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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의 게임세상] 게임시장 중국대륙발 한파...한국 게임 리스크는?

서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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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정보과학부 서정근 기자의 '게임세상' 코너입니다.
지난 2년간 중국 수출길이 막혔던 우리 게임사들이, 한반도 긴장 완화에 힘입어 다시 현지 판로를 뚫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청소년 시력 보호를 명분으로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 게임 총량 제한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서면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양상입니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 게임시장이 주목하는 양상인데, 관련한 기상도를 짚어보겠습니다.

서정근 기자, 중국 정부가 청소년들의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고 게임사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총량을 제한하기로 했다면서요. 관련 배경은 어떤 것입니까.

기자> 표면적인 이유는 청소년들의 시력약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겁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세 이상 인구 중 5억명 가량이 난시나 저시력자인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이중 청소년들의 비중이 꽤 높다고 합니다.

8월 28일 시진핑 주석이 청소년 시력약화를 더 이상 방치하면 안된다고 한마디 하자 중국 교육부와 국민건강복지위원회, 국가신문출판서 등 8개 부서가 불과 이틀 만에 방금 말씀하신 규제 도입 방침을 밝혔습니다.

보통 게임 규제는 중독으로 인한 폐해에 초점을 두기 마련인데, 중국 당국의 규제 논리는 청소년 안구건강에 유해하다는 관점입니다.

앵커> 청소년 시력보호라...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 있네요. 중국 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사실 설득력은 없지요. 청소년 시력보호하려면 교과서 글씨 폰트 크기 늘리고, 가정에서 TV시청 줄이도록 지도하는게 우선이겠죠.

한국이었으면 관련 협단체나 문화단체가 반대하는 성명을 내고, 게임사 홍보인력들이 연이 닿는 출입기자들에게 하소연해서 비판 기사를 쏟아내게 하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으로 대응하겠지만, 중국 업체들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현지 1위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15일부터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 이용자 중 12세 미만은 하루에 한 시간, 12세 이상 19세 이하 이용자는 하루 두 시간으로 플레이를 제약합니다.

'왕자영요'는 중국 내 인기 1위 게임인데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휴대폰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부 규제가 틀을 갖추기도 전에 발빠르게 순응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한국 게임이 다시 판로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됐으나 예기치 않은 규제를 만났다고 하셨는데, 우리 게임사들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측면에서 봐야 할까요.

기자>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한국 게임의 중국 서비스 허가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 내 게임 심의를 전담하는 기관이 광전총국에서 선전부 국가신문출판서로 바뀌면서 관련 행정이 중단돼 지난 4월부턴 중국 현지 게임도 신규 서비스 허가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8월부터 심의 행정이 가동되면서 중국 게임이 서비스 허가를 받고, 우리 게임도 해금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게임 수입 규제 원인이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이었는데,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며 중국 정부가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예상한거죠.

그런데 신규 허가를 내주기는 커녕 각 업체들이 서비스할 수 있는 게임 총량을 제한하는 규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텐센트의 예를 들면 직원수가 4만명 가량인데, 이정도 인력이면 매년 수십 종의 게임을 자체 개발해 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매년 선보일 수 있는 신규 게임을 5종 정도로 제약하면 제 식구게임 제치고 남의 나라 게임 수입해 수익 나눠줘가며 서비스할 이유가 없죠.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해금된다 한들 중국 업체들이 사갈 이유가 없어진 것입니다.

내수 시장이 아무리 크다 한들 서비스 가능한 쿼터를 제약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당연히 중국 게임사들이 해외진출로 눈을 돌릴테고, 가장 가깝고 문화적 동질성이 큰 한국 시장이 타깃이 됩니다.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 50종 중 15종 가량이 이미 중국 게임인데, 중국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서면 우리 게임사들은 한층 더 버거워지겠지요.

앵커> 이 정도 정책 변화라면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을텐데, 분위기가 바뀜을 암시하는 전조 현상은 없었나요.

기자> 지난해부터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텐센트의 '왕자영요'를 두고 '인민의 적'이라고 성토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있었습니다.

