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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 현장+] 2월 쟁의행위 돌입하는 네이버…'협정근로자' 놓고 노사간 첨예 대립

"네이버가 협정근로자 지정하면 다른 IT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어"
고장석 기자

네이버 사옥 앞 피켓 시위(사진=네이버노조 '공동성명')

"네이버는 안전시설이나 공익사업도 아닌데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죠."
"협정근로자 지정 비율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것은 노동 3권을 부정하는 발상입니다."

네이버 노사갈등의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를 두고 사측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전시설이 아닌 IT기업이 협정근로자 지정을 요구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보니 단체협약을 거부하기 위한 명목으로 협정근로자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협정근로자는 원자력 발전소나 철도 시설처럼 근로자가 파업으로 운영을 멈출 경우 일반인의 생명이나 신체의 안전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안전 보호시설에서 도입되는 개념이다. 협정근로자를 지정하면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인력은 파업 등 쟁의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 네이버, 안전보호시설로 볼 수 있나

네이버의 서비스가 협정근로자를 지정할만한 안전보호시설의 성격인지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상혁 노무사는 "안전보호시설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는 네이버가 협정근로자 지정을 요구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말한다.

법적으로 협정근로자를 단체협약으로 지정하자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협정근로자를 빌미로 파업이 효과를 못 볼 만큼 노조 활동을 제한한다면 노동권을 침해하는 발상이라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으로는 철도‧도시철도‧항공운수‧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석유공급‧병원‧혈액공급‧한국은행‧통신사업이 있다. 여기서 통신사업은 일반적으로 유‧무선 통신망 유지나 우편사업 등을 말한다.

네이버는 인터넷을 매개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를 통신사업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도 논란이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가지는 파급력과 영향력에 비추어 봤을 때 네이버의 서비스를 통신사업에 준해서 보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이나 영세기업에게 피해가 간다면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필수공익사업의 전제조건은 국민 다수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네이버의 서비스가 명확하게 해당될지는 미지수다.


◆10차 교섭에서 등장한 '협정근로자' 쟁점으로 급부상

애초에 네이버 노사의 협상 테이블에서 협정근로자는 쟁점 사항이 아니었다. 기존 논의 대상은 ▲노동조합의 기본적인 활동을 보장 ▲평가 기준 및 인센티브 지급 근거 공개 ▲리프레시 제도 개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보완 등이었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진행된 10차 교섭에서 사측이 갑작스럽게 협정근로자 지정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사측은 여기에 조합 가입 대상과 단체협약 적용 대상을 분리하는 안까지 제시했고, 노조 측은 "회사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거의 모든 직원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는 조항을 들고 온 것은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후 사측이 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에서 조정안을 거부한 이유도 '협정근로자 조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라우드나 메일 등 유지가 필요한 서비스에서 근로자가 파업하면 이용자에게 피해가 간다"며 협정근로자 지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결렬 이후 열린 노조측 설명회(사진=네이버노조 '공동성명')


◆네이버 사측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도 전산실 인력 협정근로자로 둔다"

네이버 사측은 "협정근로자 조항 신설을 제안한 것은 서비스 이용자·사업자·광고주에게 최소한의 정상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고 1일 밝혔다.

네이버 서비스의 운영은 수 천만 사용자를 비롯해 수 십 만명의 소상공인, 광고주의 생존, 편익과도 연관된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측은 이어 "네이버 뿐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도 전산실 인력을 협정근로자로 두고 있다"며 "네이버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소속 노조가 있는 주요 회사에서도 협정근로자 조항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믹스 커피 사업 유지에 필수적인 건조기·냉동기·보일러 공정 인원을 협정근로자로 두고 있다. OB맥주도 전체 공정의 최소 인력과 재산 및 시설물 보호·IT 인력 모두 협정근로자다.

사측은 "협정근로자 조항은 '사회적 책무를 다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단체협약 노조 요구안 16조)는 노조의 요구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고 밝혔다.


◆ 사측이 주장하는 '협정근로자 요구 수준'이 핵심

사측의 협정근로자 지정 요구가 타당해지려면 어느 수준에서 협정근로자 비중을 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상혁 노무사는 "만약 사측이 노조에 요구하는 협정근로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그냥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할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협정근로자가 교섭을 거부하려는 핑계처럼 사용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전소는 쟁의할 때도 인력을 약 90%로 높게 유지해야 한다. 평상시에 휴가 등으로 근무 인력이 9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쟁의행위를 할 때는 오히려 근무를 더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파업 등 쟁의행위의 목적은 애초에 회사에 영향을 줌으로써 협상력을 얻는 것에 있다. 회사의 모든 업무에 피해가 없도록 규제하는 것은 쟁의의 취지와 어긋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IT업계에서 특정하게 협정근로자의 비중을 정한 적이 없다 보니 사측이 범위를 폭넓게 협정근로자를 지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이는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협정근로자 조항이 과도해서 파업을 못 하게 할 경우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완벽한 안전보호시설이 아닌 네이버가 협정근로자를 지정하면 해당 조항이 고무줄처럼 다른 모든 기업에서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 노조가 지난달 진행한 쟁의 찬반투표는 압도적인 지지 속 가결됐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설 연휴 이후 2월 중 쟁의행위에 돌입할 계획이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파업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여러 조합원이 모일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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