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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 기자의 게임세상]'무노조 관행' 깨진 게임업계...진통의 시작

서정근 기자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 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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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특종과 이슈에 강한 기자들, 정보과학부 서정근 기자의 '게임세상' 코너입니다. 넥슨, 스마일게이트에서 노조가 설립되며 게임업종의 오랜 '무노조 관행'이 깨졌습니다. 게임업종은 프로젝트 단위 구조조정이 빈번하고 신작 출시에 발맞춰 근무강도가 급등하는 특성이 있었는데요, 이같은 특성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노조 출범 등 변화하는 노무환경과 맞물려 진통을 빚는 양상입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게임업계가 신작 출시를 앞두고 근무 강도를 높이는 '크런치 모드'가 우선 떠오르는데요. 넷마블, 위메이드 등 일부 게임사가 논란을 산 기억이 납니다. 게임산업 규모를 감안하면 무노조 관행이 이어져 온 것 자체가 의외입니다.

기자> 노조 설립이 늦은 것은 벤처에서 출발한 게임제작업 고유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개발사들은 90년대 초중반 전후 뜻이 맞는 동호인들의 소규모 공방으로 출발해 규모를 키운 곳들입니다.

게임산업은 성공을 낙관하긴 어려우나 흥행에 성공하면 극적인 성장이 보장되는 흥행산업입니다. 게임 한편 만들어 성공하면 숨통 트여 다음 작품 도전하고, 아니면 회사 접는 그런 토대에서 출발한 것이죠.

드라마 제작사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짜서 유한회사를 설립해 드라마 만들고 해산하고, 드라마가 성공하면 또 뭉쳐서 또 다른 유한회사를 설립하잖습니까. 스탭진 상당수는 비정규직이구요. 게임업의 특성상 드라마 제작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게 적합한 면도 있습니다.

물론 성공한 게임사들이 몸집도 커지고 수천명을 고용해 개발과 배급을 겸업하는 대기업이 된만큼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앵커> 갓 출범한 신생 노조에서 진통도 적지 않다고 하셨는데요.

기자> 스마일게이트 자회사 스마일게이트엔터가 직원 일부를 대상으로 3개월간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종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인사팀에서 해당 개발자들에게 사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동종업계 인사팀 간 네트워크를 통해 재취업이 어렵도록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중에는 육아 휴직 다녀왔더니 몸담았던 개발팀이 해체돼 있어 6개월간 배치를 받지 못하고 대기중 이었던 여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진상 조사 결과 인사팀이 그러한 위협을 가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권고사직을 받아들이면 인사팀간 네트워크를 통해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와전됐다는 것이죠. 게임업계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터진 노사간 쟁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앵커> 아까 말씀하신 스마일게이트의 구조조정과 같은 형태는 게임업계에선 일반적인가요.


기자)소규모 회사는 프로젝트 하나 만들다 실패하면 문을 닫아야죠. 그런데 여러 프로젝트 가동하는 대기업은 프로젝트 중 옥석을 가려 잘 진척되는 팀은 남기고 안되는 팀은 접곤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해체된 팀의 개발자들 중 쓸만한 인력은 존속 프로젝트에 재배치하기도 하는데, 상당수는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납니다. 팀단위 결속을 중요시하는 개발자들의 정서상 팀이 해체되면 붙잡아도 제 발로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구요.

그런데 이번 건을 취재하며 넥슨 노조 배수찬 지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적어도 자신의 경험으로는 회사가 잘 안되는 프로젝트를 접는 과정에서 해당 팀 개발자들을 다른 부서로 재배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배려를 본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간 취재하며 느낀 체감과는 좀 다른 증언이어서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앵커> 넥슨 노조 측은 좀 어떤가요.

기자> 기업 규모와 문화 등을 감안하면 넥슨 노조는 순탄하게 연착륙하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는데요. 배수찬 지회장의 증언으로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우선 회사 측이 법무,인사, 소싱, IT서비스, 재무, 회계 직군은 노조 가입을 허용할 수 없고, 팀장급 이상도 가입이 안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기준이면 팀장급 이상이 아닌 순수 개발자들만 노조 가입이 가능하죠. 이미 노조 임원직을 맡은 개발자 중 팀장급도 노조에서 탈퇴해야 하는 것이죠.

