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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기자들] 연말연시 저도주 위스키만 성장, 업체 경쟁 치열

취재현장에서 독점 발굴한 특종,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이슈. 특종과 이슈에 강한 머니투데이방송 기자들의 기획취재
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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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특이한 기자들 산업2부 박동준입니다. 연말연시 모임이 많아지면서 특수를 누려야 할 위스키 업계가 예년 같지 않습니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김영란법 시행으로 매년 시장 규모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저도주 위스키는 시장 위축에도 홀로 고공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기업이 주도한 저도주 트렌드에 글로벌 주류업체도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과정에서 잡음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해당 논란들의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짚어보겠습니다.


[기사내용]
앵커1> 위스키 업계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재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위스키 시장이 고점을 찍은 2008년 한 해에만 284만 상자 넘게 팔렸습니다. 1상자는 500ml 16병이 들어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지난해는 전체 판매량이 아직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1월부터 11월까지 131만 상자가 팔리는데 그쳤습니다.

연말 성수기를 감안해도 2017년 159만 상자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2008년 이후 10년 연속 시장이 감소한 겁니다.


앵커2> 그런데 아까 저도주 위스키는 고공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얼마나 성장을 하고 있습니까?

기자> 국내에 저도주 위스키가 처음 나온 것은 지난 2009년입니다.

골든블루의 전신인 수석무역은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36.5도 저도주 위스키 '골든블루'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2011년 현재 경영진이 인수하면서 사명을 지금의 골든블루로 바꾸고 다음해인 2012년 '골든블루 사피루스'를 시장에 내놨습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나온 2012년 이후 저도주 위스키는 급격하게 성장합니다.

2012년 5만9,000 상자가 팔린 이후 초기 몇 년간은 시장이 일년 만에 두 배 가량 성장했고, 2017년에는 70만3700 상자가 소비됐습니다. 5년 만에 12배 정도 커진 셈입니다.

지난해도 11월까지 67만 상자가 출고돼 전년 대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3> 전체 위스키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5년 만에 12배 성장이면 주목받을만 한데요. 이쯤 되면 아까 말한 국내 업체 말고 다른 업체들도 관련 시장에 진출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초반에는 저도주 위스키의 돌풍을 '찻잔 속 태풍'으로 치부하던 글로벌 주류업체들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합니다.

골든블루가 나오기 전 2009년 당시 두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디아지오가 34%, 페르노리카가 31%로 오랫동안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주 위스키를 앞세운 골든블루가 시장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두 업체의 점유율은 점차 낮아집니다.

이렇게 되자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는 2015년 각각 저도주 제품을 출시합니다.

당시 나온 제품들은 두 회사의 로컬 위스키를 기본으로 디아지오는 '윈저 아이스'와 '윈저 레어'를, 페르노리카는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을 출시합니다.

이들 제품의 특징은 골든블루와 똑같이 무연산에 40도 미만의 저도주입니다. 특히 골든블루에 비해 더 낮은 도수로 승부수를 걸었습니다.

윈저 아이스와 레어는 35도고, 페르노리카의 에끌라는 31도의 파격적인 알코올 도수로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의 제품은 모두 시장에서 반응을 얻지 못했고 이 중 페르노리카의 에끌라는 결국 단종됐습니다.


앵커4> 승부수를 던졌는데 통하지 않았다면 두 업체가 전략을 달리해서 나왔을 법한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2016년 이후부터 위스키 업계가 연산 논란으로 시끄러워집니다.


골든블루 제품이 너무 잘 팔렸기 때문인데요. 무연산 위스키 골든블루의 흥행으로 골든블루는 페르노리카를 제치고 국내 위스키 업계 2위로 올라섭니다.

2017년부터는 정통 위스키를 놓고 따져봤을 때 윈저를 제치고 1위 브랜드 자리를 꿰찹니다. //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는 미투 전략이 실패하고 골든블루의 독주가 지속되면서 이후 저도주 제품을 연산 제품으로 설계해 생산합니다.

경쟁사인 골든블루의 저도주 제품들이 무연산인 것을 겨냥한 겁니다.

디아지오는 2016년 11월 '윈저 시그니처 17'을 출시하면서 17년산 원액을 사용한 점을 강조합니다.

