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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N현장+]건설현장 탄력근로제 확대놓고 갑론을박

업계 '6개월도 부족하다' vs 노조 '노동자 자유 사용권'…근로기준법 개정 놓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이견
김현이 기자



최근 국회에서는 탄력 근로제 운용 기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난 21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 소위원회가 열렸지만,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운용 기간을 얼마나 늘릴지 결론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여당은 노사정 합의체인 경사노위 합의안대로 6개월 연장안을, 자유한국당은 1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도 탄력근로제를 놓고 팽팽한 의견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법정 근로시간(주 52시간) 미준수에 따른 처벌 유예 기간이 이달로 끝나는데,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52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규모가 제각각인 여러 업체가 협업하는 건설 현장에서는 근로시간 '언밸런스'가 혼란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제를 적용한 300인 이상 기업들과는 달리 중소규모 건설 현장의 하청 업체들은 아직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근무시간이 다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서 금요일까지 건축 공정을 마무리하고, 주말에 전기 공사를 하기로 합니다. 그럼 전기 작업자들은 건축 공정에 맞춰서 밑작업을 하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런데 근로 시간 제한에 걸려서 주말 근무는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대체 인력을 구해와야 하고, 현장에선 애로사항이 있습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건설사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건설협회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1년으로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보완대책 건의서를 지난 15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협회는 건설 공사의 70%는 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이라며 6개월 단위 기간만으로는 공기(공사기간) 준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대표적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업은 대부분 옥외에서 작업을 하고, 여러 업체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따른 영향이 매우 큽니다. 또한 만성적인 공사비·공사기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터널, 지하철 공사 등의 경우 계속적 작업이 불가피하며, 공법, 작업여건, 민원 등의 이유로 추가인력·장비 투입도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근로시간만 단축되면 결국 공사기간이 크게 늦어질 수밖에 없으며…."(대한건설협회)
제조업이 아닌 수주업이란 건설업 특성 탓에 업체가 느끼는 공기에 대한 압박감은 상당합니다. "솔직히 시공 업체에서 공기를 못 맞추는 경우는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 맞추게 됩니다. 공기를 못 맞추면 업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맞춰야 해요."(건설협회 관계자)

그래서 짧은 공사기간은 곧 업체의 경쟁력이 되기도 합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글로벌 건설 시장에서는 우리 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성토도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미세먼지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나타나면서 작업 가능 일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같은 협회의 주장이 '건설 노동자 자유사용권'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합니다.

특수 공종이나 준공임박에 따른 돌관공사(집중 공사) 발생 시 탄력근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이 자체 조사한 결과 실제 현장에서 이같은 이유로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는 2.1%에 지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돌관공사도 3개월 이상 지속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노조는 "현장 상황에 맞는 인원을 추가 투입하면 현행 3개월 이내 단위 기간으로도 충분히 공사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협회가 '24시간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 터널 공사 등은 작업 자체의 불변의 특성이 아니라, 사실상 사측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란 겁니다.

오히려 건설업계에서 장기간 노동이 상시화되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현행 3개월 이내 탄력근로 단위 기간에서는 최대 5개월 연속 주 64시간 상시근무가 가능한데, 이조차도 산업안전보건공단 과로사 인정 기준인 주 60시간 근무를 상회한다는 지적입니다.

"건협이 주장하는 대로 탄력근로 도입요건이 완화돼 협의라는 이름의 일방적 통보로 탄력근로가 도입되고, 단위 기간이 1년으로 확대된다면 사용자가 원할 때 약 21개월 연속 주 64시간 근무가 가능하게 됩니다. 이것은 52시간제 도입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
일손이 부족할수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사용자 말대로 1년으로 확대된다고 하면 사실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산업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우수한 인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건설산업에도 굉장한 피해가 오히려 발생하지 않겠나 하고 판단하고요."(노조 관계자)

노사 간 의견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접점은 있습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공사기간은 물론 공사비가 늘어나는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발주처에는 '적정 공사비'가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건협 계산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사 중 주 68시간 기준으로 공정 계획이 작성된 공사가 86%를 차지합니다. 금액으로는 248조5천억원에 달합니다.

건설기업노조도 "건설업계에서 탄력근로가 논란이 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시간은 단축됐지만 공사기간, 공사비가 그대로인 것"이라며 "공사기간과 공사비를 조정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최은정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대기업에서는 52시간제에 따라 인건비가 약 5%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내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52시간제가 적용되면 중견·중소 업체들에겐 더 큰 부담이 나타날 것"이라며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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