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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기자들] 삼중고에 허덕이는 자동차 부품업체…30만 일자리 흔들리나?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 기자2018/11/0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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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동을 멈춘 협력업체 공장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품사들을 중심으로 자동차산업의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최종근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사]

자동차 부품사들을 비롯해 제조업 하청 업체들이 모여 있는 인천 남동공단.

공장 돌아가는 소리 대신 정적만 가득합니다.

곳곳에는 공장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습니다.

[인천 남공동단 인근 상인 : 가게부터 안돼요. 안되는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 아예 안와요. 본격적으로 작년부터 더 심해요.]

자동차 엔진용 부품을 생산하던 이 공장은 자물쇠로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빈 공장에는 기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의 불황으로 공장이 부도 처리되면서 경매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인천 남동공단 관계자 : 그 전에 자동차 부품 회사라고 GM에 납품한 회사, 캐피탈로 넘어가서 캐피탈에서 다른데 넘기려고...]

자동차 생산량이 줄면서 인건비 비중이 높은 2차, 3차 부품업체는 급격한 최저임금한 인상 여파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호소합니다.

[인천 남동공단 입주기업 직원 : 시급제 같은 경우는 일한 만큼 받아 가야 되고, 52시간(근로시간 단축)이 되다 보면 그 시간만큼 또 채우려면 금액적인 부분이 안맞는 경우들이 생기거든요.]

여기에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감지한 금융권이 대출 상환을 요구하거나 신규 대출을 꺼리면서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1조원 규모의 자동차 부품업체 우대보증 프로그램을 이달부터 가동하기로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고문수 /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무 : (자동차산업이) 어렵다 보니 거래하는 금융기관에서 신규 자금 대출해주는 것을 꺼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조기에 자금 대출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들의 자금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부품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 될 경우, 자동차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보셨다시피 자동차 생산 현장은 마치 무너진 공장지대처럼 쇠락의 기운이 역력합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 제조업체수가 4600여개에 달하고, 여기서 종사하는 사람은 35만 4천명이나 됩니다. 완성차 업체의 판매부진은 부품업체에는 태풍으로 몰아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뿌리부터 서서히 흔들리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이 안좋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 같은데, 얼마나 안좋은 건가요?

[기자]
올해 7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충격을 줬습니다. 현대차의 1차 협력업체는 300여개에 달하지만 그동안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 들어 다이나맥,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대자동차 그룹을 중심으로 비약적으로 성장을 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만 해도 118조원 수준이던 국내 자동차 생산액은 2016년 197조원으로 성장했습니다. 고용 인원도 25만명에서 35만명으로 늘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에 빠지게된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 역시 생산과 판매가 줄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특정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서 생산이 줄어들 경우 어려움을 극복할 기초 체력이 매우 취약합니다.

세 번째는 2,3차 협력업체의 상당수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대응도 못하고 무너지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첫번째 요인은 아무래도 완성차 생산과 판매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일 텐데요. 얼마나 악화된겁니까?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자동차 생산은 9월까지 29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7만대, 8.4% 줄었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고정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생산이 줄더라도 인건비 등 비용은 그대로 지출이 됩니다. 그만큼 이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완성차 업체의 이익률이 낮아지면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갈 파이도 줄어들게 됩니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로 두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줄곧 내리막을 걷다가 올해 상반기 3.5%까지 추락했고 3분기에는 1.2%까지 떨어졌습니다. 매출액은 24조원나 되는데 영업이익은 3천억원도 안됩니다. 현대차는 분기에 영업이익을 1조원 정도를 올려 왔는데 참사라고 부를 만 합니다.

협력업체들은 더 심각한 수준인데요. 올해 상반기 100곳의 자동차 협력업체 중 3곳 중 1곳은 적자를 기록했고,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영업이익은 49.2%가 줄어들었습니다.

[앵커]
특정 업체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라 체력이 약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국내 최대 자동차 회사는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1차 협력업체 기준 347개, 기아차 협력업체는 333개입니다. 현대, 기아차가 잘 나갈 때는 협력업체들도 많은 돈을 벌었지만 어려워질 때는 더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부품사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서 현대, 기아차가 아닌 다른 완성차 업체로 판매처를 다변화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업체가 너무 많습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만 납품하고 있는 1차 협력업체는 347개나 됩니다.

현대, 기아차의 이익률이 10%대에서 3%까지 떨어진 와중에 협력업체의 이익률은 2016년 3%대에서 올해 1%때까지 감소했습니다.

반면 매출처가 다변화 돼 있는 회사들은 그나마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헤드램프를 만드는 에스엘이라는 자동차 부품업체의 지역별 매출액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가 10% 남짓 감소했지만 중국과 인도, 유럽에서 판매가 늘면서 전체적인 감소폭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 회사는 현대차가 협력업체를 평가하는 5스타 평가에서도 기술 5스타 인증을 획득해 실력을 인정 받은 회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GM의 최우수 협력업체, 오버드라이브를 수상했습니다.

