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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가비상사태 선포"...국경장벽 예산 확보 '초강수'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 기자2019/02/16 08:3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경장벽 설치를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 관련 서류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경장벽은 선거 공약이라서가 아니라 마약 유입을 막기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는 범죄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미 하원은 전날 장벽 예산으로 13억 7,500만 달러(약 1조 5,500억원)의 자금이 담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57억 달러(약 6조 4,382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통해 의회 예산을 포함, 총 80억 달러(약 9조원) 정도의 장벽 예산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군 건설 예산 35억 달러(약 3조 9,500억원), 마약 차단 프로그램 예산 25억 달러(약 2조 8,200억원), 재무부 몰수 기금 6억 달러(6,800억원) 등을 장벽 예산으로 돌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법적 논란이 뒤따를 전망이다. 의회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며 초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소송전을 각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슬프게도 우리는 고소당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 행복하게 우린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비상사태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전쟁 등 비상 상황이 닥쳤을 때 행정부가 위기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으로 선포할 수 있다. 1976년 만들어진 국가비상사태법(National Emergencies Act)은 비상 상황 하에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 자체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경우는 자연재해 상황을 제외하고도 최소 58회나 된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11년 9.11테러 때 선포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비상사태를 선포한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 확산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하지만 비상사태의 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 국경의 현실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최근 20년 동안 불법 이민자들의 수는 감소세를 보이는 등 뒷받침할 자료는 부족하다.

상하원 동의 아래 의회 차원의 비상사태 종결은 할 수 있지만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다. 1976년 국가비상사태법이 생긴 이후 의회가 대통령의 비상사태를 끝낼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한 적은 한번도 없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소송전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1952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은 한국전쟁 직후 철강산업 국유화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며 실패로 돌아갔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한다면 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며 비상사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소송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이대호 기자 (robi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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