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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서 '투자은행'으로…키움증권의 무한 확장

키움, 19년 성장 스토리①
남다른 무점포 온라인 브로커리지 전략 시장 선점, 증권가 지각변동
막강한 리테일 기반 수익 극대화…성장 한계 봉착 후 수익 다각화
운용사·저축은행·신탁·PE로 확장…빠른 '키움' 이면에 위험도 '키워
전병윤 차장


'자기자본 424억원→1조9226억원, 임직원 140명760명'

키움증권 19년 역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키움증권은 미래에셋증권(현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과 함께 증권업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여준 회사로 꼽힌다.

2000년 1월 국내 첫 온라인 종합증권사 '키움닷컴증권'이란 사명으로 출범한 키움증권은 첫 회계연도를 마감하며 당기순손실 60억원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은 424억원(납입자본금 500억원)으로 줄었다.

첫 성적표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키움증권은 당시 감사보고서에서 "회사 영업이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따른 전반적 경기 침체와 불안정한 금융시장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녹록지 않은 상황임을 자인했다.

키움증권은 설립 초기 장외주식인 스톡캐스터, 한국팬지아 등에 투자했으나 순자산가액 급락으로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 8억원 가량을 손실처리하는 등 투자 성적 역시 쓴맛을 봤다.

◆증권가 뒤흔든 온라인 전략= 온라인 위주 사업 구조로는 창업초기 경영난으로 존폐 위기에 직면하는 시기를 일컫는 '데스 밸리'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던 증권가의 냉소적 전망과 달리 키움증권은 독자적 영역을 개척,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며 성장 신화를 쓰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지점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주식 주문을 내던 시절, 정보통신기술(ICT)업체인 다우기술의 자회사 답게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위탁매매업을 주 수익원으로 삼는 승부수를 띄웠다.

키움증권은 지점을 두지 않는 무점포 전략을 내세우며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인 0.29%로 책정, 가격 파괴에 나서며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증권업계는 수수료 출혈경쟁을 자제하자며 자율결의를 통해 사실상 담합을 유도하며 맞섰으나 키움증권의 수수료 인하 공세에 백기를 들며 온라인 브로커리지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직원이 고객 찾아 HTS '방판'=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를 고객층으로 빨아들이며 막대한 고객예탁금을 확보했고 이를 단기자금인 '콜'로 운용해 이자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구사해 창업 초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직원이 생소하던 HTS를 투자자 컴퓨터에 설치해주기 위해 회사나 가정을 방문하는 HTS '방판'에 나섰을 만큼 공격적 영업을 펼쳤다. 이처럼 틀을 깬 전략을 구사하며 초기 시장을 선점한 덕분에 키움증권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타사에 비해 높아도 최상위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만큼 고객 충성도가 매우 높다.

실제 키움증권의 주식시장 위탁매매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16.45%로 2005년 이후 13년 연속 업계 1위를 달성, 선점 효과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 고객은 무려 20%를 웃도는 점유율을 보인다.

키움증권의 무점포 전략은 최근 지점을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 개설이 가능한 비대면 계좌의 허용으로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설립 초기 비즈니스 모델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닷컴' 떼며 변화 분기점= 2007년을 분기점으로 키움증권의 변신이 시작된다. 설립 초기 트로트 가수 '신바람 이박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파격적인 CF를 통해 젊은층을 공략했던 키움증권은 이후 '닷컴' 버블 시기를 맞아 사명 변경에 나서며 비즈니스 모델의 다각화를 단행한다. 2007년 '닷컴'을 떼고 현재의 사명인 키움증권으로 변경하고 CI(기업이미지)도 새로 선보였다.

2009년 권용원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취임 후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닷컴회사란 이미지를 탈피하고 투자은행(IB)으로 변신하려는 시도다. 이후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고 2010년 9월 키움자산운용을 설립해 자산운용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여기에 2012년 삼신저축은행 인수 후 키움저축은행을 출범하고 이듬해 우리자산운용 인수전에 뛰어들며 2014년 자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이밖에 키움증권 인도네이사 출범, 우리은행 과점주주 지분(4%) 인수, 키움PE(프라이빗에쿼티) 설립, 중기특화증권사 지정, 신탁업 본인가 획득 등 은행업부터 신탁, PE, 국외시장까지 사업의 촉수를 빠르게 뻗어나갔다. 사명처럼 '키움'의 속도가 남다르다.

여기에 최근 하나금융, SK텔레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은행 설립에 뛰어들었고 하이자산운용 인수전에도 참여하며 무한 확장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구단 히어로즈와 5년간 연 100억원 규모의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기조는 여전하다"며 "다만 2000년 중반 이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점유율 확대가 정체기에 도달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부문별 균형을 잡기 위해 확장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포시즌스 호텔에서 키움히어로즈프로야구단 출범식이 열렸다.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19.1.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빠른 '키움' 이면엔 리스크도 '키워'= 급속한 확장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해 4분기 키움증권은 자기자본투자(PI)에서 대규모 손실을 보며 적자로 전환한 것처럼 빠른 확장과 과감함의 이면엔 리스크(위험)의 그림자 역시 커진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수익이 PI 부문의 영향력이 높아지며 적극적 투자회사로 체질 변화를 시도 중"이라며 "개인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추가적인 성장을 위해 적절한 전략이지만 위험 성향이 낮았던 과거처럼 높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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