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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에너지 패러다임의 격변…수소사회 열린다

권순우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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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 여름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를 기억하실 텐데요. 예전과 날씨가 많이 변했다는 생각들 하셨을 겁니다. 앞으로 오는 겨울에는 또 혹독한 한파가 몰아칠 거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많은 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가 부각 되고 있습니다. 석유가 아니라 수소로 움직인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 그 흐름 속에서 한국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지 함께 보시지요.

앵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 과제 중에 하나로 수소를 선정했습니다. 수소가 뭐길래 이런 관심을 받고 있는지, 수소사회가 되면 과연 무엇이 달라 지는지 권순우 기자와 함께 수소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수소사회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데 왜 이렇게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요?

기자> 수소에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분들이 그리는 ‘수소사회’는 지금 석유의 자리를 수소가 대체하는 사회입니다. 탄소가 포함된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 지구 온난화를 촉발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이 됩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습니다. 수소는 지구 온난화를 촉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입니다.

또 중동 등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매장이 돼 있는 석유와 달리 수소는 어디에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듯 물에 전기를 넣으면 산소와 수소와 나오듯, 산소와 수소를 더하면 물과 전기가 나옵니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수소로 전기를 만들면 물이 나오는 순환 고리는 인류로 하여금 누구나 무한한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지금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서 패러다임이 변하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홍성안 / 광주과기대 석좌교수 : 수소경제는 에너지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우리가 화석 에너지를 쓰게 되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문제, 에너지 고갈 등의 이슈가 있습니다. 요즘 추세는 어떻게 하면 화석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가느냐입니다. 거기에 수소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만 해도 수소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요?

기자> 우리나라는 2005년 참여정부때 <수소경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시행했습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기술들은 대부분 이때 많은 연구개발이 이뤄졌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집중했던 녹색성장의 분야에서 수소는 제외가 됐습니다. 대신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떠올랐습니다. 이전 정부가 밀던 정책은 폐기가 된 겁니다.

최근 수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진 것은 기술적인 발전에 정책적 관심이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 8월 3대 전략투자 분야를 선정하며 그 중 하나로 수소경제를 선정했습니다. 정부가 수소경제를 3대 혁신 과제로 선정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전기차가 출시됐기 때문입니다. 수소차가 없으면 수소충전소 등이 무용지물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2월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했습니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투싼 수소전기차를 출시했지만 너무 비쌌고 기술적 완결성도 떨어졌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넥쏘는 가격과 성능면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까지 발전을 했습니다.

최근 사전 계약만 2,800대가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전 모델은 5년 동안 1000대도 못 팔았습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수소전기차를 타고, 파리 시내 한복판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충전을 하는 방면도 지켜봤습니다.

앵커> 수소전기차는 탈만 한가요?

기자> 저도 수소전기차를 타 봤는데요. 수소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소음이 없고 초반 출력이 강해 주행감이 경쾌합니다. 나머지는 일반 자동차와 똑같습니다.

직접 구매하는 분들은 초기 기술에 대한 불안감과 충전소 부족의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요. 수소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만나봤습니다.

[문소영 / 수소전기차 차주 : 전기차는 한번 충전하는데 시간이 20~30분인데 수소전기차는 5분이면(가능해서) 시간도 짧아서 그전에 기다리는 시간이 확 줄어서 그 점이 좋습니다. 어떤 면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그런 것도...]

[박민정 / 수소전기차 차주 : 저희 애들이 기관지가 안좋아서 미세먼지에 신경을 쓰는 편인데, 저희가 운전을 하면서 공기청정도 해주니까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거 같아서 좋은 거 같습니다.]

앵커> 수소전기차 기술은 일본이 최고 아닌가요?

기자> 이번에 국내에서만 2,800대가 사전 계약 됐고, 해외 판매가 본격화 되면 넥쏘의 판매량은 미라이의 판매량을 근 시일 내에 넘어설 전망입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매체 AMS는 넥쏘와 미라이를 기술적인 측면에서 비교를 했습니다.

넥쏘는 출력, 최대토크, 가속성능, 제동거리, 실내소음, 항속거리 등 미라이의 성능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AMS는 승차감, 품질, 가격 등 7개 평가 기준 중 6개에서 넥쏘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기술적인 면보다 더 주목할 만한 부분은 '원가'입니다. 투싼 수소전기차는 1억 5천만원에 팔고도 팔 때마다 손해였습니다. 미라이도 8천만원에 팔면서도 손해였습니다.

넥쏘 역시 7천만원에 판매를 하면 이익을 볼 수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손해는 보지 않을 정도 수준까지 원가를 맞춘 점은 수소전기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놀랍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에너지 업체 H2에너지는 5년 동안 현대차로부터 1,000대를 공급 받기로 했습니다. 현대차는 에어리퀴드 등 에너지기업들과 프랑스에 5년 동안 5천대의 수소전기차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또 수소전기차로는 최초로 유럽의 신차 안정성 평가 프로그램 유로NCAP에서 최고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소전기차가 보급이 되려면 충전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거의 없다면서요?

