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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유증에 반발...주요주주 운용사 대응 '제각각'

이충우 기자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사를 상대로 주요주주로 있는 운용사들이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KB자산운용은 아예 웅진씽크빅 주식을 대거 처분해 사실상 지분관계를 정리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큐리언트 2대주주로서 지위를 활용해 주주권을 행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KB자산운용,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웅진씽크빅 주식 대거 처분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이 2대주주로 있던 웅진씽크빅 주식을 대거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웅진씽크빅이 코웨이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과도한 유증으로 주식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장내에서 주식을 매도한 것.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 1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9월말 기준 웅진씽크빅 지분율이 0.09%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대규모 지분매도가 일어난 9월 3일 직전 웅진씽크빅 보유지분율은 7.88%. 3일 하루에 224만 1,060주에 달하는 물량을 시장에서 처분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줄었다. 처분단가는 5,215원. 116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도했다. 9월 3일 웅진씽크빅 주가는 전일 대비 25.3% 하락한 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8월 31일 장 마감 이후 웅진이 '자회사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웅진씽크빅이 1,690억 5,0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 KB자산운용의 주식매도 결정으로 이어졌다. 웅진씽크빅이 코웨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되는 주주배정 유증 규모가 과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란 우려에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


이에 대해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웅진씽크빅 규모에 비해 과도한 유상증자가 시행돼 기존 주주가치 희석이 예상됐기 때문에 주식매도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KB자산운용은 2014년 11월 처음으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 공시를 통해 웅진씽크빅 지분을 5% 넘게 들고 있다고 알렸다. 이후 2015년 10월말 지분율이 17%가 넘을 정도로 지분을 늘려왔다가 이후 지분을 점차 줄여왔다. 이번 웅진씽크빅 유상증자 이슈를 계기로 2대주주 지위를 아예 내려놨다.


일각에서는 KB자산운용 행보를 두고 월스트리트룰과 연관짓기도 한다. 월스트리트룰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식으로 투자기업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뜻한다. 월가에서 투자기업 주식을 팔아치우는 방법으로 기업에 대한 평가를 대신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기관투자가들이 주식투자자로서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스튜어드십코드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큐리언트 2대주주 지위 살려 공개서한 압박


이와 달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투자회사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유증 이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큐리언트가 지난달초 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큐리언트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유증을 추진하는데 신주발행가액에 적용되는 할인율 등 유리한 조건을 달아 신주를 배정한다고 문제삼은 것. 이에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큐리언트 지분 6.66%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큐리언트 경영진의 해명 등을 공개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지난달 10일 큐리언트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근거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는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한다'는 스튜어드십코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공개서한 발송 근거를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이후 큐리언트 측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이 회사 측이 당면한 회계적, 자금적 이슈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판단했다"며 "최근 주가하락 상황아래 '주주배정 유상증자' 추진은 모집과정의 불확실성 등으로 주가에 미치는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큐리언트 측은 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제3자 유상증자 참여희망 여부를 파악하지 못하고 유증을 추진하게 돼 송구스럽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와 대비되는 월스트리트룰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운용사와 투자기업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주주가치 훼손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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