 GA에서는 보기 힘든 경우다. 이들의 손에서 '재무설계'와 '카다이렉트' 등 새로운 앱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한 대표의 결단과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험의 '올바른 이치'를 표방한 리치앤코의 도전은 계속된다. 단순한 보험 판매사에서 인슈어테크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산업에 기반한 도전을 계속한다는 것.

보험금 청구, 병원 예약을 비롯해 건강관리를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헬스케어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다. AI를 활용해 보험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장기적으로 ICO(암호화폐 공개)를 하는 방안과 그 코인을 통해 보험료를 내는 방안이 가능할지도 스터디하고 있다.

◆ 싸이월드 전성기 이끈 마케팅 노하우, 보험에 이식

남상우 상무의 이메일 주소는 'brand'다. 마케팅 중에서도 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015년 11월 회사 이름을 리치플래너컨설팅에서 리치앤코로 바꿨다. 부를 고객과 함께 이룬다는 의미다. '좋은, 올바른'이라는 의미를 담아 보험관리 통합 플랫폼 네이밍을 '굿리치'로 정했다.

'점과 원'으로 구성된 CI는 보험시장 현실을 꼬집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보험(원)에서 가장 중요한 당신(점)'이 빠졌다는 것. 이를 다시 연결하고 안으로 담겠다는 의미다.

친근함을 주기 위해 캐릭터도 만들었다. 부엉이를 모티브로 만든 마스코트 '올치'는 '올바른 보험의 이치'를 말하며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래서 남 상무는 리치앤코 내에서 '굿리치의 아버지'로 통한다. 올치 캐릭터마저 남 상무와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남상우 상무와 리치앤코 마스코트 '올치'. 가끔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 사진=뉴시스 DB


남 상무는 SK컴즈 출신이다. 도토리, 스킨부터 각종 콘텐츠 기획까지 싸이월드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앞서 LG인터넷, 라이코스, 네이트닷컴을 거치며 마케터로서 인터넷 초창기이자 부흥기를 내달렸다. SK컴즈 이후에는 선두권 사교육 기업에서 브랜드를 강화하는 일을 맡기도 했다.

보험업은 2015년 리치앤코에 합류한 이후 처음 해보는 일. 오히려 보험업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GA를 단순 보험판매업에서 탈피시킬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제 리치앤코는 GA를 넘어 인슈어테크로 진화하고 있다.

리치앤코는 최근 분사를 단행했다. 전통적인 보험판매 부문과 IT기술 기반 인슈어테크 부문을 나눈 것.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을 기반으로 인슈어테크 부문을 더욱 키우고, 3년 안에 증시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남 상무는 말한다. "보험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두 가지는 확신합니다. 보험업 메가트랜드가 GA에 있다는 것. 그리고 플랫폼의 힘을 경험했다는 것.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리치앤코는 끊임 없이 도전할 것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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