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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전력 데이터 활용 길 열렸다…빅데이터 에너지산업 '물꼬'

한전,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구축' 규제샌드박스 통과
다양한 산업·서비스와 융합…신산업 창출 기대
한전, 플랫폼이자 정보 생산자 역할 가능…새로운 수익모델 가능성
박경민 기자

#. A 노인복지센터는 독거노인 B씨 집의 전력사용량이 평소와 달리 급격히 줄자 응급구조단과 함께 B씨의 집을 방문했다. 갑자기 온 복통에 쓰러져 앓고 있던 B씨를 발견, 병원으로 옮겨 큰 일을 막을 수 있었다.

#. 식당을 창업한 K씨는 전력데이터를 활용한 상권 분석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해당 지역의 전주에 부착된 센서에 기록된 유동인구 데이터와 상가의 전력사용량을 종합해 입점을 결정했고, 예상했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정부가 한국전력이 보유한 전력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이 같은 사례가 점점 늘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신청한 ‘전력데이터 공유센터 구축’이 실증특례나 임시허가를 통해 규제를 일시적으로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연간 3조개가 넘는 데이터가 한전 시스템에 쌓이고 있지만 이를 산업적 측면에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개인정보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민간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전력데이터 공유센터에 신청하면, 한전은 데이터에 포함된 개인정보를 비식별조치 또는 데이터 결합을 통해 식별할 수 없도록 가공한 뒤 신청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게 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27일 서울 역삼동 기술센터에서 열린 제2차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심의회에서는 ‘전력데이터 공유센터’를 구축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전력 데이터를 민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한전의 계획이 규제 샌드박스 2호 사업으로 결정됐다.


이번에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한전이 확보한 고객의 검침데이터 등 정보가 개방되면 복지, 컨설팅, 금융, 통신 등과 전력데이터가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 사업이 새롭게 생겨날 수 있다.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한전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타 산업과 전력산업의 융복합과 관련 신사업의 추진도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전력 빅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업은 ‘스마트 홈’ 서비스다. 기존에 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었지만 에너지 부문을 포함시킬 수 없었고, 일부 포함하더라도 해당 고객의 데이터에 국한된 제한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에너지와 통신, 서비스 업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한전의 전력 데이터 개방으로 전력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고 전했다.

예컨대 서비스 제공자는 실시간, 날짜별, 월별 전력 소비량을 분석하고, 환경이 유사한 다른 가정이나 사업장의 전기요금을 비교해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단순히 원격으로 집 안을 제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이른바 ‘에너지 컨설팅’을 통해 일반 소비자는 전기요금 등 에너지 비용을 절약하고, 사업자는 신사업을 창출해 수익을 올리는 ‘윈-윈(win-win)’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한전 입장에서도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무조건 생산, 공급하던 전기를 소비자의 전기소비 패턴에 따라 효율적이고 유동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직접 수행하던 수요관리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수급 안정까지 이룰 수 있다.

주택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의 모습. 전력 빅데이터를 통해 태양광 발전이 생산한 전기를 실시간 사용하는 대신 가상 '클라우드' 등에 적립했다 필요할 때 사용하는 서비스도 생겨날 수 있다.


전력 빅데이터는 최근 늘고 있는 재생에너지의 활용성을 높이는데도 응용할 수 있다.

일반 소비자가 설치한 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를 바로 사용하는 대신 가상 계정에 적립해 원하는 시간에 사용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한전에 판매하기엔 전력생산량이 적고, 그렇다고 집이 비어있는 낮 시간에 집중되는 태양광 발전량을 남기기 아까운 가정에 활용이 가능하다.

E.ON 등 해외 에너지 회사들은 적립된 태양광발전을 원하는 시점에 전기료 납부, 전기차 충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빅데이터는 에너지전환의 물결로 기존 전력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변하면서 위기에 빠진 한전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한전 전신주에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 등 환경정보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수집하는 등 이미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인프라 설비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한전은 정보의 창구가 되는 ‘빅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한편 수집·가공·분석·생산하는 데이터 팩토리(Data Factory)의 역할도 할 수 있다”며 “새로운 비즈니스가 원하는 고부가가치 정보의 상품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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