전체 매출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63%로 가장 높지만 나머지는 GM과 포드 그리고 중국 완성차 등으로 매출처가 다변화돼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포드, 오펠 등에 납품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엔진용 피스톤을 만드는 동양피스톤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도 있습니다. 이 회사의 현대차 매출 비중은 50.2%, 나머지는 GM과 크라이슬러, 르노삼성, BMW, 아우디, 중국 지리 등 여러 매출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7년치 일감을 여러 회사로부터 확보했습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2% 줄었지만 동양피스톤의 영업이익은 22% 늘었습니다. 이 회사는 현대, 기아차뿐 아니라 GM과 크라이슬러, 르노삼성, BMW, 아우디, 피아트, 지리, 포드 등 여러 매출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속 계약을 맺고 납품을 하면 영업이나 마케팅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또 기술 개발도 하나의 업체가 원하는 것만 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전속 계약을 맺은 완성차 업체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한 대형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는 “매출처를 다변화 시키려면 다양한 완성차 업체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연구개발을 많이 해야 한다”며 “매출처가 다변화되면 협상력도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 또 “매출처 다변화를 하는데 10년이 걸렸다”며 “한 업체에만 의존하면 당장은 편할 수 있겠지만 결국 생존 가능성은 낮아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첩첩 산중이군요.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의 영향을 받았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최저임금과 52시간 근로는 사정이 열악한 2,3차 협력업체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사정을 듣게 된 업체는 플라스틱 부품 사출 업체였습니다. 이 업체는 12시간 2교대의 근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부품을 소량으로 생산하다보니 자동화가 어렵고 인건비 비중이 높은 회사입니다.

이 회사가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이유는 사출 공장의 특징 때문입니다. 플라스틱을 녹이려면 일종의 용광로 같은 것이 있어야 하는데 한번 온도를 올릴 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휴일이 아니면 끄지 않습니다.

이 회사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하루를 쉬고 주간조와 야간조를 번갈아 가며 근무하면 한달에 316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주휴수당, 야간수당, 특근수당을 반영한 임금입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가 오르면서 인건비 상승 요인이 생겼지만 1년에 한번 지급하던 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눠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였습니다. 내년에는 10.9%를 인상해야 하는데, 이제 인건비 부담을 상쇄할 여력이 없어 고민하고 있습니다.

업체 관계자는 “자동화를 해보려고 박람회도 찾아다녀보고 했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는 자동화 설비를 만들 수가 없었다”며 “원청 업체에서 납품 단가를 올려주는 것 말고는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고민은 52시간 근로제입니다. 직원수가 40명도 안되기 때문에 올해부터 도입되진 않았지만 2022년이 되면 2교대 근무가 불가능합니다. 3교대로 근무를 하려면 인력을 50%나 늘려야 합니다.

경영진의 고민은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업체 관계자는 “8시간만 일하면 추가근로 수당이 안 들어가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진 않는다”면서도 “오히려 고민인 것은 직원들의 월급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교대로 근로를 할 때 280만원에서 310만원을 받던 직원들이 8시간으로 근로 시간을 줄이면 월 급여가 2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을 결혼도 하고 해야 하는데 임금을 많이 못 줘서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그 월급으로 생활이 안되니 다른 일을 더 해야 할 텐데 같은 공장에서 일하면 추가 근로 수당이라도 받지만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면 기본 수당 밖에 못 받는다”고 강조했습니다.

12시간 2교대는 매우 가혹한 근무 환경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운영이 되는 열악한 제조업체들이 무척 많고, 그런 곳 밖에 일 할 곳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일자리의 현실이라면 좀 더 냉정한 현황 파악이 필요합니다.

[앵커]
자동차 부품업체의 현실이 녹록치 않아 보이는데 완성차 업체나 정부가 지원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나요?

[기자]
완성차 업체는 상생협력 파트를 통해 자금, 기술 등을 지원하거나 연구비 등이 많이 들어간 부품은 비싸게 사주는 등의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능력이 없는 협력업체를 자연스럽게 구조조정하기 위해 평가 등급을 깐깐하게 하는 등의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향상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협력업체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한계가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부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1조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통해 자동차 협력업체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습니다. 또 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자금을 회수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 역시 “자동차부품은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고민은 두가집니다. 하나는 완성차 업체가 협력 업체를 지원했으면 하는 겁니다. 부품 업체를 지원하면 낮은 단가는 유지되고 결국 수혜는 완성차 업체가 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부품 업체를 지원하면 그 수혜는 완성차 업체가 본다”며 “좀 더 책임있는 자세로 협력업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자동차 산업이 유지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일자리입니다. 자동차 사업이 고도화되면서 역량이 떨어지는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그런데 자동차 산업이 워낙 많은 고용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함부로 손을 대기가 겁이 나는 겁니다. 정부 관계자는 “옥석 가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고용 문제가 있어 함부로 나설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계속 가만히 둘 수도 없다는게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progres9@naver.com)]

권순우기자

soonwoo@mtn.co.kr

상식적의 반대말은 욕심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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