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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과뒤]김정주 넥슨 매각설 파장 '일파만파'...현실화 가능성은?

텐센트의 넥슨 인수는 쉽지 않아…중국 정부 탐탁치 않게 여겨
서정근 기자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 도이치증권과 모건스탠리를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예비 입찰을 앞뒀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기업 M&A 관련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회사 측은 이를 부인하기 마련인데, 넥슨 지주사인 NXC(엔엑스씨) 관계자는 오늘 오전 "현 시점에선 맞다 틀리다 여부를 포함해 우리가 확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장이 확대되자 NXC와 넥슨코리아는 "매각 추진 여부가 사실이든 아니든, 최대한 빨리 파악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부연했습니다. 넥슨이 상장한 도쿄거래소는 오늘까지 휴장인데, 내일 개장 직후 관련한 조회공시 요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현 시점에서 진위 여부를 확언하긴 어려우나, 김 회장이 회사 매각을 구상하고 있음이 '팩트'일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연초에도 텐센트와 매각 관련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회장은 90년대 중반 회사를 창업한 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업종 선두를 두고 경쟁했는데,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인수에 성공한 후 부동의 원톱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지주사 엔엑스씨 기준 지난해 매출이 2조6669억원, 영업이익이 1조817억원이었습니다.

엔엑스씨의 자회사 넥슨은 일본 증시에 상장, 시가총액이 13조원을 넘습니다. 국내 1위 게임사이자 아시아 전체에서도 톱5, 글로벌 기준으로도 톱10에 드는 회사입니다. 넥슨 그룹의 전체 종업원 수가 6000명이 넘는데, 이중 국내 인력만 5000명이 넘습니다.

김 회장이 게임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관측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엔엑스씨가 보유한 넥슨 지분율은 넥슨 상장 당시 60%가 넘었으나 차츰 지분율을 줄여, 현 시점에는 47.68%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게임 부문의 비중을 축소하고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유모차 브랜드 스토아 등을 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왔습니다. 김 회장 본인은 문화 예술에도 관심이 많고 다방면의 투자에 흥미가 있습니다.

십수년 동안 지속해온 게임업에 흥미를 잃고, 회사 성장도 기대에 못 미친다면 팔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현 가능성이겠지요. 현 시점에선 간단치 않아 보이는 점이 있습니다.

2017년 넥슨그룹의 게임부문 매출(NXC산하 비게임 부문 제외)은 2조2987억원, 영업이익은 8856억원이었습니다.

이 영업이익 중 네오플이 영업이익 1조636억원을 달성하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중국 매출이 연간 3조원을 넘고, 이로 인해 넥슨이 수령하는 로열티가 1조원 규모이기에 이같은 실적이 가능합니다.

네오플이 '배보다 큰 배꼽'으로 평가받고 "넥슨을 누가 사간다면 텐센트 외엔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 시점의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중국 정부가 텐센트의 해외 기업 인수, 지분 투자 등을 '국부 유출'이라며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부터 지속한 현지 인터넷-게임 섹터 규제도 '텐센트 길들이기'의 한 차원이라는 것이지요.

넥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지난해 텐센트와 김 회장 간의 빅딜이 성사되지 않은 것도, 현지 시장 상황이 예사롭지 않을 것을 느낀 텐센트의 몸사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텐센트의 매출에서 '던전앤파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굳이 넥슨을 인수하지 않아도 해당 게임을 텐센트가 계속 중국에서 서비스하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텐센트는 지난 2015년 넥슨과 '던전앤파이터' 중국 서비스 계약을 10년 연장한 바 있습니다. 계약만료 시점은 2026년 6월로 추정됩니다. 아직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의 판권도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2017년 넥슨코리아의 영업이익은 673억원이었습니다. 넥슨의 다른 지역 게임 거점에선 적지 않은 적자를 냈습니다. 2018년에는 넥슨코리아도 적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넥슨을 사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네오플만 떼어서 사고 싶을 것입니다.

알려진 것 처럼 김 회장이 엔엑쓰씨 전체를 팔고 싶다면 그 값어치는 7조원에 육박합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넥슨 지분의 가치만 6조원이 넘습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소 8조원을 넘게 됩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텐센트가 아니라면 전 세계 인터넷, 콘텐츠 섹터에서 넥슨을 살 곳이 없다"고 단언합니다. 텐센트 외에도 EA, 디즈니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이 넥슨을 탐내기에는 '던전앤파이터 차이나' 효과로 넥슨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는 것이지요.

그룹 내 매출 중 네오플의 중국 로열티 편중이 너무 심해졌는데, 서방 국가들의 관점으로는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 정부의 행정 규제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면 선뜻 결행하기 어렵다는 평도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 추진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매각이 간단치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관련한 소식을 (특정 주체가)흘린 것 자체가 정보를 공개해 판을 키우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수가 10조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성전자가 전장사업을 미래동력으로 찍어서 하만을 인수할 때 쓴 돈 규모가 10조원"이라며 "국내에서 넥슨을 살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밖에 없는데, 삼성전자에게 넥슨이 그만큼 매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정황상 단일 사업자에게 '턴키' 방식으로 그룹사를 통째로 넘기는 것은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네오플만 파는 것이 매각을 위한 지름길이라는 것이지요. 네오플만 내놓는다면 M&A에 사활을 걸고 있는 넷마블도 뛰어들만 합니다.

네오플과 비(非) 네오플, 게임과 비(非) 게임 부문 등으로 나눠 쪼개 팔지 않는 한 매각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임 부문만 매각한다 해도 다수의 사모펀드가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뛰어드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김 회장이 게임과 가상화폐 거래소, 부동산 등 모든 사업 아이템들을 일거에 정리한다면 그야말로 한국을 떠나 자유로운 삶을 찾겠다는 의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얽힌 '공짜 주식' 파문으로 고초를 치른 점, '터프한' 한국의 규제 환경을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매각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매각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해선 네오플만 팔거나, 게임 부문을 통째로 매각하고 그 자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겠지요.

넥슨 한국 내 사업 인력 5000여명의 운명은 빠르면 오늘 중 넥슨이 '오피셜'로 내놓을 공식 입장에 달려 있습니다. 넥슨 한국 사업은 넥슨 지주사 입장에선 큰 이익을 남기진 못합니다.

그러나 중급 이상의 연봉을 받는 안정적인 봉급 생활자를 다수 고용한다는 점, 다른 여느 회사보다 많은 자체 개발작을 만드는 점, 어려운 여건에서도 다른 회사들의 게임을 다수 배급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는 게임산업의 어느 회사보다 높다는 평입니다.

매각 추진이 '팩트'라면 게임 부문이 1순위일텐데, 이 과정에서 넥슨의 '사회적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서정근 기자 (antilaw@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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