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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구글, 혁신 생태계 조성자인가 파괴자인가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고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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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정보과학부 고장석 기자입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부터 검색 사이트, 동영상까지. 구글은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업 중 하나입니다. 구글은 스타트업에게 무상으로 기술을 공개하는 등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하지만 영향력이 너무 커져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연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IT 생태계 조성자일지 파괴자일지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고 기자. 구글이 글로벌 대기업이다 보니 영향력이 크다고들 하잖습니까.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해외에서 구글 단어는 이제 고유명사 이상의 취급을 받습니다. 특히 영어권에서 google은 '검색하다'라는 의미의 동사로 쓰일 정도인데요. 우리나라에서 메시지를 보낼 때 '카톡'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구글은 다른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검색·이메일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해 있는데요. 그중 동영상·스마트폰 운영체제·앱 마켓 스마트폰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알파고의 딥마인드로 유명한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나라에도 공개돼있는데요. 국내 IT업계에서는 구글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합니다.
직접 인공지능 챗봇을 연구하는 IT업체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주동원 / 자이냅스 대표 : 게임 시장 그런 표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구글 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거든요. 구글이 만든 알고리즘, 구글이 발표한 인공지능 기술에 저희가 거의 종속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IT업계 종사자 분들은 구글은 신이라고들 많이 부르십니다.]

앵커> 그런데 영향력이 큰 만큼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 갑질을 한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요. 유럽에서는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면서요?

기자> 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에 구글에 43억4,000만유로, 우리 돈 약 5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렇게 막대한 과징금 제재의 이유는 바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는 겁니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게 크롬같은 자사 앱을 선탑재하도록 강제했다는 건데요. 어찌 보면 인터넷 보호무역주의의 하나로 구글을 견제하는 의미로도 풀이됩니다.

앵커> 이번에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코리아를 3주간 조사한 거로 떠들썩했는데요. 이번 조사는 어떤 부분에 주력해서 진행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게임업체에 구글의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구글 측은 공정위 조사에 대해서 "구글 플레이상의 모든 앱은 타사 앱 마켓 출시 여부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보여지고 추천되는 기회가 제공된다"라는 입장입니다.

사실 이번 조사는 지난 2013년에 있었던 선탑재 앱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과 같은 항목인데요. 당시 공정위는 구글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바 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유럽연합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구글에게 제동을 걸자 그제서야 우리나라 공정위로 구글을 상대로 재조사에 나섰습니다.

재밌는 것은 무혐의 결정을 내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공정위 사무관 A씨가 해당 사건 이후에 한 로펌에 입사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로펌이 구글의 법률대리인이었습니다. 조사를 담당한 사람이 조사했던 기업의 법률대리인 로펌에 취직한 거죠.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을 지적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구글의 종속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없었나요? 가령 구글의 앱 마켓을 통해 게임을 내지 않는 방식으로요.

기자> 그런 시도는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넥슨은 지난 2014년 일종의 파일럿 프로젝트로 '런치패드'라는 이름의 자체 게임 앱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잘 되면 넥슨의 자체 게임 앱 마켓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넥슨은 런치패드를 선보이고 불과 수 주 만에 이를 접었습니다. 구글의 압력 때문에 접었다는 관측이 파다했습니다.

이후 사실상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미치는 구글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게임업계에서 탈 구글 시도는 없어지다시피 했습니다.

한편 최근 글로벌 히트작 '포트나이트'를 만든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탈 구글 행보에 나선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로 떠올랐는데요. 포트나이트의 안드로이드 버전을 구글 플레이가 아닌 삼성의 앱 마켓이나 에픽게임즈의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게 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에픽의 탈 구글은 역설적으로 게임 매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 때문에 가능했는데요. 에픽은 언리얼 시리즈라는 게임 엔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거든요.

앱 마켓 분야에서는 국내 통신 3사와 포털 업체들이 모여 만든 원스토어가 앱 수수료율을 5%로 낮추면서 구글에 종속된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구글이 확실히 시장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요. 하지만 중소 게임 개발사들에는 구글이 오히려 게임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나오던데요?

기자> 네. 중소 게임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구글이 게임 개발 도구 등을 무료로 지원하기 때문에 생태계의 기본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중소 게임개발사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데요. 구글의 개발자 콘솔 등 개발자에게 무상 제공되는 운영 전반의 툴이 게임 개발에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도 실제로 게임 개발사의 계정으로 운영 툴을 살펴 봤는데요. 이용자의 별점이 언제를 기점으로 바뀌는지, 아이콘을 어떻게 바꿨을 때 클릭률이 높아지는지 이런 세세한 분석 도구들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예전에 게임사에서 경영을 담당하는 부서가 해야 할 일이 이제는 앱 마켓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거죠. 당연히 개발 비용도 절감되고 데이터 분석도 정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구글 플레이를 통해 한국 마켓에 게임을 내고 영문 버전으로 전 세계에 동시 배포해 일시에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과거에 PC나 모바일 게임 같은 경우 언어 문화권별로 지역별 배급사를 선정해야 했는데요. iOS와 안드로이드가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된 이후에는 개발사들의 편의가 극대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게임 개발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조동현 / 슈퍼어썸 대표 : 구글 같은 경우에는 구글 개발자 콘솔을 통해서 저희가 직접적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에서 해외시장을 잘 모르더라도 직접적으로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구글하면 최신 기술을 누구보다 먼저 개발하는 곳이잖아요. 게임 이외에는 어떤 분야에서 기술 발전 생태계에 공헌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구글은 다양한 신기술의 API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API는 개발자들이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제작 도구인데요. 대기업의 기술을 스타트업에게 전달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예를들면 알파고의 기반이 되는 텐서플로, 기계학습 알고리즘 같은 기술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습니다.

국내 각종 인공지능 연구소나 기업들이 이런 구글의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티몬은 구글의 시각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금칙어 필터링이나 이미지 분류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구글은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구글홈, 구글 번역, 안드로이드 오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등을 무료로 개방해 IT생태계의 기반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앵커> 분명 구글이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순기능을 했지만 위치정보 무단 수집 등으로 논란을 사기도 했잖아요?

기자> 네. 최근 구글이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구글 지도에는 방문했던 장소와 시간, 이용했던 교통수단까지 분 단위로 표시되는데요. 사용자가 원치 않아도 구글이 위치 정보를 계속해서 저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국내에서는 사용자가 위치 기록을 거부했는데도 무단으로 정보를 수집하면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현재 방통위는 이런 위치정보 무단 수집 의혹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 사실 구글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가져간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도 구글은 한국에서 사진지도 서비스인 '스트리트뷰'를 만들며 무선랜 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통위는 구글에게 과징금 2억1,0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구글이 국내 IT생태계에 일정부분 긍정적인 역할 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구글이 그간 다른 국가에서 그랬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시장 독점과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구글은 그동안 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자'는 말을 모토로 삼으면서 착한 기업 마케팅을 벌여 왔는데요. 과연 구글이 이 모토를 지키면서 IT생태계 조성자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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