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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사업지연 애태웠지만 집값 수억 올라 대박친 사연은

가파른 서울 집값 상승에 일부 지역주택조합·재개발 '대박 행진'
최보윤 기자



지역 주민이 모여 조합을 만들고 직접 새 집을 짓는 '지역주택조합'은 보통 사업지연으로 조합원들의 애를 태우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부 수도권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은 오히려 사업이 미뤄진 덕을 봤다며 샴페인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어찌된 사연일까요?

▲사업 지체된 5년여간 집값 수억원 올라
서울 신대방 3거리, 원룸 규모의 작은 집에서 신혼 생활을 하던 직장인 이모씨는 5년 전 새 집을 찾아 나섰다가 '지역주택조합' 제안을 받았습니다. 인근 주민들이 모여 토지를 매입하고 시공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짓는건데, 일반 아파트보다 싼 값에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이야기였습니다.

견본주택은 이씨가 꿈에 그리던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고, 심지어 시공사가 GS건설로 확정됐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싼 값에 대형 브랜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는 겁니다. 게다가 당시 상담원은 이씨에게 지금 계약하면 '로열층'을 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이씨는 마치 뭐에 홀린 듯 그대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씨가 꿈에 그리던 GS건설의 브랜드 아파트는 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토지 매입 등이 지연되며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금융 비용 등 부담만 불어날 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이 들어가 있는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 한숨만 늘어가던 이씨 가족에게 지난해 고대하던 소식이 들려옵니다. 드디어 조합 모집 4년 만에 첫 삽을 뜬다는 것. 불행히도 6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는 소식과 함께 였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신대방 일대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씨의 새 집이 지어질 위치 인근의 아파트는 전용면적 84㎡ 기준 8억원을 호가합니다. 이씨가 2014년 같은 평형대를 4억3000만원에 계약한 만큼 추가분담금을 더해도 집값이 1.6배 이상 뛴 셈입니다. 계약한 지 5년 이 지나서야 아파트가 지어지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입주까지 2년여의 시간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씨는 그동안 마음고생을 보상받는 듯 '애물단지'가 '로또'가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최근 이렇듯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수도권 지역에서는 '사업 지연'으로 지지부진했던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이 집값 상승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4억4284만원 수준이던 서울 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현재 6억4617만원으로 46% 뛰었습니다.

▲대형 재개발 사업도 집값 상승으로 예상 수익 웃돌아
대형 재개발 사업도 마찬가집니다. 서울에서 최근 재개되는 사업들은 쾌재를 부릅니다.

일례로 10년여만에 첫 삽을 뜨는 청량리 일대 재개발 사업을 볼까요? 청량리에서는 곧 대규모 아파트·상가 분양이 시작됩니다. 그 첫 주자로 한양이 시공하고 관계사인 보성산업이 시행을 맡은 '한양수자인'이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한양수자인은 서울시 동대문구 동부청과시장(용두동 39-1 일대) 자리에 1152가구 규모의 대규모 단지로 들어섭니다.

동부청과시장 재개발 사업은 시작이 무려 10년 전인 지난 2009년이었지만 이제서야 인허가와 상인 이주 등을 마치고 정상화 과정에 있습니다.

보성산업은 지난 2013년 이전 사업자가 파산하면서 부실채권으로 나온 사업권을 사들이며 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현재 이 사업은 보성산업의 100% 자회사 '청량리엠엔디'가 맡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 시스템을 보면 2017년 말 기준 청량리 사업지의 재고자산은 1584억원으로 평가됩니다.

토지매입 비용 등 현재까지 사업비로 1584억원 규모가 투자됐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청량리엠엔디는 조만간 이 곳에서 '한양수자인' 1129가구를 일반분양할 예정입니다. 아직 분양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3.3㎡당 2,600만~2,700만원 선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100% 분양과 분양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조단위 현금이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청량리 일대는 사업이 지연되는 사이 서울 집값 상승과 재개발,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도입 등의 호재가 계속됐고 이제는 제2의 용산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시행사인 보성산업이 동부청과시장 재개발 사업으로만 상당한 순익을 남길 것으로 관측합니다. 보성산업이 이 사업에 뛰어들 당시에만 해도 사업이 장기 표류할 수 있어 리스크가 너무 크고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컸으나 '대반전'을 생각보다 빨리 이루게 된 것입니다. 청량리 일대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사업지 보다 빠른 성과로, 업계에서는 보성산업이 부실채권을 인수하면서 인허가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최근 들어서는 사업 지연으로 오히려 호재를 맞게된 사업지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사업이 지연될 경우 생애경제 계획이 틀어지는 것은 물론 그만큼 추가 분담비용이 생기는 것"이라며 "리스크가 큰 사업에 대해서는 장고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최보윤 기자 (boyun74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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