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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몸살 앓는 교보생명, 신창재-FI '냉전' 왜?

김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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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보생명이 한때 백기사였던 재무적투자자들과의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7년 전 맺은 계약이 발단인데요. 주요 주주들은 풋옵션 계약을 앞세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경영권까지 흔들려 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도 소송을 통한 반격 카드를 준비 중입니다. 교보생명 갈등에 대해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경제금융부 김이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앵커1>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주요 주주들, 그러니까 재무적투자자(FI)들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분쟁의 원인부터 살펴보죠.

기자>
교보생명은 창립 60년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FI들이 정면 대치하면서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인데요.

이번 사태의 발단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FI들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게 됩니다.

교보생명과 우호적 관계였던 대우그룹이 교보 주식을 보유해왔는데,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그 주식이 대우인터내셔널로 넘어갔습니다.

이후 포스코가 대우인터를 인수하면서 교보 주식은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메리츠, 한화 등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결국 교보생명은 백기사로 FI를 끌어들였는데, 신창재 회장 개인을 상대로 한 주주 간 계약이 이번 갈등의 씨앗이 됐습니다.

FI들은 교보생명 지분을 사들이면서 풋옵션 단서를 넣었는데요.

2015년까지 교보생명이 기업공개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한 겁니다.


앵커2>
그러니까 2015년까지 IPO를 하지 않으면 행사하려던 풋옵션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행한 거네요.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는데, FI들이 법적 소송이 아니라 왜 중재신청으로 해결하려 하는 건가요?

기자>
신 회장이 차익보전을 해주겠다며 3가지 협상안을 제시했는데, FI는 거부하고,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신청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일종의 압박 수단인데요. 중재원의 결정이 법원 3심을 거친 판결 효력과 동일한 것은 물론 항소도 할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FI 입장에서는 법원 소송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을 훨씬 절감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최소 6개월 정도면 결론이 낼 수 있어서 자금회수가 목적인 FI로선 5년 가까이 소요되는 법원 판결보다 효과적이라고 본 겁니다.

기업들 사이에서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11년을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중재 4개월 만에 마무리되기도 했고, 2015년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인 BBQ와 BHC 간 분쟁, 2014년 현대건설과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인 KOC 간 분쟁도 중재로 해결됐습니다.


앵커3>
신 회장과 FI 분쟁에서 핵심은 가격인데요. 풋옵션 행사가격을 놓고 양측의 간극이 크다고요?

기자>
FI들은 회계법인이 산정한 가격대로 신 회장에게 주당 40만9000원에 주식을 되사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FI 뜻대로 중재 결정이 나면 신 회장은 약 2조 원의 자금을 조달해야 합니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을 행사한 지난해 10월 시세를 반영해 20만 원대가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 회장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건 경우에 따라 경영권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섭니다.

교보생명 주주 구성을 보면 FI의 영향력이 작지 않은데요.

신 회장이 인터넷은행 진출 등 굵직한 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한 것도 주주 입김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지분 구성을 보겠습니다.

신창재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36.91%, 풋옵션을 행사한 어피너티 등 FI 5곳이 29.34%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자금력이 떨어지는 신 회장은 경영권을 더한 지분 절반 이상을 내놓아야 할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신 회장의 지분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풋옵션 가격이 조정되더라도 지분 가치가 희석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앵커4>
주주 갈등으로 준비 중이던 IPO도 중단될 수밖에 없을 텐데. 교보생명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인 만큼 반격 카드를 고심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기자>
최선은 협상 테이블로 FI를 끌어들이는 겁니다.

신 회장 측은 "중재 신청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을 계속하자"면서 FI에 재고를 간곡히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릴 경우 반격 카드는 준비하고 있습니다.

FI와의 주주 간 계약을 무효화하는 취지의 소송을 검토 중인데요.

교보생명 측은 IPO를 추진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계약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됐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IPO 추진은 이사회 의결 사안인 만큼 개인을 상대로 한 계약은 잘못됐다고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FI 대표격인 어피너티 대표가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IPO와 관련한 공식적 의견 개진이 부족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 사외이사는 5명인데, 이 중 2명은 FI 측을 대표하는 인물들이고 이 중 1명이 풋옵션 이행을 요구하는 이상훈 어피니티 한국 대표입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상훈 대표 전에는 박영택 어피니티 회장이 교보생명 사외이사로 6년여간 활동해왔는데요.

교보생명 사업보고서를 보면, 풋옵션 이행 기준이 되는 2015년부터 기업공개 추진 관련 안건이 올라온 것은 지난해 9월 1번이었습니다.

이상훈 씨를 제외한 사외이사 4명은 IPO 추진을 보류하자고 했지만, FI 압박을 받은 교보는 창립 60년 만에 IPO 추진을 결정했습니다.


앵커5>
그런데 FI가 중재를 신청하게 되면 상장 작업도 차질을 빚게 되겠네요?

기자>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상장을 준비했고, 5월경 상장예비심사를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그전에 금융당국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주주들과의 갈등은 결격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자본확충 이슈부터 생명보험 시장 업황이 워낙 좋지 않아서 IPO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업계에서는 FI에 맞소송으로 대응하면서 1~2년여간의 시간을 추가로 확보해 새 FI를 찾아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거나, 시장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3년 뒤 상장을 추진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갈등이 확대되면서 교보생명 노조는 어피너티 등 FI에 풋옵션을 철회하라는 요구와 함께 주주간 분쟁을 야기한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요.

당분간 교보생명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이슬 기자 (iseul@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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