기자>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수소충전소는 9개 밖에 없습니다. 서울 양재 현대자동차 본점에 있는 수소충전소를 지나 남쪽으로 가면 가장 가까운 곳이 130km 떨어진 충남 내포에 있습니다. 전국 15개 광역단체 중 충전소가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합니다.

충전소는 하나 만드는데 30억원이나 듭니다. 만들고 나도 수소전기차 보급이 많이 되기 전까지는 적자가 불가피합니다. 아무도 안할 겁니다. 그래서 수소사회가 열리면 이익을 볼 수 있는 자동차, 에너지, 공기업 등이 2천억원을 모아 4년 동안 100기의 충전소를 짓기로 했습니다.

또 규제 개선도 진행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수소는 위험물로 취급되어 왔기 때문에 학교, 아파트, 철도 등 도심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만 충전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주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운영상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종류의 제도 개선과 입법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원욱 / 더불어민주당 의원 : 1년 정도 특별법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했고 법안의 제목을 수소경제법으로 해서 발의하게 됐습니다. 이 법안을 통해서 수소사회로의 조기 이행을 보다 더 강력하게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원, 수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기반시설들...]

앵커> 그런데 수소전기차를 지원하는 것이 결국 현대차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소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현대차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보일 수도 습니다. 그런데 누가 만드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드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소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 토요타, 혼다 세 곳밖에 없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은 자기 나라 기업도 아닌데 수소전기차에 많은 보조금을 주고 있습니다.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지원은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또 수소전기차를 현대차가 혼자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수소전기차에는 1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모두 대한민국의 중견, 중소기업들이 만듭니다. 수소탱크, 수소센서 등 수소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우리나라 중견, 중소기업들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습니다.

이들은 현대차와 함께 수소전기차 기술을 개발했지만, 꼭 현대차에만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유럽 등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투어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는 굉장히 큰 기회가 생긴 센입니다.

앵커> 수소전기차도 실물을 보긴 했지만 수소경제사회라는 말은 잘 실감이 안납니다. 자동차 외에 어떤 것이 있나요?

기자> 수소사회는 화석에너지를 친환경 수소 에너지로 전환한 사회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쓰는 전기, 난방용 가스, 자동차 연료 등을 모두 수소로 바꾸는 겁니다.

지금은 저 멀리 있는 화력, 원자력 발전소에서 전기가 만들어져 전국으로 배급이 됩니다. 수소 연료전지가 있으면 빌딩이나 가정이 각각 발전소를 가지고 필요한 전기를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만든 수소전기하우스입니다. 에어컨, 선풍기, 텔레비전 등이 사용하는 전기를 수소발전기로 만듭니다. 그 발전기의 정체는 바로 수소전기차입니다. 수소전기차 안에는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가 있습니다.

한국전력에서 전봇대를 타고 들어오는 전기가 아니라 내 수소전기차에서 전기를 만들어 집안에서 가전 제품을 사용하는 겁니다. 수소전기차에 한번 수소를 완충하면 9일 정도 가정에서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미 수소연료전지가 상당히 설치가 돼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건물 신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제도, 녹색건축물 설계기준 시행 등 제도로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라고 하면 태양광이나 풍력을 떠올릴 수 있는데요. 건물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면 벽면이나 천장을 모두 태양광 패널로 뒤덮어야 합니다. 수소 발전기는 면적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많은 건물 한 귀퉁이에 꽤 많이 설치돼 있습니다. 수소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발전기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꽤 높은 수준입니다.

[윤용세 / 두산 퓨얼셀BG 차장 : 두산에서는 연료전지 관련해 발전용 연료전지와 가정용, 건물용 연료전지를 생산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국산화율은 건물용은 70% 이상을 달성했고, 발전용은 90% 이상 국산화율을 달성해서...]

앵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석유나 원자력이 아니라 수소로 사용한다는게 참 신기합니다. 수소는 물에서도 무한히 얻을 수 있다고 하니 뭔가 거짓말 같기도 합니다. 이런 세상이 정말 올 수 있을까요?

기자> 수소는 중장기적으로 투자, 연구개발 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굉장히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일개 기업이, 한 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수소를 사용하는데 더 관심을 두고 있지만 호주는 수소를 생산하는 일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호주는 넓은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어도 전기는 수출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로 바꾸면 수출을 할 수가 있습니다. 호주는 풍부하지만 이동이 힘든 자원을 수소로 전환해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는 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패트릭 하슬리 /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소(CSIRO) 부장 : (호주는) 수소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는 수소 산업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은 수소경제 분야에서 가장 앞서 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같이 하고 있는 기업들도 대부분 일본 기업입니다.

일본은 토요타 등 자동차뿐 아니라 가정에도 연료전지가 많이 보급이 돼 있습니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수소버스 50대를 투입하고, 선수촌을 수소 에너지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수소사회는 단기적인 유행을 타고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10년 넘게 소외돼 있던 한국의 수소 기술이 다시 빛을 보게 됐지만 업계에서는 또다시 단기적인 관심에 그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확보한 기술이 한국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좀 더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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