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N NEWS
 

최신뉴스

[MTN현장+]삼성은 한방에 팔았는데…LG는 MRO 사업 통째로 못파는 이유?

강은혜 기자



"통째로 매각하는 건 아닙니다. 사업 분할 후 분할 회사 지분은 유지할 겁니다."

팔긴 팔겠지만 다 팔진 않겠다. 소모성 자재구매 부문(MRO) 사업과 관련한 LG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LG가 100% 자회사인 서브원의 MRO 사업을 분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분할한 뒤 일부 지분을 팔아 현 정부가 과제로 내건 일감몰아주기 화살을 일단 피하겠다는 겁니다.

◇서브원, MRO 사업 철수 아냐…"사업분할 후 지분 유지"


일각에선 결국 MRO 사업을 전부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자먼, 화들짝 놀란 LG와 서브원 측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규홍 서브원 대표이사는 사내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MRO 사업에 대한 조정만 있을 것"이라며 "유의미한 수준의 분할회사 지분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LG는 MRO 사업에서 손을 떼기보단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선에서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 겁니다.

애초 서브원은 오너지분이 없고, 지주사인 LG가 100% 지분을 들고 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자회사 중 지분을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개정안은 오는 11월 정기국회에 제출되고 이르면 2020년 시행되는데요.

이렇게 될 경우,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LG 지분율은 46%이고, 서브원은 (주)LG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됩니다. 그 때문에 MRO 사업을 분할해 신규 분할 회사의 보유지분을 50% 미만으로만 낮춰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겁니다.

사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MRO 자회사를 가진 건 LG뿐입니다.

앞서 삼성은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MRO 사업을 담당하는 알짜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를 매각했습니다. 쪼개지 않고 한번에 통으로 인터파크에 넘겼습니다. 서슬 퍼렇던 정권 초기 시절의 압박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중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동반성장위원회에서 MRO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동반성장 기조에 부응하기 위해 MRO 사업에서 철수한 겁니다.

삼성은 쓰린 속내를 감췄는데 주변에선 삼성의 통 큰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당시 삼성 외에 SK그룹도 MRO 자회사인 행복나래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고, 한화도 MRO 사업에서 손을 뗐습니다.

그런데도 유독 LG는 흔들리지 않고 MRO 사업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기업에 화가 오지 않을까 재계에선 우려 섞인 눈으로 쳐다봤지만, 중소기업 영역은 침범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선 덕에 고비를 넘겼습니다.

훗날 재계 곳곳에선 결국 버틴 LG만 잘한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 번에 MRO 계열사 매각한 삼성 vs 손 못 떼는 LG

그랬던 LG마저도 이번 정권하에선 어쩔 수 없다는 듯 일단 MRO 사업을 떼어내 팔기로 한 겁니다.

그 이유에 대해 LG는 "대기업이 MRO 사업을 운영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 인식 때문이라면 삼성처럼 아예 한방에 사업을 정리하는 게 나을 텐데 굳이 일부 지분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성과 달리 서브원은 MRO 사업 하나만 하는 게 아닙니다. 건물·부동산 관리, 건설, 레저분야 크게 4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MRO가 전체 매출의 60%, 건설사업이 29.31%, 빌딩관리 사업 9.92%, 레저사업이 2.43% 비중을 차지하는데, 특히 건설 사업은 LG화학, 디스플레이 등 보안성이 요구되는 계열사들의 산업설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LG사이언스파크 공사 수주 등의 영향으로 매출이 많이 늘어나면서 서브원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습니다.

서브원은 지난해 매출 6조8,938억 원, 영업이익 2,11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1.8%, 12.8%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해 계열사 내부거래율은 74%에 달합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현금배당도 매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100억 원의 현금배당을 했는데 이 배당이익은 LG의 지분 46.68%를 손에 쥔 구광모 회장 등 총수 일가에게 간접적으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상속세 때문에 현금이 필요한 구광모 회장에게는 알짜 자회사인 서브원을 통으로 팔기보단 MRO만 떼어내 일부 지분을 파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인 셈입니다.

서브원 측은 "MRO 그동안 꾸준히 성장시켜온 사업"이라며 "내부물량 외에 외부 고객사들도 3분 1가량 보유하고 있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LG가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팔지 않고 버텨왔던 MRO 사업을 이제와서 반절이라도 팔기로 한 것은 구광모 체제로의 사업개편을 알리는 큰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문제가 될 건 미리 정리해 큰 마찰 없이 가겠다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담겨있는 결정이었을 겁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MRO 사업을 어떤 식으로 처분할지는 삼성과 LG의 전략적 차이"라며 "LG의 경우, 구 회장의 상속세 문제와 계열 분리 이슈 등이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상황의 차이를 고려할 때 단순히 삼성은 통 큰 결정을 하는 기업이고, LG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소심한 기업이라는 식의 선 긋기는 적절치 않아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강은혜 기자 (grace1207@mtn.co.kr)]

머니투데이방송의 기사에 대해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하실 분은 아래의 연락처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충처리인 : 콘텐츠총괄부장 ombudsman@mtn.co.kr 02)2077-6288

MTN 기자실

경제전문 기자들의 취재파일
전체보기

    Pick 튜브

    기사보다 더 깊은 이야기
    전체보기

    엔터코노미

    more

      많이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