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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수소이야기] 수소차 vs 전기차: 친환경성 편

이산화탄소배출 하는 회색수소 완벽한 친환경 아니야
석탄화력으로 만든 전기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
권순우 기자

[편집자주] MTN은 연중 기획으로 <수소시대를 여는 기업들>을 연재 보도한다.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발전과 수소전기차는 새로운 산업으로 태동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아직은 낯선 수소와 수소 산업에 대한 기본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보는 수소 이야기>를 마련했다.

수소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중 어떤 자동차가 더 좋을까? 최근 친환경차 시장 최대의 화두입니다.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내연기관 대신 친환경차를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중에 뭐가 더 좋은지에 대해서는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 쟁점을 짚어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시간은 ‘친환경성’입니다.

2007년 12월 제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 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환경 기술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또 이를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녹색성장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참여정부 신에너지 정책의 기린아였던 수소는 배터리 전기차 진영의 맹공을 받고 서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배터리 전기차 진영에서 수소전기차 진영을 공격했던 주요 요인 중에 하나는 ‘친환경성’이었습니다.

수소는 그 자체는 친환경적이지만 수소의 생산 과정에서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는 연간 190만톤의 수소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중 75%는 정유 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옵니다. 이를 ‘부생수소’라고 합니다.

정유 공장에서는 이 수소를 대기오염 물질인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탈황 작업’에 사용합니다.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보다 탈황작업에 사용하는 수소가 더 많기 때문에 정유공장은 수소의 생산자가 아니라 수소의 소비자입니다.

석유화학 공정, 철강 공정 등에서도 부생수소가 나오는데, 이 수소는 반도체, 타이어, LED, 태양광셀, 발전 등에 사용됩니다. 수소를 사용하는 곳이 꽤 많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수소’만으로는 필요한 수요를 모두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석유화학 단지에는 덕양, SPG, 에어리퀴드 등 가스 회사들이 천연가스 개질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덕양 수소 생산 공장/출처.덕양

즉, 공짜로 나오는 부생수소를 다 사용하고도 부족하기 때문에 수소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천연가스를 개질하면 수소와 탄소로 분리가 됩니다. 수소는 친환경 에너지이지만, 탄소는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가 됩니다. 화석연료에서 탄소를 떼어 내서 만드는 수소는 완벽하게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해서 ‘회색수소(Grey 수소)’라고 합니다.

수소 진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한 회색 수소를 사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생산하는 ‘녹색 수소(Green 수소)'로 전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정부 역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단기적으로는 수요처 인근에 대규모 수소 생산 설비를 구축해 회색수소를 생산하고, 2022년 이후에는 수전해를 활용해 녹색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전기차 진영이 수소전기차 진영을 공격하는 주요 논거는 ’회색수소‘입니다.

반면 배터리 전기차의 친환경성도 따져 봐야 합니다. 배터리 전기차는 전력망에서 전기를 받아 운행이 되고 부산물은 없습니다.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도 없습니다. 배터리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배터리에 충전되는 전기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발전 비중에 따라 달라집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전체 발전량 중 석탄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전년 대비 11.4% 증가했습니다. 또 원자력 발전 비중은 26.8%입니다. 환경적으로 부담이 되는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을 통해 만들어진 전기가 69.8%나 됩니다.

에너지원별 발전 비중/출처.현대경제연구원

반면 친환경 에너지인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는 5%에 불과합니다. 배터리 전기차 자체는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에 충전이 되는 전기의 70%는 석탄 화력 발전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거나 원자력 발전으로 핵 폐기물을 배출하며 만들어진 셈입니다.

그래서 배터리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국가의 발전 비중에 따라 다릅니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BP가 발간한 <2018 세계 에너지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석탄 발전과 원자력 발전 비중은 각각 46.2%, 26%에 달합니다. 오염 물질 배출이 없는 수력,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0.5%, 2.8%에 불과합니다.

반면 노르웨이로 가면 전혀 다릅니다. 노르웨이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 중 수력 발전 비중이 96%에 달합니다. 노르웨이에서 주행하는 배터리 전기차는 4%만 환경에 부담을 주지만 한국에서 주행하는 배터리 전기차는 72.2%가 환경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운행되는 배터리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더 친환경적입니다. OECD 국가들의 석탄 발전 비중은 27.2%,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12.2%입니다. 비OECD 국가는 석탄 발전이 46%,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5.5% 수준입니다. 배터리 전기차가 더욱 친환경적이 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 및 믹스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전력 생산을 해야 합니다.

배터리 전기차 진영은 역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의 발전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친환경적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재생 에너지는 태양광은 해가 떠 있을 때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를 생산한다는 ‘간헐성’의 한계가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치게 많이, 때로는 지나치게 적게 생산되는 재생 에너지는 전력망(그리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무작정 발전 비중을 높일 수 없습니다.

태양광의 간헐성을 표현한 덕커브(Duck curve)/출처. 미국 에너지부

수소전기차는 ‘그레이 수소’의 한계 때문에, 배터리 전기차 발전 비중의 한계 때문에 둘 다 완벽하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친환경차 보급을 미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둘다 내연 기관에 비해서는 훨씬 친환경적입니다.

석탄 발전을 통해 만든 전기를 사용하는 배터리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친환경적입니다. 발전소는 자동차 엔진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에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때 환경 오염 물질을 덜 배출합니다. 또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동차와 달리 발전소는 특정한 공간에서 오염 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오염 물질을 관리하기가 용이합니다.

친환경 자동차 비중을 확대하는 패러다임 전환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취해야 할 조치입니다. 그리고 수소전기차, 배터리 전기차를 더욱 환경 친화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합니다.

수소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 진영은 서로의 단점을 지적하며 싸우고 있지만, 사실 이들의 경쟁자는 상대방이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입니다. 내연기관과 경쟁을 하기에 친환경 자동차는 아직 경제성, 편의성 측면에서 많이 부족합니다. 규모의 경제, 기술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는 보조금으로 연명하겠지만 언젠가는 시장성을 가지고 독립해야 합니다. 서로를 견제하며 비난하기 보다는 좀 더 깨끗한 지구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동맹군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권순우(soonwoo@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권순우 기자 (soonwoo@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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