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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후] 정부 發 '세계 최초 5G' 무리수...'상용화' 부실 현실화

김예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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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지난해부터 "올해 3월에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해왔는데요. 5G 상용화는 다음 달로 연기됐고, 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업계는 준비가 안 됐는데, 5G 상용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부실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김예람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1>
우리나라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데 미뤄지고 있죠.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이번 '5G 세계 최초 상용화'의 큰 특징은 정부가 추진 중이라는 것입니다.

정작 비즈니스를 하는 업계는 정부 입김대로 움직이다가 부실한 상용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통3사는 이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5G 영상통화를 하는 공식행사로 팡파르를 터뜨리려고 했는데요.

이 행사는 취소됐고, 5G 상용화는 다음 달로 연기됐습니다.

그러다 미국 버라이즌사가 현지 시간으로 4월 11일에 5G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세계 최초 상용화' 공언은 지켜야겠으니까요.

그동안 소문이 무성하다가 어제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를 4월 5일에 정식 출시하겠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여전히 의욕만 넘친 정부가 키를 쥐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형국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6월, 올해 3월에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정부가 3월 28일에 VIP 행사를 잡고, 29일부터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게 하라고 하니 모든 업계는 이 일정표에 따라야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일, '제한적' 5G 세계 최초 상용화는 했습니다.

이통3사가 5G 전파는 쏘아 올린 건데요. 이 전파를 사용하려면 일명 '동글이'로 불리는 이동식 라우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일반인들은 이를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도 취재를 위해 이통사에 문의했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기업들만 사용 가능한 5G 였습니다.

그러다 올해 3월에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5G 스케줄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지침은 지침인 것이고, 정작 비즈니스를 실제로 하는 업계 상황은 달랐죠.

결국 VIP행사는 취소됐고, 5G 상용화는 4월로 미뤄졌습니다.


앵커2>
일단 삼성 스마트폰은 나왔는데, 5G 네트워크망은 상용화 준비가 됐나요?

기자>
5G 상용화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3가지가 준비돼야 합니다.

5G 스마트폰이 나오는 날짜는 나왔죠.

앞으로 스마트폰과 기지국망 연동도 있어야 하고, 통신사들의 요금제가 나와야 합니다.

사실 업계에서 스마트폰 제조 자체보다 우려하는 것은 5G망 품질의 안정화입니다.

지난해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여왔다고 하는데요.

이통 3사와 망 연동 테스트를 해보니, 일부 기지국에서 속도와 안정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갤럭시 S10 5G의 전파인증이 겨우 4일 전에 통과됐죠.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뿐 아니라, 5G 기지국의 네트워크 장비를 만듭니다.

이 기지국 장비 인증을 작년 10월에 받았는데, 너무 늦었다는 것입니다.

업계는 그 때부터 5G 상용화 시점에 불안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통3사는 삼성전자의 5G폰으로 통화음질, 다운로드와 업로드 속도, 배터리 소모량 등을 실험 중입니다.

연구실이 아닌 실제 이용 환경에서 실험하는데, 일부 기지국에서는 속도가 안 나오고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또 휴대폰과 기지국망과의 연동화 작업도 해야 합니다.

5G 기지국은 수도권에만 설치됐죠.

그런데 수도권 지역에 따라 어떤 곳에는 LTE망만 연결이 돼서 이를 5G 망과 연동시켜야 합니다.

또 LTE, 5G 망을 제공하는 장비 회사별로 망을 연결해야 합니다.

이들 장비사로 삼성전자, 에릭슨, 화웨이 등이 있고요.

3월 28일 예정이었던 VIP 행사가 미뤄진 것도 5G단말기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기지국과의 연동성이 불안한 이유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비치고 있습니다.


앵커3>
요금제에 대한 이야기들도 무성한데,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네. 요금제도 정부 손 안에서 표류 중인데요.

SK텔레콤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동통신 요금을 인가받는 회사입니다.

SKT가 인가를 받아야, 이를 골자로 KT와 LG유플러스도 조금 저렴하거나, 유사한 요금제를 내놓겠죠.

SK텔레콤은 7만 5,000원에 150GB, 9만 5,000원에 200GB, 12만5000원에 300GB 제공을 골자로 하는 요금제를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를 반려했습니다.

고가 요금제만 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정부는 7만원대 요금부터 시작되는 요금제를 인가하기에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이유로 3만원대 요금제 추가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월 5일에 맞춰 5G폰이 나오려면 인가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SKT가 이르면 오늘이나 다음주 초에는 새로운 안을 들고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는 5만~6만원대를 추가하지 않겠냐고 추측하고 있고요.

5만원대 타겟군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10GB 이상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LTE 주력 요금제인 T플랜의 5만원 요금제가 4GB를 제공하는 만큼, 기존보다는 데이터당 금액은 적은 수준입니다.

공식적으로 이통사들은 하나같이 "5G 진행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업적과 통신요금 인가제에 힘이 쏠린 상황에서 어떤 입장도 코멘트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앵커4>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된다고 해도, 고가 스마트폰에 고가 5G 요금제를 쓰려면 그만큼 혜택이 있어야 할텐데요. 준비는 얼마나 됐나요?

기자>
그게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입니다.

사실 지금도 이용하는 데 무리없는 LTE 대비 5G폰에서 어떤 메리트를 가져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죠.

가격만 따지고 보면, 한 달에 13만~14만원대는 내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삼성 5G폰의 가격대는 140만~150만원선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주력이 될 것으로 보이는 7만5,000원 요금제에 폰 24개월 할부(한달 6만 2,500원)를 더하면 그 정도 수준이 나옵니다.

여기에 보조금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통사와 유통업계가 상생협상을 맺은 바 있습니다.

판매장려금을 불법 보조금으로 단말기 실구매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판매인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급을 전환하기로 했죠.

이 가격을 내면서 5G폰을 이용할 때는, 빠른 속도로 고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특징을 기반으로 차별성이 두드러져야 합니다.

우선 속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5G가 LTE보다 20배 속도가 빠르다고 하죠.

그런데 이는 아무런 장애물이 없는 실험실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실제로는 LTE대비 1.5~2배 정도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통사들이 구축한 5G 기지국은 3.5㎓ 대역 기지국입니다.

20Gbps 속도가 나오려면, 28㎓ 대역도 사용해야 하는데, 이 기지국 설치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28㎓ 기지국을 설치하더라도 20Gbps 속도는 실험실에서나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람과 건물 등 장애물이 많은 도심 지역에선 최고 속도를 경험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5G폰에서 이용할 킬러 콘텐츠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통사는 걸그룹 데이트 VR이나 증강현실에서 아이돌과 함께 춤을 추는 AR 서비스, 프로야구 직캠 등을 공개했는데요.

폭발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봐야겠죠.

대충 주목을 받을만한 콘텐츠로 VR 게임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정작 대형 게임사들은 관심이 많지 않습니다.

대형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VR 게임 제작비가 많이 드는 것도 아니지만, VR 게임은 2~3분 이상하면 어지러워 집중이 안 되고 투자 가치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며 "전송 데이터가 폭증하는 VR 게임을 하려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 3G 도입 시절, 카카오톡이 나올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킬러콘텐츠의 탄생은 5G 생태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입니다.

세계 최초보다 중요한 것은 5G 인프라와 콘텐츠 준비가 얼마나 됐는가인데, 지켜봐야하는 상황입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김예람 기자 (yeahram@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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