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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일감몰아주기 해소 잰걸음…일부 역주행 기업도

권순우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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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SK, GS, LG 등은 일감 몰아주기 기준에 해당할 수 있는 계열사를 연이어 매각했습니다. 대부분 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에 분주한데, 일부 역주행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최근들어 기업들이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계열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해소 때문이라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는데 일감몰아주기 대상 기업의 기준이 강화됩니다.

현재는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됩니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강화했습니다.

또 총수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도 대상이 됩니다. 계열사를 하나 더 거쳐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개정안이 통과가 되면 규제 대상 기업이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납니다. 개정안은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이 되겠지만 그에 앞서 자발적으로 개선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어떤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하고 있나요?

기자> GS그룹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기업이 많은 그룹으로 꼽혔습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버지가 8형제이다보니 계열로 얽힌 기업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GS그룹은 내부 거래가 많기는 하지만 적당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미온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고, 규제가 강화되자 이제라도 계열사 정리에 나선 겁니다.

GS그룹은 크게 GS칼텍스를 필두로한 에너지, GS리테일, GS홈쇼핑 등 유통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정유, 석유화학 제품 및 편의점, 홈쇼핑 상품의 물류 사업은 다섯째 집안인 승산이 하고 있었습니다. 또 GS칼텍스 등은 창고도 승산의 물류 창고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승산은 지난달 27일 GS칼텍스의 윤활유, 폴리프로필렌 운송 사업을 매각했습니다. 또 GS리테일도 물류 자회사를 따로 설립을 했는데 승산과의 내부거래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룹내 전산 일감을 독차지 하던 GS ITM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청소 등 건물관리 일감을 몰아 받던 엔씨타스를 청산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씨타스가 하던 그룹사 건물 관리 일감을 GS건설의 자회사가 받아 결국 일감은 그룹내에 있는 무늬만 청산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허씨 가문 3,4세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GS칼텍스의 석유화학 부산물 방향족을 중국에 판매하던 위너셋 자회사도 매각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앵커>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거 같은데 실제 많이 줄고 있나요?

기자> GS그룹은 허창수 회장의 윗대 8형제의 가족들이 대부분 계열 분리가 되지 않아서 일감 몰아주기 기준에 많이 해당하고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도 가족 기업들의 내부 거래로 사익편취가 아닌 일감 몰아주기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GS는 그동안 이같은 사정을 이야기해왔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정부의 의지가 더 강해지자 적극적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 해소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3세들이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는 보헌개발은 GS ITM, 삼양인터내셔널, 옥산유통 등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이 전체 매출의 95%나 됩니다.

또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의 두 딸이 보유한 프로케어의 경우 친척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갓집인 태광그룹이 프로케어의 건물에 입주해 임대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또 켐텍인터내셔널과 같은 화학 약품 도매회사도 재료를 주는 GS칼텍스와의 거래를 정리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GS그룹은 여전히 내부 거래가 많은 대기업집단으로 꼽히지만 적극적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가 어떻게 평가를 할지 주목됩니다.

앵커> 내부 계열사들끼리 거래하던 일감을 남에게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일감은 누가 받아가고 있나요?

기자> 이전까지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거나 매출을 늘려 내부 거래 비중을 낮추는 등의 방식이었습니다. 대주주 지분율이 30%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라고 규정을 하니 29.9%로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했고, 꼼수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이나 사업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외부 회사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집니다. 일은 그대로 하면서 주인이 바뀌는 셈입니다.

SK그룹은 SK해운을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SK해운은 최태원 회장이 SK를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는 회사이고 전체 매출의 34%를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SK해운은 지분율을 조금만 맞춰도 강화되는 일감몰아주기 기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SK그룹은 아예 여지를 없앴습니다. SK해운의 부채비율은 2000%가 넘기 때문에 그룹 차원의 자본 확충을 하는 것보다는 외부 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LG그룹 역시 내부 소모품 조달을 하던 서브원의 MRO사업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MRO 사업은 그룹사에서 사용하는 종이, 펜 등 소모품을 조달하는 회사로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지목된 업종입니다.

삼성그룹도 MRO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정리했습니다. LG는 그동안 각종 비난에도 불구하고 MRO 사업을 유지해왔지만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정리를 하게 된 겁니다.

아무래도 구광모 회장의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검찰 수사를 받는 등 법적 리스크에 노출이 되다 보니 더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발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정리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전산 자회사인 코오롱베니트 지분 전량을 코오롱에 현물 출자했고, LS그룹도 총수 일가 보유 가온전선 지분을 LS전선에 매각했습니다.

태광그룹의 경우는 이호진 전 회장이 1100억원 규모의 전산 자회사 지분을 계열사와 재단에 무상으로 증여해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근절 의지가 강한데 아직도 버티는 기업도 있나요?

기자> 대표적으로는 한국타이어가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7월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는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타이어는 계열사 9개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이중 대표적인 회사는 타이어 금형을 만드는 엠케이테크놀로지입니다. 엠케테크놀로지는 2011년 한국타이어가 인수를 했는데 조양래 회장의 두 아들인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함께 출자를 했습니다.

엠케이테크놀로지는 대부분 매출을 한국타이어와 해외 계열사들로부터 올리고 있습니다. 또 벌어들인 순익의 절반은 배당을 해서 대주주 일가의 주머니를 채웠습니다.

엠프론티어는 최근 한화그룹이 정리한 한화S&C, GS그룹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GS ITM처럼 그룹사의 전산 일감을 독차지 하는 SI회사입니다. 지분의 60%는 조현식, 조현범, 조희경 3남매가 가지고 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 일가가 경영권 유지 목적외에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개인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타이어는 오히려 역행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양래 회장의 첫째 아들 조현식 부회장은 신양관광개발, 아노텐금산 등 계열사의 최대주주입니다. 지배회사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 일감 100% 인 회사를 사주 일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겁니다.

둘째 아들인 조현범 사장은 오히려 회사를 매입해 사익편취 규제대상 기업을 늘렸습니다. 지난해 6월 조현범 사장은 와이케이티 지분 76.5%를 매입해 규제 대상 기업으로 포함이 됐습니다. 와이케이티는 자동차 전장 업체입니다.

와이케이티 2대주주는 김영집씨 등이 이사로 있는 알비케이홀딩스입니다. 3대주주는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입니다. 김영집, 장선우씨는 과거 코디너스, 엔디코프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사람들입니다.

조현범 사장은 주가 조작 의혹에 연류됐다는 의혹이 제기가 됐지만 무혐의를 받았습니다. 다만 그 사건에 연루 됐던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는 면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타이어의 알짜 계열사 프릭사를 알비케이가 인수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정책이 많이 도입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정거래법 개정 외에도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는 정책이 있나요?

기자> 재벌 개혁의 핵심은 총수일가의 독단적인 경영을 견제하는 것입니다. 또 이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는 일을 막기 위해섭니다.

정부는 이같은 대주주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지침,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최근에는 사모펀드 10%룰을 완화했습니다. 이전까지 사모펀드가 경영참여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하려면 최소 1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이번에 이 룰이 완화가 되면서 사모펀드가 10% 이하로도 지분을 취득해 경영참여를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사모펀드가 5% 등 소수 지분을 가지고 세력을 규합해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견제에 나선다면 지금보다 훨씬 투명한 경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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