텐센트가 주력게임'몬스터헌터:월드'의 서비스를 8월 13일에 중단하며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사전가입자가 100만명이 넘은 인기게임인데요, 8월 8일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틀 만인 8월 10일에 중국 정부가 서비스 중지를 명령했습니다.

"게임 내용 중 중국 정부 당국의 정책과 배치되는 점이 있었다"는게 텐센트의 해명인데, 정확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텐센트의 시가총액은 평소 5000억 달러 규모를 유지해 왔습니다. 연초 기준으론 애플, 구글, MS,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5 기업 뒤를 잇는 수준이었습니다. 세계 GDP 25위권인 벨기에의 국가 GDP와 대등한 규모입니다.

이정도 입지의 기업이 중국에서 나온 건데, 중국 정부와의 연줄과 교분, 우리가 흔히 말하는 '꽌시'가 탄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회사도 핵심 게임의 안위조차 지키지 못할 만큼 중국 정부의 반(反) 게임 기조가 확고하다는 점, 텐센트에게 판로를 의존했던 국내 유력 게임사들의 접근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였입니다.

앵커> 기업 활동에 '예측 가능성'이 참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이런 점에선 한국은 참 기업하기 좋은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청소년 안구건강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을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합니다.

기자> 우리 입장에선 중국이 가장 큰 교역 파트너다 보니 가끔 잊게 되는데, 이 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고 국가주의가 인민의 삶을 관통하는 나라임을 새삼 실감케 합니다.

중국 정부는 사이버보안법을 근거로 텐센트의 메신저 '위챗'에서 채팅그룹을 늘릴 때 허가를 받도록 했고, 채팅방 당 인원은 500명을 넘지 못하게 했습니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 텐페이의 예치금 전액을 인민은행에 맡기게 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이 사실상 종신집권에 성공한 후 여론통제를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인터넷 기반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가 게임사들을 대상으로 법인세 외의 특별세금 부과를 검토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그간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게임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워줬고, 이 성과를 국부로 편입시키기 위해 고삐를 당기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은퇴 여부가 화제를 모았는데, 마윈 회장의 진퇴가 기업이 사업하기 힘들게 만드는 중국 정부의 국가주의에 대한 염증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이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된 셈인데요. 현지 진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인데, 말씀주신 내용을 보면 사실 어쩔 도리가 없어보입니다.

기자>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비앤비 모바일' 등이 텐센트와 수출계약을 맺었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은 스네일게임즈와 계약한 후 무한대기 중입니다.

넷마블 등 탑 클래스 게임사들은 신작을 개발할 때 한국 버전 완성 전에 중국버전 개발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그만큼 중국 시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신규 게임 수출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진출작의 비중이 절대적인 회사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텐센트를 통해 유통되는 '던전앤파이터'나 '크로스파이어'의 현지 서비스가 중국 정부로부터 꼬투리가 잡혀 '몬스터헌터: 월드'처럼 중지되기라도 하면 넥슨과 스마일게이트는 적자기업으로 돌변하게 됩니다.

중국은 '없는 셈' 치는 게 속편한 시장이 됐는데, 그렇다고 아예 포기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중국 시장에 사업전략 비중의 절대치를 둬선 안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앵커> 우리 게임 생태계에 미칠 영향도 짚어주시죠.

기자>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겠지요. 우리 게임은 중국에 못 가는데 중국 게임은 물밀듯이 밀려올테고, 이를 막을 도리도 없습니다.

이전엔 중국 업체가 한국 배급사를 끼고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카카오가 저렴하고 품질좋은 중국산 게임 수입에 적극 나서기도 했습니다.

최근 들어선 한국 내 유통망을 끼지 않고 직접 진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게임 생태계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방향이지요.

이제 중국게임 공급이 보다 더 늘어날테고, 기본적으로는 직배(直配)방식의 진출이 주종을 이룰 전망입니다.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중국 게임 판권 가격은 다소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견-중소 배급사들이 중국 게임 수입을 통해 활로를 열어가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수 있겠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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