노조 임원들이 회사일 외에 노조 업무도 병행해야 하는데, 노조 일을 하는 시간도 근로 시간으로 산정해 달라는 요구도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니다.

배수찬 지회장은 제주도에 있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지회장도 겸직하고 있는데요, 본사 지회장으로서의 업무는 평일 근무 종료 후에, 네오플 노조 지회장 업무는 개인 연차를 써서 제주도에 내려 가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연차를 다 써서 내년 개인연차를 당겨서 쓰는 상황이라고 하구요.

노조원 모집 등 노조 활동을 사내 인트라넷을 활용해 하는 것도 아직 허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사간의 교섭에 이정헌 대표가 직접 임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상황에 대해서 아직 사측의 입장까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앵커> 두 회사 노조가 내세우는 지향점은 어떤 것인가요.

기자>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직원이 기계의 부품이 아닌, 사람으로 대접받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입장입니다. 넥슨 노조도 프로젝트 단위의 빈번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때 직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구요. 양사 모두 포괄임금제 관련해선 민노총의 스탠스에 맞춰 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노조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데요, 오래 취재해오신 입장에서 두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 스마일게이트는 도산직전에 몰렸던 회사가 2008년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가 흥행하며 살아났는데요, 이후 2009년부터 내수 시장에 재투자해 10년만에 '로스트아크'라는 대세게임을 배출했습니다.

권혁빈 의장 개인은 그냥 회사를 '크로스파이어 유한회사'로 운영하며 중국 서비스 지원만 하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텐데요, 여러 새로운 게임을 만들고 엔젤투자를 단행하고, 창업 지원 등 여러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넥슨도 국내에서만 5,000명에 달하는 고용을 창출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여러 개발사들의 게임을 배급하며 게임 생태계를 리딩하는 역할을 잘 하고 있습니다. 김정주 창업자에 대해선 제가 잘 알지 못해 뭐라 판단하기 좀 어렵구요. 한국 법인을 이끄는 이정헌 대표는 사내외에서 신망이 두터운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그렇긴 한데, 앞서 양사 노조위원장들의 전언을 보면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와는 체감이 좀 달리 느껴질 만한데요.

기자> 실체적 진실을 완전히 파악하긴 어렵구요. 사측의 입장을 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이라도 막상 노조가 생기면 편하게 대응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넥슨의 경우 출범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위한 기싸움 같은 양상도 좀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앵커> 일각에선 게임업종의 노무환경 변화가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하는데, 그 예측이 다소 부정적인 쪽이라면서요?

[방준혁 / 넷마블 이사회 의장: 넷마블의 스피드 경쟁력은 하락했습니다. 13년도, 14년도에는 넷마블의 경영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스피드를 냈는데 이제는 그럴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죽어라고 게임 만들어 성공하면 다같이 흥해보자~는 마인드로 임했는데, 이제 야근도 함부로 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됐으니까요. 값싼 노동력으로 단기에 게임을 뽑아내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선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업종 전반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노조가 확산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노조의 생리상 조합원들의 고용안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게임업체가 수익성을 유지하는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대형 IT기업을 속속 지회로 확보하는 민노총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기도 하구요,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한 노조가 자동차나 조선업계의 일부 강성노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합니다.

[위정현 / 게임학회장 : 노사관계가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노사 서로에게 불행한 케이스가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현대자동차입니다. 또 하나 노조가 명심해야 할 것은 기업이라는 조직은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선 가장 이기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넥슨의 경우 한국 사업단위로는 상반기에 적자를 냈는데, 배수찬 지회장은 "전체 글로벌 이익규모를 감안하면 현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진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두 회사 지회장들 모두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미리 우려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선의를 믿어달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의 고용을 어느 정도 선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긴 합니다. 아마 넷마블, 엔씨 등 다른 게임사들도 속속 노조가 설립될 전망인데, 앞서 노조가 출범한 회사의 노-사 양측이 바람직한 선례와 표준을 정착시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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