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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있으나마나 '실손보험 간편청구'…수년째 제자리걸음

최보윤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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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감기 같은 가벼운 질병부터 항암치료 등 중병 치료까지 대부분의 병원 진료비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 누적 가입자 3,400만여명으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립니다. 그런데 병원을 다녀오고도 잘 모르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 진료 후 자동으로 보험금이 청구된다면 이런 일이 없을텐데, 시스템을 개발해 두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오늘은 지지부진한 '실손보험 간편청구'의 속살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앵커> 최 기자, 저도 실손보험 가입자이거든요. 아직 젊어서 그런지 병원을 자주 가지는 않지만, 가끔 이비인후과나 정형외과는 갈 일이 생겨요. 그런데 보험금 청구는 거의 안하는 편이에요. 챙겨야할 서류도 많고 굉장히 번거롭더라고요?

기자> 네, 실손의료보험은 통원이나 입원 할 것 없이 대부분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죠. 심지어 병원 다녀와서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종류에 따라 약값도 보장 받을 수 있습니다.

보장 범위가 광범위한데 많은 분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거든요.

보험금 청구하려면 병원에서 진료비 영수증 뿐만 아니라 진단서, 진료기록서 등등 여러 서류를 떼야 하는데 사안에 따라 필요 서류가 다르고 비용도 발생합니다.

또 발급받은 서류를 보험금 청구서와 함께 우편이나 팩스, 온라인 등을 통해 보험회사에 보내줘야죠.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보니 특히 진료비가 1만 원, 2만 원… 상대적으로 소액일 경우는 포기하는 분들이 더 많아지고요. 영상부터 보실까요?


[리포트]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진료인지 잘 모르거나 소액이라서,

[김소한 / 서울시 송파구 : 한번 병원 갈때마다 2~3천원 몇 천원 내니까 (보험금 청구) 생각해 본 적 없고, 입원해서 몇십만원 몇백만원 내야 생각을 한거죠..]

혹은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절차로 인해.

[남순희 / 서울시 영등포구 : 별도로 진단서를 받아야한대요 그돈이 만 몇천원 됐던거 같아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고도 진료비 청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실제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외래환자의 14.6%, 약처방은 20.5%가 실손 보험금 청구 사유가 발생했으나 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병원에서 보험사로 보험금 청구를 자동으로 할 수 있도록 전산화하면 해결될 문제입니다.

수년 전부터 이 같은 '실손보험 간편청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고, 관련 기술도 개발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이 시행에 주저하는 상황.

의료계는 의료법상 진료 기록을 외부에 넘길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고 보험사들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집니다.

[오세헌 / 금융소비자원 국장 : 보험업계와 의료업계가 협의를 해서 소비자를 위해 편리성 쪽으로 추진을 해야 마땅한데 양쪽 업계의 이해 관계, 비용 문제가.. ]

정부가 해법 마련을 위해 실무협의체를 가동하고 의료법 개정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강제성 없이 '실손보험 간편청구'가 탄력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최보윤입니다.



기자> 요즘은 그나마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100만원 이하 소액 진료비는 상대적으로 손쉽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긴 합니다.

병원에서 받은 서류를 사진으로 찍거나 진료비 영수증에 있는 QR 코드를 찍어 온라인으로 전송하는 방법인데요.

취재하면서 보니 이렇게 소액 보험금 청구는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분들도 많았고요. 특히 정작 병원을 자주 가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알려드려도 많이 어려워 하셨습니다.

보험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서도와 실손보험금을 청구해 본 사람은 절반 이상은 설계사를 통해서 했고요. 팩스나 직접 보험사를 방문하는 비중도 36%정도를 차지했습니다.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을 활용한 경우는 아직 22% 수준에 그쳤습니다.

앵커> 병원에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곧바로 보험회사에 보내준다면 간단할텐데, 이거 왜 이렇게 안되는 건가요?

기자> 보험사들이 연간 2400만건의 실손보험 청구서류를 받고 있다고 하거든요. 가입자들의 번거로움을 차치하고, 보험금 청구 서류 발급에 드는 비용이나 병원, 보험사의 직원들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굉장한 낭비죠.

병원이나 보험사도 간편청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이해득실을 따지고 들어가보니 반대 목소리가 커진 겁니다.

우선 의료계의 반발이 거센대요. 의료계는 의료법상 진료기록을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거나 전산화에 드는 비용, 보험사들이 진료 기록을 보험금 지급이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할 소지 등을 이유로 간편청구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비급여 진료 항목들이 표준화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건데요.

무슨 말이냐 하면 병원마다 같은 진료를해도 비용이 천차만별이거든요. 가령 최근 실손보험으로 많이하는 물리치료 방식 중 '도수치료'가 있는데 이건 가격 차가 무려 100배까지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이렇다보니 병원들이 행여 실손보험 간편청구 확산으로 비급여 의료행위가 병원별로 집적되고 결국 이게 표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겁니다.

보험사들은 비급여가 표준화되면 그만큼 보험금 지급 부담을 덜 수 있는 부분이 있어 내심 기대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전국에 병의원이 9만 여 곳에 이르는데 이 모든 곳에 전산화를 시켜야 하는 점과 그 비용 부담을 전부 떠안을 수 있다는 점, 또 그동안 누락됐던 소액 보험금 청구가 늘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해관계자들의 셈법이 복잡하다보니 '실손보험 간편청구'가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정부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요?

기자>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닙니다.

정부 역시 일찌감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해마다 '실손보험 간편청구' 추진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해결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과 발맞춰 조금은 탄력받는 분위기입니다.

문재인케어는 비급여 항목 3,800여개를 공공보험이 보장하는 급여로 바꾸는 의료 복지 정책인데요. 이렇게 되면 그동안 실손보험이 보장하던 부분이 대거 공공보험으로 편입되면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줄어들겠죠.

그래서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가 주축이된 '공ㆍ사보험 정책협의체'가 꾸려졌습니다,

협의체에서는 실손보험의 보험료 조정 이나 상품 구조 개편 등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고, 여기에 앞으로 간편청구 추진 방안 역시 주요 의제로 다루기로 한 상탭니다.

또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 발의 등으로 힘을 싣고 있습니다.

앵커> 단기간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은데요. 또 하나 걱정되는게 우리나라가 IT강국입니다만, 시스템 개발에는 무리가 없을까요?

기자>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스템은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정부도 지난 7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교보생명과 KB손해보험이 간편청구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관련 내용을 정부가 나서 소개하고 시행이 확대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했거든요.

특히 교보생명이 구축한 간편청구 시스템의 경우 정부의 블록체인 지원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면서 3억원 5,000만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병원 7곳만 연계돼 있는데다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다보니 이용 실적이 미미합니다.

KB손보의 간편청구는 모바일 앱을 활용하는걸로 가입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연계 병원이 적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지난 5개월여간 보험금 청구가 600여건에 그쳤습니다.

또 이미 자동차보험의 경우는 2012년부터 자동화돼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병의원들 입장에서도 사실 실손보험 간편청구 시스템 구축이나 활용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 보다 더 민감한 정보가 수시로 오가기 때문에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네, 최 기자 의료계와 보험사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번에는 제대로된 유인책을 내놓거나 강제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겠네요,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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