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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투신사 '30년 영욕의 역사'…동양·하이운용 다시 갈림길

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지방 활성화 정책으로 '지방 투신사' 탄생
IMF 이후 인수합병…증권사·자산운용사로 흡수 후 생존모색
조형근 기자


정부 지원아래 지방 투자신탁사가 등장한 지 30년이 지났다. 지방 투신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한국·대한·국민투신 등 이른바 '3투신'으로 불리는 중앙 투신사와 어깨를 견줄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간판을 바꿔달며 각자도생에 들어섰다. 지방 투신사를 모태로 한 동양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최근 M&A를 거쳐 또다시 새 주인을 맞으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GB금융지주가 매각주관사인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하이자산운용·하이투자선물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뱅커스트릿PE를 선정했다. 동양자산운용은 앞서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된 바 있다.

■ 지방 투신사, IMF 외환위기 이후 각자도생

지방 투자신탁사의 역사는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지방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 설립된 지방 투신사는 ▲중앙투신(대전)▲제일투신(부산) ▲동양투신(대구) ▲한남투신(광주) ▲신세기투신(한일투신·인천) 등 5곳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지방 투신사의 수난사로 이어졌다. IMF 구제금융은 주식시장의 사상 유례없는 폭락을 초래했고 일부 지방 투신사는 펀드 환매에 대응하지 못해 문을 닫기도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시 위기에 몰린 정부가 증시를 부양하려고 투신사에 무제한적인 주식 매수를 하도록 했다"며 "이른바 '12·12조치' 이후 대부분 투신사가 대규모 부실사로 전락했다"고 설명했다.

부실 투성이가 된 지방 투신사는 중앙 투신사나 기업에 팔리는 부침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중앙투신과 제일투신은 동양그룹과 CJ에 인수되며 법인체의 명맥을 이어갔다.

제일투신은 1999년 증권사로 전환한 후 제일투자신탁운용을 설립해 운용사를 분리했다. 이후 2004년 CJ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8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에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CJ자산운용을 하이자산운용으로 바꿨고, 다시 하이자산운용은 지난해 DGB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최근 DGB금융지주는 하이자산운용 매각을 진행 중이다.

중앙투자신탁은 IMF 외환위기 이후 동양그룹에 인수됐다. 동양그룹은 2000년 동양오리온투신증권에서 자산운용을 분리 설립했다. 이후 동양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꾼 뒤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했고,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자산운용을 인수했다.

한편 당시 동양그룹은 삼성그룹과 '동양'이란 상호명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삼성그룹이 대구를 거점으로 하는 동양투자신탁을 인수한 뒤, 상호명 소유권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중앙투신은 동양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려고 했고 삼성투신증권은 동양투신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한 것이다.

결국 삼성은 동양투신의 운용부분을 삼성생명투신운용에 통합하고, 증권부문을 삼성투신증권에 통합시켰다. 이후 삼성생명투신운용은 삼성투신운용을 흡수합병한 뒤, 2010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7년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을 분리하기도 했다.

■ 대형 증권·운용사에 흡수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지방 투신사가 중앙 투신사에 흡수된 사례도 있다. 지방 투신사 부실을 중앙 투신사가 끌어안으면서 증권과 운용을 함께 하는 종합 투신사로 몸집을 키운 것이다. 당시 신세기투신과 한남투신은 '3투신' 중 하나인 한국투신과 국민투신에 각각 인수됐다.

이후 한국투신은 한투증권과 동원증권으로 나뉘어 운영됐으며, 2005년 두 증권사가 합병됐다. 분리 운영된 기간동안 한투증권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설립했으며, 합병한 뒤에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을 추가로 세웠다.

한편 한남투신은 현대그룹 계열 국민투신에 인수된 이후, 현대투자신탁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현대투신의 '바이 코리아펀드'는 발매 첫날 7,000억원 이상 팔려나갔고, 3개월 만에 10조원을 끌어 모으면서 업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현대투신은 현투증권과 현투운용으로 각각 사명을 바꿨다.

하지만 IT(정보기술)버블 붕괴와 함께 다시 내리막길에 접어들은 현투증권·운용은 결국 2003년 푸르덴셜에 매각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2012년 한화증권에 인수돼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으로 각각 사명을 변경하게 됐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투신사로 출범한 동양자산운용과 하이자산운용이 최근 경영권을 다시 매각하고 있는데 역사를 돌아보면 자산운용업계의 영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 MTN = 조형근 기자 (root04@m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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