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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거리로, 소송으로…멍드는 보험 가입자들

최보윤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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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경제금융부 최보윤 기자입니다. 보험 계약 할 때 약관 얼마나 살펴보시나요?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렵고, 일반인들이 꼼꼼히 살피고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불편합니다. 대부분 설계사를 믿고 맡기거나 "설마 나에게 불이익이 생기겠어"하는 심정으로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을텐데요. 하지만 나중에 그렇게 넘긴 '약관'에 발목 잡혀 골치 아픈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가입할 때는 '쉽고 빠른' 보험이지만, 보험금 받을 때는 험난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보험사와 다투다 거리로, 소송으로 내몰릴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긴 시간동안 소모적인 싸움이 불가피합니다. 오늘은 모호하거나 미비한 약관 탓에 소란이 끊이지 않는 보험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앵커> 최 기자, 요즘 점심 먹으러 나가는 길에 금융감독원 앞에서 시위하시는 분들 많이 보거든요? 심지어 어제 비도 많이 왔는데 오셨더라고요?

기자> 네, 바로 옆이 금융감독원이다 보니 금융회사와 금감원에 항의하는 집회를 자주 보게 되는데요.

어제 빗속에서 항의 집회 하셨던 분들은 항암 치료 중이거나 암 수술을 한 적이 있는 암 보험 가입자들입니다.

보험회사와 개별적으로 싸우던 암 보험 가입자들이 지난해 말부터 뭉쳐 집단 대응에 나섰습니다.

발단은 '요양병원 입원비'입니다.

보험사들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요양병원 입원비 지급을 거절하고 있고, 여기에 보험가입자들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요양병원은 암 수술이나 치료를 하는 곳이 아니니 암 보험금을 줄 수 없다.. 이 말인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부분 암보험 약관에는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수술이나 입원, 요양한 경우에 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습니다.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요양병원 입원은 암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고요.

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사들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반발합니다.

암 치료를 위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면역력 향상인데요.

요양병원에서 주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치료와 식이, 운동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어 직접 치료로 봐야 한다는 것이 가입자들 주장입니다.

또 암 수술이나 시술은 대형 병원에서 하는데, 입원실과 입원 가능일도 제한적입니다.

반복적인 암 치료를 위해서 요양병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는 것이 환자들의 항변입니다.

앵커> 하나의 약관을 두고 양측의 해석이 너무 다르네요. 금감원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지난해 부터 암 보험 가입자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면서 금감원도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는데요.

우선 보험사들에게 말기암 환자거나 항암치료중 또는 암 수술 직후에 입원한 경우는 요양병원 입원비도 지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관련 민원이 1,000건이라면 이 가운데 20% 정도는 조정이 될 것으로 보이는 등 조금씩 해결점을 찾아 가고 있는 분위기고요.

다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이거나, 3가지 요건 중 하나를 충족하더라도 너무 장기간 입원한 경우 등은 여전히 다툼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내용들은 조만간 분쟁조정위원회에 안건을 올려 시시비비를 가려 볼 예정입니다.

하지만 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은 금감원의 분쟁 조정에도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금감원이 제시한 3가지 조건이 약관에 없었던 내용인데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약관을 해석하고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암보험 가입자 300여명은 보험사들이 위법한 행위를 하는 것이 명백하다며 금감원에 '국민검사'를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은 검사보다는 분쟁 조정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김근아 / 암 보험 국민검사 대표 청구자 : 3년 동안 보험사 위법 증거자료 모아서 냈고 피해자들이 1년 동안 부당함을 외치고 있는데, 분쟁은 계속 지체되고 있고.. 그래서 국민검사를 청구했는데.. 약관에 없는 내용으로 자꾸 부지급을 하고 있거든요. 그게 위법이잖아요, 약관대로 설계사가 설명했던대로만 보험금을 달라는 거죠]

앵커> 암 보험 뿐만 아니죠, 최근에는 즉시연금도 시끄럽잖아요?

기자> 네, 몇 차례 보도해 드렸는데요. 즉시연금 가입자들은 이제 보험회사와 소송전을 치루며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문제가 된 보험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인데요.

한 번에 목돈을 납입하면 일부 사업비를 떼고 나머지를 굴려 얻은 운용수익을 매달 연금으로 받다 만기때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보험사들은 만기 때 원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매달 줄 연금에서 일정액을 떼어 적립해두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겁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그동안 덜 준 연금액, 즉 만기 환급을 위해 쌓아뒀던 적립액을 모두 가입자들에게 환급해 줘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보험사들이 반기를 들었습니다.

약관은 아니지만 기초서류 중 하나인 산출방법서에 이같은 내용이 자세히 기재돼 있다거나, 만기 지급금을 고려해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삼성생명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일부 즉시연금 과소지급분을 환급하겠다는 결정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부 지급은 거절했고 법원 판단에 맡겨보기로 했습니다.

한화생명 역시 법원 판단에 따르겠다며 즉시연금 가입자들과 소송전을 선포했습니다.

앵커> 결국 모두 ‘'약관'에서 문제가 생겼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모두 계약의 근간이 되는 약관이 미비하거나 모호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지난해까지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켰던 '자살보험금' 문제도 마찬가집니다.

'자살도 재해사망으로 인정해 추가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일본의 약관을 보험사들이 그대로 베껴 쓰면서 발생한 촌극으로 수년간 공방을 이어가다 지난해 보험사들이 약관대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마무리 수순을 밟았습니다.

약관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보험사들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금융당국에도 쓴소리가 이어집니다.

[조연행 / 금융소비자연맹 대표 :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입증책임의 전환 제도 등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이 소송으로 갈수록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소비자권익 3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강력한 처벌로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징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은 장기 계약 이다 보니 사실 약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의료 신기술 등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고, 또 보험금 지급 사유에 제한을 많이 두면 약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분쟁의 해결점이 돼야 할 '약관'이 오히려 분쟁의 소지를 유발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와 금융당국은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암보험부터 즉시연금까지, 앞으로 또 어떤 보험 상품에서 약관 문제가 터질 지 불안한데요. 분쟁이 길어질 수록 사회적 비용도 커지는 만큼 빠른 해결책이 나오길 바랍니다. 최 기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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