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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 게임 창작자 발목 잡는 게임산업법…시대착오적 규제?

등급 분류 필요하지만 비영리적 게임 검열은 지나쳐
문체부가 대안 추진하지만 법 개정안은 3년 간 표류
고장석 기자

"안타깝게도 자작 게임 콘텐츠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손때 묻은 작품을 금지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어서 혼란스럽습니다."

'주전자닷컴'과 '플래시365'는 2000년대 초반부터 운영된 자작 게임 콘텐츠 사이트다.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직접 게임을 만들어 올리고 피드백을 받는 곳으로, 게임 제작자를 지망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연습 작품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올해 3월부터 두 사이트에서 십수 년 간 쌓여온 4만여 개의 자작 게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게임물관리위가 해당 게임들이 등급 분류 심사를 받지 않았다며 사이트를 차단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주전자닷컴 측은 공지사항을 통해 "게임위로부터 자작 게임물 서비스 금지 통보를 받아 어쩔 수 없이 자작 게임 콘텐츠를 2월 말 부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등급 분류 심사를 위해서는 비영리 목적의 학생 작품이라도 수십에서 백만 원대에 달하는 심사비를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게임위의 결정이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의 창작 의욕을 떨어트림과 동시에 한국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작 게임 콘텐츠를 중단한다는 주전자닷컴의 공지사항

◆등급 분류 필요하지만…비영리적 게임의 사전 검열은 지나쳐

게임에 대한 등급 심의는 지난 2006년부터 시행돼 왔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을 제작‧배급하려는 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 심의를 받아야 한다.

게임위는 지난 13년간 학생 등 개인이 제작한 비영리적 게임물은 등급 분류를 받지 않고 유통되더라도 묵인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법대로 처리하도록 방침을 바꾼 것이다.

게임의 등급분류는 건전한 게임 시장 조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연령 등급 분류가 없다면 미성년자가 지나친 폭력적‧선정적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관련 법 자체가 개정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이 만드는 비영리적인 콘텐츠를 사전 검열하는데다 등급 분류를 신청하는 데만 백여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0MB 이상 용량에 인터넷을 지원하는 RPG 게임은 심사 청구에 100만 원가량의 수수료가 든다. 개인 제작물로 수수료 30%를 감면받아도 단순 인터넷에 자작 게임을 올리는데 드는 비용으로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게임을 제외한 개인이 창작한 비영리적인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는 인터넷에 공개할 때 별도의 등급심사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차별받는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게임물 심의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에 2만여 명이 서명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문체부, 비영리 게임물 등급 분류 수수료 면제 추진하지만…법 개정에 한계

여론이 악화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3월 말 발표할 '게임 콘텐츠 진흥 중장기 계획'에 비영리성 게임물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는 청소년이 개발한 비영리 기능성 게임은 등급 분류를 받지 않거나 수수료를 면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공공기관이 구축한 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되던 민간 사이트를 막고, 공공기관이 구축한 사이트에서만 게임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된다.

본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려면 게임산업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관련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 등은 지난 2016년 비영리 게임물은 등급 분류를 받지 않게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위원회 심사 단계에서 멈춰 있다.

한편, 문체부의 개선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미 십수 년간 쌓여온 자작 게임들은 모두 지워진 상황. 주전자닷컴의 운영자는 공지사항을 통해 "학생 여러분의 손때 어린 작품과 순수한 창작활동을 어른들의 잣대에 맞추어 훼방하는 모습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창작의 의욕을 잃지 말고 나아가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고장석 기자 (broken@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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