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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범죄 블랙리스트③] "공표는 어렵지만...관계기관 공유해야"

이대호 기자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는 점점 기획형, 복합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력자' 즉, 재범들이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상반기 적출한 '기획형 복합 불공정거래'만 10개 종목에 달했다. 주로 M&A로 경영권을 장악한 뒤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고 호재성 허위사실로 주가를 띄우는 방식이다. 그 사이 회사 자금으로 외부 투자를 벌여 돈을 빼나가는 행위도 겸해진다.

특히 '재범'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해 10월 2개 코스닥 상장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꾸며 주가를 띄우는 방법으로 74억여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 14명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3명을 구속기소,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의 주범 A씨는 과거 유사한 사건으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전력자였다. 당시 공범들은 A씨 출소일에 맞춰 범행을 체계적 조직적으로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례 외에도 '최근 7년간 증권범죄 재범률 16%'라는 것은 '전력자에 의해 반복·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증권범죄 전력자 관리에 관계당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전력자들의 재범행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고 빠르게 적발하기 위해 유관기관들이 정보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

일단 전력자 블랙리스트를 외부에 공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명예훼손 문제가 걸려 관련법 개정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법학 전문가는 "투자자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가운데 어떤 법익이 더 중요한가 따져봐야 한다"며, "성범죄자 정보처럼 공개되도록 하려면 생명안전재산 등에 대한 보호 필요성과 밀접성이 더 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경영진을 통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은 발의된 상태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현행법 및 경제·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하거나 형법상 사기·횡령·배임 등의 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 임원으로 선임될 경우 증권신고서 및 사업보고서에 관련 정보를 기재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도 금융감독원 규정에 따라 업무수행과 관련한 최근 3년간 형사처벌·행정조치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호주 등이 임원의 전과 사실을 공시하도록 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투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를 누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상장회사 임‧직원의 횡령‧배임은 총 111건, 금액으로는 3조 2,030억원에 달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2012년 '증권시장 운영 및 감독실태 감사'를 통해 한국거래소로 하여금 "상장회사 임원의 횡령‧배임 등 전과를 공시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횡령‧배임 등 금융‧경제 관련 범죄경력이 있는 자가 다른 상장법인의 임원으로 선임되더라도 일반 투자자는 이를 알기 어려운 실정이고, 범죄경력을 지닌 임원이 다른 상장회사에서 다시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전과 내용 공시를 위해서라도 관계기관 정보공유는 필수라는 지적이다. 금감원, 거래소가 공공성을 갖는 기관인 만큼 전력자 범죄사실을 공유해줄 필요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공시가 강화되더라도 해당 임원이나 기업이 전과 기록을 숨긴다면 이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알아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공시를 담당하는 기관이 오히려 까막눈이 될 수 있는 것.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공시가 강화되면 전력자들이 임원으로 선임되는 사례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고의적으로 전과기록을 숨길 경우 이를 어떻게 적발할 것인지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르면 범죄경력 조회 및 회보의 범위는 엄격히 제한된다. 수사, 재판, 형집행,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등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다만, 관계기관 정보공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의 실효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입국 사무소에 외국인 범죄 사실을 통고하듯이, 증권관련 범죄 사실도 공적 성격을 갖는 기관간에 긴밀한 정보공유와 협조 체제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금융, 증권관련 범죄는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처벌을 더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며, "형법상 일정기간 자격정지, 자격상실을 내릴 수 있는 만큼, 법원 판결 단계부터 이를 잘 활용해 일정한 활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전력자를 대상으로 일정기간 증권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력자는 증권계좌를 개설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를 준비 중"이라며, "차명계좌를 쓸 경우에는 금융실명거래법과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양방향으로 처벌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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