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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범죄 블랙리스트①] 견미리 남편도 '재범'인데...시장은 깜깜이

솜방망이 처벌에 높은 재범률...전력자 활개쳐도 시장에선 알 수 없어
이대호 기자

지난 2일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견미리 남편'이 올랐다. 배우 견미리 남편 이홍헌 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 이 씨는 이미 한 차례 주가조작으로 처벌 받은 적 있는 '재범'이다.

주가조작 범죄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장에 경종을 울릴만한 장치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높다. 전력자들이 출소 후 같은 범죄를 저질러도 시장은 이를 알 길이 없다. 때문에 주가조작범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증권범죄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이같은 극약처방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이를 입법화 하는 데도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배우 견미리 남편 이홍헌 전 보타바이오 이사가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 받았다.


■ 견미리 남편도 '재범'...증권범죄 재범률 16%

지난 2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홍헌 전 보타바이오 이사에게 징역 4년, 벌금 25억원을 선고했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2월 사이 보타바이오 주가를 부풀려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는 수법으로 약 23억 7,000만원 상당의 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보타바이오(현 위너지스)는 심한 부침을 겪다 지난달 상장폐지 됐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2017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타바이오는 사명을 카테아(2017년 4월), 위너지스(2018년 3월) 등으로 변경해왔다. 마지막에는 위너지스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에서 내려오게 됐다.

중요한 점은 이홍헌 씨의 주가조작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 2011년에도 주가조작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 씨는 2014년 출소 직후 또 다른 범죄를 기획한 셈이다. 아내 견 씨가 투자에 참여한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 씨와 같은 주가조작 재범은 적지 않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7년간(2011~2017년) 적발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 재범률은 16%에 달한다.

이 기간 불공정거래 행위자 725명 가운데 2회 이상 법을 위반한 사람이 116명(16%)이었다. 위반 건수로는 289건이다. 전력자 가운데 '3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28%(32명)에 달했다.

■ '솜방망이 처벌' 비웃는 주가조작꾼

재범률이 높은 이유로는 단연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출소 후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전력자가 잇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잠시 (교도소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차명계좌를 상당수 동원한다는 점에서 부당이득 규모도 유죄로 인정된 부분 외에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2년 7월 시행된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시세조종 등으로 얻은 이익이 1억원 미만일 때는 최대 징역 1년 6개월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최대 6년형 ▲30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1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최고형' 기준이다. 실제로는 '집행유예'라는 솜방망이 처벌이 대부분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1~2014년 증권·금융범죄 양형기준이 적용된 사건 191건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34%(65건)에 그쳤다. 집행유예가 65.9%(126건)에 달했다.

■ 전과자 다시 붙어도 알 수 없는 시장

더 큰 문제는 주가조작 전력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와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전력자들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심지어 경영권을 인수하더라도 이를 시장에 공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한 법학 전문가는 "주가조작 전력이 있더라도 처벌 받은 뒤에 다시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이중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시장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전력자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답답한 나머지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보자는 움직임도 일었다.

지난 3월 주식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장폐지 제조기 블랙리스트' 작성을 제안하는 글이 올라왔다.


회원 9만여명이 모인 한 가치투자 온라인 카페에 지난 3월 '상폐 제조기 명단'을 만들어보자는 글이 올라왔다. 20여명이 댓글을 통해 '요주의 인물'들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 투자자들의 '참고용' 이상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실명이 드러난 사람은 시장에서 유의하기 그나마 나은 편이다. 실명이 보도되지 않은 사람들은 이른바 '재탕'을 뛰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주가조작 전력자들은 계속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동안 투자조합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한 뒤 복합기획형 주가조작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투자조합 보호예수를 강화하자(6개월→1년) 다시 개인 명의로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전력자일수도 있고 차명일수도 있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주가조작 엄단을 지시한 이후 적발된 사람이 급증했는데, 당시 처벌을 받았던 사람들이 다시 활개를 치는 시점이 됐다는 말도 있다"며, "시장감시를 강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요주의 인물을 투자자들 눈에 띄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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