페르노리카도 2017년 11월 연산 위스키 '스무스 17'을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후 두 회사는 해당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무연산 제품인 골든블루와 차별성을 강조합니다.

특히 디아지오는 지난해 10월부터 위스키 제품의 연산을 강조하는 '하우 올드 아 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5> 박 기자, 이쯤에서 위스키 연산과 무연산에 대한 차이와 정의에 대해 설명이 필요할거 같습니다. 둘 사이의 차이가 뭔가요?

기자> 우선 위스키에 대한 정의부터 설명하겠습니다.

위스키는 맥아나 곡물을 발효한 뒤 증류한 것을 말합니다. 이후 오크통에 저장해 숙성시킨 것으로 최소 3년 이상 지나야 위스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 증류소에서 숙성된 연수에 따라 몇년산 원액이라고 표시합니다. 12년동안 증류소 숙성 창고에서 있었으면 12년산 원액. 17년동안 있었으면 17년산 원액이라고 합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위스키는 다양한 위스키 원액을 섞어 만든 것으로 이를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합니다.

블렌디드 위스키의 연산은 수많은 위스키 원액 중 가장 숙성 연수가 낮은 원액을 표기합니다. 위스키를 만드는데 17년산 원액이 99.99% 들어갔어도 12년산 원액 한 방울이 들어갔다면 그 위스키는 12년산 위스키입니다.

무연산 위스키는 이 같은 연산을 제품에 표기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해당 제품은 위스키 원액으로 만들었지만 몇년산 원액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겁니다.


앵커6> 무연산과 연산 둘 사이의 차이는 잘 알겠는데 이것이 왜 논란이 되는 거죠?

기자> 골든블루는 2012년 연산 제품인 '골든블루 12년'을 골든블루 사피루스로 바꾸면서 연산을 없앴습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연산 제품이던 '골든블루 17년'도 무연산인 '골든블루 다이아몬드'로 바뀝니다.

업계가 문제 삼는 것은 골든블루가 기존 제품의 리뉴얼을 통해 연산을 없애는 대신 출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원액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데도 무연산인 제품이 연산인 제품보다 비쌀 이유가 없다는 거죠.

지난해 5월 한 시민단체도 골든블루와 디아지오코리아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합니다. 무연산 위스키가 소비자를 속여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골든블루 측은 위스키 품질이 맥아의 종류, 증류 기술, 오크통 품질, 블렌딩 등 수많은 조건으로 결정된다며 연산은 그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소비자는 현명해서 연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품질이 낮은 제품이었다면 이미 예전에 시장에서 퇴출당했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골든블루 품질을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7> 골든블루는 두 회사의 공세에 수비적인 대응만 하고 있나요? 아니면 다른 장점을 내세워서 차별화를 강조하나요?

골든블루는 연산을 앞세운 두 회사의 공세에 저도주 시장에서 자사 제품만 정통 위스키인 점을 부각하는 것으로 대응합니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의 제품은 위스키 원액에 첨가물을 넣은 'sprit drink'(기타주류)인데 비해 골든블루는 100% 스카치 원액을 사용한 위스키란 점을 내세웠습니다.


또한 정통 위스키와 첨가물이 들어간 위스키의 가격이 똑같은 타사를 비판했습니다.

골든블루는 지난달 '팬텀 디 오리지널 17'을 출시하면서 자사의 제품군 중 비슷한 골든블루 다이아몬드 출고가에 비해 가격을 낮게 책정했습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가격 정책에 대해 100% 원액이 들어간 위스키와 첨가물이 들어간 위스키를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는 골든블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연산 제품이 무연산 제품보다 더 저렴한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했습니다.

100% 위스키 원액을 사용하지 못한 것은 스카치위스키협회 즉 SWA 규정을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저도주 위스키가 인기를 얻으면서 제품을 준비했지만 SWA 협회사인 두 회사는 알코올 도수 40도 미만의 위스키는 만들 수 없다는 협회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극미량의 첨가물을 넣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두 회사의 저도주 제품의 스카치 원액 비중은 모두 99.8% 이상입니다.

앵커> 박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박동준 기자 (djp82@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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