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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지배구조 또 아시아 9위..환골탈태 가능할까

대만 태국 인도에 뒤져..한국, 민간분야 특히 낙제점
스튜어드십코드 원년인 2019년, 기관 주총 동향에 촉각

머니투데이방송 유일한 기자2019/01/10 06:10

아시아기업기배구조협회(ACGA)가 2년에 한번 실시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연이어 9위를 차지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의 지배구조는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ACGA는 아시아의 주요 연금과 기관투자가, 대형금융회사, 상장사, 회계법인, 교육기관 등의 출연으로 1999년 홍콩에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개별 기업 리서치는 CLSA가 맡고 있다. ‘우수한 기업지배구조가 아시아 경제와 자본시장의 장기적 발전에 기초적인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갖고 출범했다.

작년 12월 공개된 2018년도 조사(CG Watch)에서 나타난 의미있는 변화를 자세히 보자. 1위는 변함없이 호주다. 2위는 싱가포르를 제치고 3위였던 홍콩이 올라왔다. 놀라울 정도로 약진한 나라는 말레이시아로 7위에서 4위로 세 단계나 뛰었다. 반면 일본은 4위에서 7위로 말레이시아와 자리교체하며 주저앉았고, 인도가 8위에서 7위로 한단계 올랐다. 대만과 태국이 변함없이 5, 6위다.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그대로 10, 11, 12위를 지켰다.



순위는 이렇게 간단히 암기하면 되겠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난 2년에 걸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우리보다 못한 나라는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뿐”이라고.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이 전세계적으로 더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ACGA의 조사도 한층 치밀하고 강화됐다. 2016년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관행과 규정, 법, 공적 규제, 회계, 문화 등 5개에 그치던 조사 영역이 정부와 공적영역의 지배구조, 정부와 감독당국의 규제, 제도(법과 규정), 상장사, 투자자, 회계사 및 회계 당국, 시민사회 및 미디어 등 7개로 그 폭이 넓어졌고 깊이는 한층 심화됐다.

다시말해 기업지배구조의 형성에 정부와 법, 회계당국을 비롯한 공적 영역뿐 아니라 상장사와 투자자, 미디어라는 사적 영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못박아버린 것이다. 기업지배구조(이하 CG)가 가장 나아진 말레이시아와 반대로 퇴행한 일본에 대한 ACGA의 구체적인 평가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말레이시아=새정부가 반부패 척결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직 수상과 그의 아내 그리고 여러 정치인들을 체포 수감했다. 감독당국은 새로운 회사법을 제정하고 CG에 관한 조항을 대거 손질하는 등 개혁을 계속하고 있다. 상장사의 회계에 관한 규정은 독립적이고 강력하다. 다만 회계전문직 양성과 비상장사의 회계 감독은 정비될 필요가 있다. 아주 많은 투자자들이 ‘말레이시아 기관투자가 의결권 행동강령’에 서명하는 등 투자자 스튜어드십(의결권행사)은 꾸준하게 진보하고 있다. 선거때 보여준 것처럼 시민사회는 매우 건강하다. 다만 이들의 CG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높지는 않다.

◇일본=CG 규정과 주주권리보호 측면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의사록 등의 작성에 영향이 큰 독립적인 이사들과 회계위원회가 발달하고 있지만 이사회의 문화와 관행은 여러 회사에서 대체로 정체하고 있다. 기업보고서의 깊이와 품질은 큰 차이를 빚고 있다. 그나마 스튜어드십코드와 GPIF(후생연금펀드)는 펀드매니저들이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미디어도 CG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ACGA의 설립취지를 볼 때 자본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이라면 남일이 아닌 이슈가 분명하다. 아니, 국내 주식에 130조원, 해외까지 합치면 250조원 이상을 국내외 자본시장에 쏟아붓고 있는 국민연금을 고려할 때 온 국민이 눈을 크게 떠야할 대목이다.

"새로운 문재인 정부가 CG를 크게 개혁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고 일부 변화가 있었다. 공정위가 재벌들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해 제제를 가했고, 다른 강제적인 조치도 전향적으로 이뤄졌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됨에 따라 정부가 회계영역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다.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는 (CG 개혁에 대한) 여당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기업들은 수정된 CG 규정을 따르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설명해야하는데, 썩 잘되는 상황이 아니다.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됐고 국민연금은 7월에 서명했다. 정부 관료들을 매우 빈번하게 교체하는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몇몇 대표 기업들의 CG 공시는 개선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수준은 뒤떨어진다."

급신장한 말레이시아와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를 세부 항목별로 비교해보자. 말레이시아의 회계 분야가 84%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고 법 분야는 70%에 들었다. 투자자, 정부 및 공공 지배구조는 38%, 42%에 그쳤다.

우리나라는 시민사회 및 미디어 부문에서 31%(11위)로 매우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 다음이 투자자, 상장사(11위) 순으로 낮았다. 투자자, 상장사는 자본시장의 핵심 주체다. 언론은 시장생태계의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하나같이 CG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 나아가 개선을 위한 행동 양식(집행)의 수준이 크게 뒤쳐져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 7개 항목중 회계 분야만 69%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증권전문가들은 낙후된 기업지배구조가 다름 아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국민들의 노후대비를 위해서라도 서둘러 정비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소 산하 지배구조연구소의 정성엽 본부장은 "2018년을 기점으로 상장사들이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은 만큼 기관들은 투자한 기업이 주주이익을 훼손하는 의사결정을 하는지 상시적으로 관여하는 활동(engagement)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소는 의결권 자문기관으로서 스튜어드십코드에 대한 자발적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문정업 대표는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기여하고 기관 투자자의 건전한 지속성장을 위해 코드 이행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내 기관투자가는 2017년말 18개에서 2018년말 국민연금을 포함 72개사로 늘어난 상황이다. 따라서 기관들의 스튜어디십코드 행사는 사실상 올해 정기주주총회가 첫 본선 무대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의결권을 어떻게 행사하는지, 상장사 대주주와 이사들의 반응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래서 지배구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주목해야한다. 의결권 자문기관, 미디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자진상폐된 태림페이퍼의 사례를 통해 불공정한 자사주 매입과 이로인해 소액주주들이 소외되는 실상을 들여다보았다. 피부에 와닿는 경험을 제보해주시면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기업지배구조개선 기획에 큰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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