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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삼바 후폭풍' 상장 주관사 책임은?

허윤영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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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상장'입니다. 2년 전 한국거래소의 읍소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고, 이는 일반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상장을 시켜준 거래소, 상장 주관을 담당한 증권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충분히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은 상장을 담당한 주관사에 과연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을 지, 주관사 책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땠는 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금융위원회, 회계법인, 소액주주 등 다양한 주체들 간의 기나긴 법적 공방이 시작됐죠?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융위원회에 행정소송을 이미 제기한 상황이고, 소액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 중입니다.

소액주주 약 8만명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5조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데요, 현재 27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소송에 참여했고,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소송을 허가 받는 데만 수년이 걸리는 증권집단소송의 특성상 소액주주들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소송은 7~8년 정도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외부감사인의 책임은 일단 금융당국에 의해서 인정됐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주관사들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의문이 나올 수도 있는데요?

기자> 이번 증선위의 판결 핵심 회계연도는 2015년 입니다. 자회사 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한 걸 ‘고의 분식회계’로 지목했는데요.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이듬해인 2016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상장 주관계약을 체결하고 약 4개월 동안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공동주관회사로는 NH투자증권, 제이피모간,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이 참여했습니다.

이후 공모를 거쳐 2016년 1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2015년에 고의로 회계기준을 변경했고, 이듬해 상장을 했다면 주관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소액주주들의 손배소 소송과 마찬가지로 주관사에 책임을 묻기 위한 법리의 핵심은 ‘공모에 의한 주식 모집에서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지’ 여부입니다.

‘주관사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실사를 부실하게 진행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피해를 당했다’가 소액주주들이 주장할 수 있는 논리인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번 사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주관사 측에 책임 배상을 이끌어 내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핵심은 두 가지 인데요. 일단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 시점이 굉장히 애매모호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모가는 13만 6,000원 이었는데요. 올해 초(4월 11일) 약 60만원에 육박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쳤죠.

증선위의 판결이 내려진 지난 14일에는 33만 3,4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거래정지 직전 주가가 공모가의 3배에 가까운 겁니다.

주관사에 책임을 물으려면 증권신고서를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명백해야 합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이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펼친 상황에서 이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죠.

물론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된 시점 이후의 주주들은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비교적 뚜렷하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두 번 째 핵심 쟁점인 ‘인과관계’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소액주주들의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한결은 소송참여 범위를 ‘금융위가 발표한 지난 14일 이전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사 손해를 입은 투자자’로 정했습니다.

여기서 손해라 함은 단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해가 아닌, 실제 기업가치보다 부풀려 진 주식을 서 손해를 봤다’를 입증해야 하는데, 기업가치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게 바로 공모가 입니다.

하지만 상장 이후 2년 여가 지난 상황에서, 이 사이에 있었던 주가 하락을 주관사의 부실 실사로 지목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 증권소송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법무법인 한누리도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 여부와 인과관계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맡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앵커> 비슷한 사례를 예를 들 수 있을까요?

기자> 중국기업 ‘고섬 사태’를 떠올리신 투자자분들이 계실겁니다.

고섬사태란 싱가포르에 본점을 둔 중국 섬유업체 ‘고섬’이 지난 2011년 1월 한국 증시에 상장한 후, 같은 해 3월 분식회계 논란으로 상장 3개월 만에 거래정지가 된 사건인데요.

거래 정지 후 2013년 10월 결국 상장폐지가 됐습니다. 당시 투자자들은 2,000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고, 금융위원회는 상장 주관사인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과 한화투자증권에 '부실 실사'를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대우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과징금 취소소송을 냈고, 법원은 “금융위의 과징금 부과는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판결의 요지는 ‘기업이 작정하고 중요사항을 거짓으로 쓴 행위를 주관사가 찾아내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는 과징금을 부과하기에 부족하다’ 였는데요.

이 판결이 결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상장 주관사로부터 받는 배상액도 1심의 절반 수준으로 깎였습니다.

일반투자자들의 ‘일부 승소’로 판결이 났지만, 실질적인 배상은 받지 못한 채 마무리 됐습니다.

상장 직전에 분식회계가 진행됐다는 점, 회계 문제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폐지 대상에 올랐다는 점 등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비슷한 면이 많죠.

하지만 ‘고섬사태’ 판결에서 엿볼 수 있듯이 ‘기업이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저질렀을 경우 이를 주관사 측이 잡아내기 어렵다는 게 다양한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금융당국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긴 했지만, 작정하고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과 달리 일종의 회계 기준에 관한 해석 문제여서 주관사 책임을 묻기 더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책임을 묻기 위해선 상장폐지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정돼야 하는데, 상장폐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기도 하죠.

법무법인 한누리 관계자는 “회계처리를 위반한 건 맞지만 회계기준에 대한 해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사안”이라며 “또 회계처리 위반이라고 해도 투자자 손실과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주관사의 부실 실사 책임을 절대적으로 인정한 사례는 찾기 어렵군요?

기자>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소액주주들의 ‘일부 승소’할 수 는 있지만 실제 배상액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씨모텍 유상증자’ 사건도 예로 들 수 있을 텐데요.

이 소송은 지난 2011년 씨모텍이 유상증자로 286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을 당시, 투자자들이 주관사인 동부증권(현 DB금융투자)이 투자설명서와 증권신고서를 거짓 기재했다고 주장해 제기된 소송입니다.

지난 7월 법원은 "유상증자 후 씨모텍의 주가가 전적으로 증권신고서 등의 거짓기재로 인해 하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손해의 상당 부분은 최대주주 측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는 1심 판결을 내놨습니다.

주가 하락의 책임은 주관사가 아닌 회사측에 있다고 판결한거죠.

다만, DB금융투자가 투자자들에게 14억 5,500만원 및 이자 등을 지급하라’고는 했는데, 배상액 14억 5,500만원은 주주들이 제기한 배상액의 10%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고섬 사태’와 마찬가지로 주관사에 책임을 물은 사례인데, '일부 승소'이긴 하지만 소액주주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고요.

정리해보면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주관사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 그리고 기나긴 소송 끝에 책임이 인정된다고 해도 만족할 만한 배상액을 끌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허윤영 기자 (hyy@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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