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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코스닥 상장식에 새양복을 입지 못한 이유

이대호 기자

코스닥 상장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증시에 입성하는 좋은 날인데 참석자들은 어두운색 옷을 입는 경우가 많다.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파란색·녹색이 들어간 옷을 입으면 안된다는 건 불문율(?)이다.

#1.
코스닥 상장식을 위해 10년 만에 처음 산 양복. 그런데 정작 상장식 당일에는 그 양복을 입지 못했다. 푸른빛이 살짝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A사 대표이사 이야기다. A사 대표는 업종 특성상 정장을 입을 일이 거의 없었다. 그가 양복이라는 것을 사본 건 10년 전 결혼할 때 빼고는 이번이 처음. 그만큼 코스닥 상장식에 큰 의미를 두었다.

그런데 상장식 직전 "밝은색 양복은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 "정장은 어두운색, 넥타이는 빨간색"이라는 공식(?)과 함께. 어쩔 수 없이 한국거래소 드레스코드에 맞추기 위해 10년 전 양복을 꺼내 입었다.

#2.
B사 임직원들은 코스닥 상장식을 위해 특별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옷을 맞춰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회사 캐릭터를 들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계획이었다.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 이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 향후 회사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퍼포먼스는 '상장식이 끝난 뒤 B사 임직원들만 있을 때' 진행됐다. 당일 같이 상장한 회사가 한 곳 더 있었는데, 다른 회사 임직원들이 불편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공모가 결정 때부터 두 회사에 대한 시장 반응이 엇갈렸기에 더욱 눈치가 보였다는 후문이다.

■ 시대는 변하는데...

한국거래소 상장식은 ▲상장사(발행사) 및 유관기관 VIP 티타임 ▲프레젠테이션 ▲상장 계약서 서명 ▲상장기념패 수여 ▲CEO 타북 ▲시초가 확인 ▲기념촬영 등으로 이뤄진다. 장내 아나운서 멘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상장식이 열리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분위기는 엄숙하기 그지없다. 약간의 다과만이 딱딱한 분위기를 녹여줄 뿐. 상장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임직원들과 그 가족들도 낯선 분위기에 알아서 침묵한다. 어린아이들(CEO 자녀 등)을 데려온 경우 아이가 떠들까 아예 행사장 밖으로 데리고 나가기도 한다. 상장식 행사 분위기는 잔치와는 좀 거리가 멀다. 일종의 높으신 분들과 함께하는 계약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단다.

지난해 상장한 C사 대표는 상장식에 가족들을 부르지 않았다. '성공한 아들 자랑'을 하고 싶던 부모님이 서운해하셨단다. "(상장식이)왠지 공적이고 업무의 연장과 같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는 80년대생 CEO들이 종종 등장한다. 청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어엿한 상장사 대표이사가 된 것. 업종도 4차산업 시대에 맞게 O2O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기업 연령도, 임직원들도 젊어지고 있다.

젊은 CEO, 젊은 회사들에게 10~20년 전과 똑같은 상장식, 판에 박힌 상장식은 아쉬움이 크다. "회사 CI가 파란색인데 왜 꼭 빨간색 넥타이만 매라고 하느냐?"는 한 CEO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 특이한 상장식?

상장식에 다양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2014년 12월 에프엔씨엔터 상장식 때 걸그룹 AOA가, 2015년 4월 큐브엔터 상장식에는 포미닛이 찾아와 사인회를 하는 등 연예인들이 소속사 상장의 의미를 더했다. 앞서 2011년 11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상장식 때도 배우 유인나와 가수 산다라박이 함께했다.

지난해 5월 넷마블게임즈는 코스피 상장식에 '리니지2 레볼루션' 캐릭터와 회사 마스코트를 출연시켰다. 회사 정체성을 분명히 알림과 동시에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2017년 5월 넷마블게임즈 코스피 상장식. 게임 캐릭터 코스프레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웠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장식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매년 수십번의 상장식이 얼마나 판박이었으면 독특한(?) 상장식이라며 오히려 기사화 될 정도다.

■ 한국거래소 상장식 주인공은 '기업'

증시 상장은 창업자에게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도. 임직원들에게도 일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법인사업자 88만 4,000여 개사 가운데 증시에 이름을 올린 건 2,070여 개사뿐이다. 대한민국 0.002%다.

증시 상장은 성공의 지표로도 꼽힌다. 자금 조달은 물론, 회사 이미지 제고. 인재 유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상장사가 되면 직원들의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진다.

증시 상장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도약대다. 그런 의미에서 상장식의 주인공은 오롯이 상장 기업이어야 한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한 신규 상장사 CEO의 말이다. "요즘엔 상장식 당일에 회사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하더라고요. 이게 얼마나 큰 기회겠어요."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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